트럼프·폰 데어 라이엔, 일요일 스코틀랜드서 미·EU 무역협상 담판

미국·유럽연합 통상 협상최종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만나 15%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를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문을 타결할지 주목된다.

2025년 7월 27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양측 협상단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제약 등 핵심 산업군에 대한 관세율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회의는 이날 15시 30분 그리니치표준시(GMT)에 시작될 예정이며, 장소는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트럼프 소유 턴베리 골프 리조트다.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30% 징벌적 관세가 철회될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EU Commission President Ursula von der Leyen

막판 협상을 위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26일 전세기로 스코틀랜드에 도착했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27일 오전 현지에 합류했다.

러트닉 장관은 미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EU가 미국산 수출 확대를 약속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30% 관세 카드를 거둘 것”이라고 말하며, EU 역시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종 서명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EU 교역 규모는 전 세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양측은 서로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이번 합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설명

Baseline Tariff는 미국이 최근 일본·영국 등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도입한 일괄 평균 관세율로, 세부 산업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임시 적용돼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 주는 장치다.

수출 쿼터(Export Quota)는 수입국이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물량까지만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이번 협상에서 거론된 철강·알루미늄 50% 관세+쿼터 모델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덴마크 EU의장국이 주도한 그린란드 현장 방문 중이던 EU 회원국 대사들은 27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에게 부여할 협상 재량 범위를 조정했다.

EU는 만약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8월 1일부로 30% 관세를 단행할 경우, 최대 930억 유로(약 1,09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준비 중이다.

EU 외교관들에 따르면, 임시 합의안에는 미국·일본 협정과 유사한 15% 기본 관세가 포함될 전망이며, 철강·알루미늄에는 50% 관세와 물량제한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27.5%가 적용되는 자동차 관세도 15%로 통합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항공우주 부문과 스피릿(spirits·증류주)에는 예외 조항이 검토되지만 와인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U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구매와 대미 직접투자 확대를 약속하는 방안을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50% 관세에 대해 “예외 여지는 많지 않다”면서 “한 국가에 특혜를 주면 모두에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5일 스코틀랜드 도착 직후 기자단에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매우 존경받는 지도자”라며 “합의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말했다. 또 “브뤼셀은 ‘꼭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EU 수출품의 70% 이상이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다. 철강·알루미늄 50%, 자동차·부품 27.5%(기존 2.5%+추가 25%), 기타 품목 10% 관세가 적용된다. EU 당국은 30% 전면 관세가 현실화되면 대서양 교역의 상당 부분이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15% 기본 관세가 ‘불확실성 제거’라는 실익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였던 ‘산업재 전면 무관세(Zero-for-Zero)’ 구상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EU 협상단은 최근 15% 관세안에 합의한 일본 측과 긴밀히 정보를 교환하며, 협상 전략 최적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합의는 글로벌 무역 지형 재편이라는 정책 목표를 뒷받침하는 최대 규모 성과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미 영국·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과 별도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취임 초 공언했던 “90일 내 90개 협정”의 공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Turnberry golf course

업계 관계자들은 “합의가 성사되면 공급망이 안정되고, 역내 기업들의 고용·투자 계획이 재가동될 것”이라면서도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교역 조건이 ‘새로운 상수’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도 공존한다”고 평가한다.

합의 발표는 정상회동 직후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종 문안이 ‘포괄적 틀 협정(framework pact)’인지, 즉시 발효되는 ‘미니 딜(mini deal)’인지에 따라 향후 세부 협상 일정이 결정될 전망이다.

*기사에 사용된 환율은 1유로=1.17달러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