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낙관심이 거의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금 비중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경기 둔화보다는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에 대한 기대가 시장 심리를 지배한 결과이다.
2025년 12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BofA)가 발표한 12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Global Fund Manager Survey)에서 투자자들의 낙관 심리가 최근 3.5~4년 중 가장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널리스트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은 이번 설문을 “the most bullish FMS of past 3.5 years”라고 표현하며 “거시 낙관론(macro optimism)은 2021년 8월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트넷은 정책당국이 ‘run-it-hot(금리·경기 회복을 강하게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런 낙관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주식과 원자재에 대한 자산 배분 비중은 2022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갔다. 반면 현금 보유 비중은 기록적인 저점인 3.3%로 하락했으며, 이전 조사치였던 3.7%에서 추가로 낮아졌다.
하트넷은 이번 조사에서 불·베어 지표(Bull & Bear Indicator)가 7.9로 집계돼 “매도 신호(sell signal)에 매우 근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강한 매수 포지셔닝(bullish positioning)이 위험 자산(risk assets)에 대한 최대 역풍(headwind)“이라고 경고했다.
BofA는 수익 전망이 주요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57%는 소프트 랜딩을 전망했으며, 37%는 ‘랜딩 없음(no landing)’을, 기록적으로 적은 3%만이 하드 랜딩(hard landing)을 예상했다. 설문은 “수익 기대치가 2021년 8월 이래 가장 높다”고 결론지었다.
정책 및 유동성 관련 질문에서는 현 유동성 상황(liquidity conditions)이 “지난 17년 중 3번째로 양호하다”고 평가됐다. 다만 다수의 투자자는 2022년 4월 이후로부터 채권 수익률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응답자의 69%는 케빈 해셋(Kevin Hassett)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군중화 위험(crowding risk)은 상승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BofA는 “AI 버블(AI bubble) 37%”를 최대 테일리스크(tail risk)로 지목했으며, 사모 신용(private credit)과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hyperscaler)의 자본지출(capex)이 신용사건(credit event)의 가장 유력한 발화점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려 있는 포지션은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장기(long) 54%”와 “금(long gold) 29%”로 나타났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2024년 12월 이래 가장 과체중(overweight·OW)하고, 채권은 2022년 10월 이래 가장 과소중(underweight·UW)하며, 원자재는 2022년 9월 이래 가장 과체중 상태라고 BofA는 분석했다.
용어 설명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은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승 없이 성장률을 낮추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이후에도 경기 침체 없이 안정적으로 둔화되는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반대로 하드 랜딩(hard landing)은 금리 인상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불·베어 지표(Bull & Bear Indicator)는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심리 강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정책적 함의 및 시장 영향 분석
이번 조사 결과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현금 비중의 역사적 저하와 주식·원자재 쪽으로의 자금 쏠림은 향후 단기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높인다. 투자자들이 매그니피센트 7 같은 특정 대형 기술주에 집중함에 따라 해당 종목군의 군중화 리스크가 심화되고, 외부 충격일 경우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시장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
둘째, 채권에 대한 과소중과 대다수의 투자자가 예상하는 금리 상승 전망은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그리고 기업의 자본비용(cost of capital)에 영향을 미쳐 주가 전반의 경기민감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BofA가 지적한 사모 신용과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이 신용사건의 주요 발화점으로 거론된 점은 실물부문에서의 레버리지와 자본지출 확대가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사모신용은 정보 비대칭과 유동성 한계로 인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넷째, 유동성 지표가 과거 17년 중 상위권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강한 낙관 포지셔닝은 조정 발생 시 급격한 유동성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양호한 유동성 지표가 단기적인 안전장치로 작동하더라도, 포지션이 과도하게 쏠린 상태에서는 방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정책 대응의 관전 포인트
정책당국과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가 관건이다. 시장이 run-it-hot 기조를 예상하는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화되면 연준은 긴축적 스탠스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성장 둔화가 심화하면 연준은 완화적 신호를 제공할 수 있어,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자산 가격의 방향성과 변동성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종합하면 이번 BofA 설문은 투자자 심리가 강한 낙관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일한 낙관심이 시장의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경고하고 있다. 향후 투자자들은 포지션 집중 위험, 금리 상승 가능성, 사모 신용 리스크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