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NBC 속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양자회담에서 희토류(稀土類) 수출 통제 문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며 전면적 무역전쟁 위험을 일단 봉합했다.
2025년 10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막전막후’ 협상 끝에 전격 타결됐다. 회담장을 빠져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기내 기자단에 “우리는 ‘딜(deal)’을 했다”며 “희토류 문제는 전 세계가 혜택을 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중국 상무부를 통해 “10월 9일 발표했던 광범위한 희토류 수출규제를 1년간 중단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후 연장 여부를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는 매년 갱신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군수 레이더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자재다.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수출 제한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즉각적 충격을 줄 수 있다.※ 희토류 17개 원소에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이 포함된다.
관세 완화도 즉시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펜타닐(fentanyl) 관련 수입품에 부과해 오던 관세율을 20%에서 10%로 절반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중국산 제품 평균 관세율은 약 47%로 내려간다. 그는 “11월 1일부터 100% 관세를 매길 수도 있었지만 합의를 기점으로 결정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반발해 온 ‘대중국 기업 자회사 블랙리스트’ 규정도 보류된다. 미 상무부가 9월 29일 발표했던 해당 규정은 중국 국영·민간 기업의 지배 자회사를 ‘엔티티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였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합의로 미국 측이 일시 유예에 동의했다”고 알렸다.
“우리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지만, 엔비디아(Nvidia) 칩 수출 문제는 결국 중국과 기업 간 협상 사안이다.” ― 트럼프 대통령
미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출 문제를 논의했으며, 조만간 젠슨 황 최고경영자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조건은 ‘중국·엔비디아가 직접 타결해야 할 일’로 선을 그었다.
또한 중국 상무부는 “TikTok(틱톡) 관련 현안을 미국과 공동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 브리핑과 SNS(Truth Social) 어느 곳에서도 틱톡을 언급하지 않았다. 틱톡 미국 사업부 매각 문제나 데이터 보안 이슈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농·에너지 분야 ‘선물 보따리’도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규모로 대두·수수 등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으나, 물량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동시에 “알래스카산 석유·가스를 대량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며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더그 버검 내무 장관이 후속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당장의 관세·수출 규제를 완화해 기업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1년 유예라는 시간표가 새로운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희토류·반도체·플랫폼 서비스 등 복합적인 기술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한, 양국 간 긴장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용어 풀이]
• APEC :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해 무역·투자 자유화를 논의하는 경제협력체.
• 펜타닐 : 아편계 진통제로, 미국 내 마약성 진통제 남용의 주범으로 지목돼 ‘사회적 재앙’으로 불린다.
• 엔티티 리스트 :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외국 기업·기관을 등록하는 제재 목록.
※ 본 기사에는 로이터통신 사진(촬영: Evelyn Hockstein)이 사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