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행정명령을 둘러싼 소송을 심리한 연방지방법원 판사에 대해 편향과 비위를 이유로 제기했던 이례적 사법 비위 제소가 기각됐다. 이 사건에서 스리 스리니바산(Sri Srinivasan) 연방 순회법원 수석판사는 9월 29일 결정에서, 법무부의 우려는 사법 비위 절차가 아니라 재판부 기피recusal 신청으로 다퉈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25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기자: 네이트 레이먼드), 수석판사 스리니바산은 결정문에서 사법 비위 절차는 ‘계류 중인 사건에서 당사자가 판사의 회피를 사실상 달성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비위 심사는 재판부 기피를 대신할 통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리니바산 수석판사는 결정문에서 ‘사법 비위 절차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마련된 것이 아니다. 곧, 계류 중 사건의 당사자가 판사의 회피를 가져오기 위한 대체 수단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이번 결정문은 당사자 아나 레예스(Ana Reyes) 연방지방법원 판사의 이름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레예스 판사를 상대로 법무부가 앞서 공개했던 사법 비위 제소장의 문구를 인용했다. 이는 결정 대상이 사실상 레예스 판사였음을 시사한다.
법무부와 레예스 판사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사법 비위 제소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그 정책 추진을 수차례 제지해 온 연방 사법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법무부가 제기한 두 건 중 하나로 알려졌다. 본 사안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정책과 직결된 소송의 심리 과정과 관련돼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달 열린 한 행사에서 법무부 고위 관계자 토드 블랑슈(Todd Blanche)는 현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며, 트럼프의 정책을 저지한 ‘무단의 활동가 성향 판사들’이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블랑슈는 ‘이는 일종의 전쟁’이라며 ‘트럼프의 구상을 가로막아 온 무단의 활동가 판사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레예스 판사는 올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의 시행을 행정부가 집행하지 못하도록 일시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연방 항소법원은 행정부의 항소를 심리하는 동안, 레예스 판사의 결정을 정지시켰다.
법무부는 2월, 레예스 판사가 본안 판단을 내리기 이전 시점에 이미 사법 비위 제소를 제출했다. 제소장에 따르면, 판사는 심문 과정에서 행정부의 법적 입장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적대적이며 지극히 부적절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해당 제소장은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의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채드 미젤(Chad Mizelle)이 제출했다. 문서에 따르면, 레예스 판사는 심리 중 ‘WTF’라는 서술을 사용했고, 정부 측 변호사에게 종교 관련 질문을 던졌으며, 수사적 장치를 위해 변호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듯한 ‘수사적 연습’을 벌였다.
미젤은 제소장에서 ‘그러한 행태는 절차의 품위를 훼손하고 편향의 가능성을 드러내, 본 건을 공정하게 주재할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법률 쟁점: 사법 비위 심사와 재판부 기피의 경계
이번 결정의 핵심 메시지는 사법 비위 심사 절차와 재판부 기피recusal 절차의 기능적 경계를 명확히 구분한 데 있다. 사법 비위 심사는 통상 판사의 품위 손상 행위나 윤리 위반을 다루는 제도적 감독 메커니즘이고, 재판부 기피는 특정 사건의 공정성에 대한 구체적·직접적 우려가 있을 때 사건 배제를 구하는 절차다. 수석판사는 이번 사안에서, 법무부가 제기한 우려는 기피 신청의 대상이지, 비위 심사의 사안은 아니라고 못박은 셈이다.
이 같은 판단은 소송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사법 비위 심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재판부를 바꾸려는 시도는 절차 남용으로 비칠 수 있으며, 표준 경로인 기피 신청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결정은 개별 판사의 실제 편향 여부에 관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절차의 올바른 통로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용어 풀이: 독자 이해를 위한 추가 설명
사법 비위 제소(judicial misconduct complaint)란, 판사가 법관 윤리를 어겼거나 품위를 손상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제기되는 절차를 뜻한다. 이는 징계 가능성을 전제로 한 감독 수단으로, 특정 사건의 결론을 바꾸는 통로가 아니다. 반면 재판부 기피(recusal)는 판사가 사건에서 이해충돌이 있거나 공정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때, 해당 사건에서 물러나도록 요청하는 사건 절차 내 신청이다.
‘WTF’는 영어권에서 강한 놀라움이나 불만을 드러내는 속칭 표현으로, 법정 내 사용 시 품위 유지 의무와 관련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수사적 연습’은 논점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과 설정을 활용하는 법정 화법을 일컫지만, 당사자의 존엄과 절차의 공정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사건의 현재 위치와 다음 단계
현재 연방 항소법원은 행정부의 항소를 심리하면서 레예스 판사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을 중지해 둔 상태다. 이번 사법 비위 제소 기각으로 인해, 핵심 공방은 항소심에서의 법리 다툼과 필요 시 제기될 수 있는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수렴될 전망이다. 본건의 본질은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의 합헌성 및 집행 가능성에 관한 법률 판단이며, 절차적 쟁점은 그 심리 경로를 정돈하는 보조선에 가깝다.
요컨대, 스리니바산 수석판사의 결정은 사법 비위 절차의 남용 방지라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재판부 기피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공정성 우려를 다루라는 절차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번 건에 대한 법무부와 레예스 판사의 추가 입장 표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