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룰라, 말레이시아서 첫 양자 회담 가능성…관세 갈등 돌파구 마련 주목

사상 첫 브라질·미국 정상회담이 말레이시아에서 성사될지 세계 외교가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수일 내 말레이시아에서 만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브라질 외교 소식통이 2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밝혔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상 간 회동은 현지 시각 이번 주 일요일로 잠정 조율됐으나 구체적 시간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브라질 일간지 오 글로보(O Globo)도 전날 늦은 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회담 장소가 쿠알라룸푸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공식 확인을 유보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남을 조율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 일정은 수시로 변동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확정 발표는 이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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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이 회담의 직접적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브라질산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10%→50%로 대폭 인상했다. 그는 이 같은 초강수를 단행하며 “브라질 전 정권에 대한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아니다(Trump).”

이로 인해 브라질 대미(對美) 수출업계는 육류·광물·항공기 부품 등 주요 품목에서 연간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tariff)란 상대국에서 들여오는 상품 가격에 정부가 매기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하지만 상대국엔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브라질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호국 사이에선 협의 없는 일방적 관세 인상이 있을 수 없다”며 외교적 대응을 시사했고, 외교부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정치적 변수도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의 또 다른 명분으로 ‘쿠데타 모의’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사법 처리”를 거론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 특별재판부는 지난 9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징역 27년 4개월형을 선고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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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특별재판부(Supreme Court panel)’는 대법관 5인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헌법 질서 위협 사안을 전담한다. 쿠데타 모의 혐의는 여기서 다뤄졌으며 2022년 대선 패배 후 대선 불복 시위를 조장했다는 것이 핵심 혐의다.


외교·경제전문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경제연구소(IEE)의 카롤리나 지우스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브라질-미국 간 최대 현안인 관세가 최우선 안건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일부 품목에 ‘관세 유예(waiver)’를 제시하는 대신 브라질에 중국산 제품 규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애덤 로즈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정부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변함없지만, 중국 공급망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을 추진하려면 브라질 같은 중남미 파트너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반응도 이어졌다. 상파울루 증권거래소(보베스파)에서 브라질 수출주로 꼽히는 엠브라에르, BRF 등은 회담설이 보도된 직후 2% 이상 급등했다. 뉴욕증시 상장 브라질 ETF iShares MSCI Brazil도 장전 거래에서 1.4% 상승했다.


전문기자 시각과 전망

제 경험상 양국 정상회담이 급박하게 잡힐 때는 ‘상징적 제스처’ 이상을 담고 올 확률이 높다. 백악관이 공식 확인을 미루고 있지만, 이미 관세 인상으로 실질 피해가 발생 중인 브라질로선 ‘정상 간 직거래’ 외엔 해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집권 3기 핵심 공약으로 내건 ‘수출 다변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전략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남미 표심과 농업 벨트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달래야 한다. 관세를 전격 인상해 국내 강경 지지층을 결집시킨 뒤, 제한적 완화 카드를 통해 ‘협상가’ 이미지를 노리는 포석일 수 있다.

결국 이번 말레이시아 회동이 성사되면, 일단 ‘외교적 커뮤니케이션 회복’이라는 신호만으로도 시장엔 긍정적이다. 그러나 관세율 50%를 전면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주요 전략 품목 선별 인하 또는 수입쿼터 제도 같은 절충안이 유력하다.


향후 일정·관전 포인트

백악관과 브라질 대통령실(플라나우투궁)이 조율 중인 최종 일정은 늦어도 현지 시각 25일 정오 이전에는 발표될 전망이다. 만약 회담이 무산될 경우 브라질은 WTO 제소 절차를 공식 개시하겠다는 입장이라 추가 무역 보복이 이어질 여지도 있다.

반대로 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은 경제·안보·기후 분야까지 의제를 확대해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CSP) 선포 가능성도 거론된다. CSP가 체결되면 2011년 이후 중단됐던 브라질-미국 무역투자협정(TIFA) 재가동이 뒤따를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양국 기업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