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31일 새벽(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약 90분간 비공개 단독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통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 ‘환상적 관계’”를 약속하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을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우리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훌륭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함께하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긍정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 공동 번영할 역량이 충분하다”면서 “양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붉은 색 상하이산(산둥식) 차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협력의 잔을 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방문 기간 중 마련됐다. 미·중 정상의 1:1 대면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 행정부는 그간 희토류·배터리 핵심 광물 수출 규제와 관세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해 왔고, 중국 역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해 대응 조치를 시사해왔다.
미·중 갈등의 배경과 전망
무역·기술 마찰은 2018년 본격화됐으며, 2025년 현재도 관세·국가안보 심사·산업보조금 등 복합 이슈로 얽혀 있다. 특히 희토류·리튬·니켈과 같은 전략 광물은 전기차(EV)·배터리 생태계의 핵심 자원으로, 양국 모두 공급망 자주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경제다. 협력하지 않는 것보다 협력하는 것이 이익”
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
“건강한 미·중 관계는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번영에 필수”
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이 구체적 합의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양측은 고위급 경제회담 재개와 국방 당국 간 핫라인 복원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협력 분야를 식별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꾸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양측의 ‘우호적 메시지’가 시장 심리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김세진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회담 직후 달러·위안 환율이 0.3% 하락(위안 강세)했고, 한국·대만 증시는 1%대 상승 마감했다”며 “대화 채널 복원이 투자 심리를 일정 부분 안정시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통상 갈등의 근본 요인은 변하지 않았다.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은 되레 더 치열해지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CSIS의 매튜 굿맨 부소장은 “이번 만남은 ‘휴전 선언’ 정도”라며 “양국 기업은 계속해서 지정학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체로, 무역장벽 완화와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한다. 올해 의장국 한국은 ‘포용적·탄력적·지속가능 성장’을 의제로 제시했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네오디뮴·란타넘 등 17개 원소를 통칭하며, EV 모터, 풍력 터빈, 군수 전자장비 생산에 필수다. 중국은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핫라인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직통 전화망을 뜻한다. 미·중 국방 당국은 지난 2년간 단절돼 있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APEC 정상회의 본회의는 11월 1일 오전에 열리며, 공동선언문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회담 결과가 관세 인하 및 기술 수출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 혹은 지속적 협상 프레임만 마련될지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또한 미·중이 설정한 ‘실무 그룹’의 구체적 의제—예컨대 중국 내 미국 기업 투자 환경 개선,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기술이전 강요 금지—가 공개될 경우, 양국 산업계의 셈법도 빠르게 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부산 회담은 미·중 관계의 ‘재가동 버튼’을 눌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기술패권 경쟁·안보 동맹 구도 등 구조적 요인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