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 일본 증시에서 완성차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도요타자동차는 11% 상승했고, 혼다자동차는 9% 올랐다. 시장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일본과 새로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직후 즉각적인 매수세로 반응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양국이 15% 관세를 포함한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기업이 5,500억 달러(약 730조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미국에 단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가 자동차 산업을 직접 겨냥했다는 언급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나, 일본 공영방송 NHK는 “미국과 일본이 자동차 관세를 원래 계획한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관세 인하 전망은 곧바로 투자 심리를 자극해 일본 대표 자동차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 급등의 배경
애널리스트들은 11%와 9%라는 단일 거래일 상승 폭이 “극히 이례적”이라며, 관세율 하향 조정이 기업 실적 개선 기대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기존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일본 자동차업체의 이익률은 1~2%포인트 가량 잠식될 것으로 추정돼 왔다. 반면 15%로 조정되면 현지 생산 확대나 현지 부품 조달 전략을 통해 관세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면 북미 시장 출하량 확대와 함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비중 확대 전략도 속도를 낼 것이다.” — 도쿄 소재 대형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실제로 도요타와 혼다는 모두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트럼프가 언급한 5,500억 달러 규모 투자가 이들 지역에 집중될 경우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
Truth Social이란?
Truth Socia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설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트위터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보수 성향 사용자층을 주 타깃으로 한다. 정치·경제적 메시지를 직접 발신하는 창구로 활용되며, 주식·채권·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의 Truth Social 게시물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했다. 게시 직후 일본 완성차 5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급증했으며,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관련 옵션 가격이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공격적 매수가 포착됐다.
관세 15%의 의미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으로 볼 때 15% 관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했던 25% ‘징벌적 관세’와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10%포인트 감소는 연간 수출 물량 200만 대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기업당 최대 3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양국 간 장기 무역 분쟁을 완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합의가 최종 발효되기 위해서는 일본 의회와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으며, 정치 일정에 따라 변수도 적지 않다.
전망과 리스크
일부 시장 참가자는 “트럼프의 발표가 사실상 대선 캠페인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미 Truth Social을 통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공약을 강조해 왔다. 미·일 양국 모두 국내 유권자를 의식해 협상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관세 조치나 협정 내용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15% 관세 자체가 ‘영구적’일지, 혹은 단계적으로 추가 인하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 자동차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 비중 확대, 부품 공급망 다각화, 전기차 배터리 현지 조립 등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 발표가 단기적으로 자동차주 랠리를 이끌었지만, 정책 리스크와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복합 요인을 감안할 때 지속 가능성을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