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회의론에 흔들리는 중국 ‘반(反) 가격 전쟁’ 랠리

[상하이/싱가포르 로이터] 펀드매니저 양팅우(Yang Tingwu)는 7월 중국 철강·시멘트주가 가파르게 급등하자 서둘러 차익을 실현했다. 이번 랠리는 베이징 당국이 산업계의 가격 전쟁(price war)과잉 생산(over-capacity)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직후 시작됐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양 씨를 비롯한 다수 투자자는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생산자를 구해내려는 야심 찬 계획이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Tongheng Investment 부총경리인 양 씨는 “공장을 폐쇄하면 지방정부의 세수·고용·GDP에 직접 타격을 주기 때문에 과잉 설비 감축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부동산 시장 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가격 반등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차익 실현 세력이 늘어나면,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부 경쟁(內卷, involution)’ 규제를 촉구한 이후 움트기 시작한 중국 산업주·원자재 시장의 회복세가 좌초될 수 있다.

중국 철강업체 지수는 7월 16% 급등했지만 이후 상승 폭을 반납했고, 시멘트 업체 주가도 23% 상승 뒤 되밀렸다. 석탄·태양광·전기차 섹터의 주가 랠리 역시 주춤한 상태다.

이 같은 되돌림(snap-back)은 베이징의 ‘공급 과잉 해소’ 약속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불신을 방증한다. 설령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소비 둔화와 수십 년 만의 글로벌 교역 충격이 맞물리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공급측 개혁과의 차이점

애널리스트들은 2016년 중국의 공급측 개혁(supply-side reform)이 2년간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사례를 떠올린다. 그러나 당시에는 가계 부채가 낮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으며, 글로벌 무역 갈등도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Water Wisdom Asset Management의 헤지펀드 매니저 위안위웨이(Yuan Yuwei)는 최근 랠리가 “단순히 동물적 충동(animal spirits)”, 즉 순수한 투자 심리에 의해 촉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못 박았다.

런던 소재 애시모어(Ashmore) Group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시스 드 모네스(Alexis De Mones)는 정책 효과가 “전체 생산량을 실제로 줄이고,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압력을 완화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주당순이익(EPS) 성장에 긍정적이라면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수 있으나, ‘반 인벌루션’ 정책의 영향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심리의 불안정

정책 효과에 대한 확신 부족은 석탄·유리·철근(rebar)·강선(steel wired rod) 등 국내 원자재 가격이 7월 급등분을 대부분 반납하도록 만들었다.

스프링마운틴 푸장(Spring Mountain Pu Jiang) 투자운용 회장 윌리엄 신(William Xin)은 “폴리실리콘·석탄 가격이 뛰었다가 곧바로 되돌아온 이유는 수요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단기 트레이딩 기회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는 정책 추진력이 단기간이 아닌 향후 18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 관점에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한다.

중국은 33개월 연속 공장 출하가격(factory-gate) 디플레이션을 겪은 뒤, ‘가격 인하 경쟁’ 억제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보고서에서 “리플레이션(re-flation)이 정책 아젠다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낮은 가격·수요 악순환을 끊는 것이 목표”라고 진단했다.

JPMorgan도 같은 시각을 제시했다. 주식 전략가 웬디 류(Wendy Liu)가 이끄는 팀은 “리튬과 태양광처럼 적자 상태에 빠진 부문은 ‘더 많은 수정(fix)’이 이뤄질 것이며, 전방위 랠리 가능성 또한 있다”고 전망했다. 석탄·배터리 같은 산업에서는 선도 기업들이 업계 재편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반 인벌루션’ 테마는 18개월짜리 트레이드”라고 정리했다.


전문용어 한눈에 보기

인벌루션(involution) —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한 표현으로, 치열한 내부 경쟁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 채 모두를 지치게 하는 현상을 뜻한다. 시진핑 주석은 이 같은 ‘무질서 경쟁’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플레이션(re-flation)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중앙은행이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정책·경제 현상을 말한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현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되 음(-)의 디플레이션 영역으로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동물적 충동(animal spirits)1 —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사용한 용어로, 데이터보다 투자자의 감정·본능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개념이다.

1실제 투자에서는 본능적 과열이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