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러시아 동결자산을 사용하지 않고 차입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위를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장은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EU는 이번 합의로 900억 유로(90 billion euro) 규모의 대출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회원국 간 분열을 피해가는 방안으로 채택됐다. 독일 10년물 국채는 이날 소폭 압력을 받아 수익률이 3.4 베이시스포인트(0.034%) 상승해 2.883%를 기록했다. 이는 목요일의 9개월 만의 고점인 2.895%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편, 유로는 강해진 달러에 대해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현장 투자자와 시장 분석가들의 코멘트는 이번 합의가 채권시장과 국제투자자들의 심리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CARSTEN BRZESKI, ING의 글로벌 거시연구 총괄(프랑크푸르트)은 이번 합의에 대해
“투자자들의 새 대출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
며
“이(러시아 자산 동결)가 유로의 역할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투자자들은 전쟁으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과 유럽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일반 외국 투자자를 구분할 만큼 충분히 영리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법원에 제소하는 사태가 진짜 위험이었다”
고 지적하며, 이번 해결책이 유로본드(Eurobond)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부르진 못하지만
“프로젝트 본드가 분명히 유럽의 도구로 자리잡았다”
고 평가했다.
KYLE RODDA, Capital.com의 수석 시장 분석가(런던)는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면 유럽 국채의 가격을 낮추고 주권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큰 위험이 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조치가 유럽의 재정 부담을 다소 증가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만약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유럽 채권 매입을 회피하게 될 경우 발생할 더 큰 비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일 것”
이라고 분석했다.
SHANIEL RAMJEE, Pictet Asset Management의 멀티애셋 공동책임자(런던)는
“자산을 직접 압수(seize)하려는 데 대해 주저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며, 이런 환경은 금(Gold) 수요에 경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특정 관할권에서 자산 보호가 강화된다는 신호가 나온다면 금에 대한 수요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고 덧붙였다.
GEORGE BOUBOURAS, K2 Asset Management의 리서치 책임자(멜버른)는 이번 합의를
“좋은 합의”
라고 평가하면서
“추가 지원이 요구되며 더 많은 지원이 올 것이다”
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최근의 미·유럽 에너지 거래들이 EU의 우크라이나 기금과 상호보완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2025년 하반기에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된 측면이 있으나, 이러한 완화가 시장을 안일하게 만들고 있으며 2026년에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위험이 있다”
고 경고했다.
용어 해설
동결된 러시아 자산(Restricted/Frozen Russian assets)은 제재 등으로 인해 해당 자산의 소유자나 관련 당사자가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여 있는 자금을 말한다. 이번 사안에서 일부는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법적·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프로젝트 본드(Project bond)는 특정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이번 합의에서 EU가 제시한 구조는 전통적 의미의 국가 연대 채권인 ‘유로본드’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공적 신용을 활용하는 성격을 띤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이번 합의는 단기적으로는 주권채의 직접적 대규모 약세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2.883%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는 투자자들이 EU의 차입 방식이 시장에 즉각적인 불신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영향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1) 국제투자자 심리 변화 — 만약 주요 채권 보유국이(예: 중국) 유럽 채권 매입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장기적으로 유럽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Kyle Rodda의 지적처럼 이는 EU의 재정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2) 법적 리스크와 정책의 지속성 — Carsten Brzeski가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가 법정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비용과 불확실성이 증가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3) 안전자산 수요(예: 금) 변화 — 자산 보호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면 일부 투자자는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다. Shaniel Ramjee는 이에 따른 금 수요의 소폭 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4) 유로화와 환율 움직임 — 단기적으론 유로는 달러 대비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대출 규모와 재정정책의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유로화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이번 EU의 차입 기반 우크라이나 지원 합의는 즉각적인 금융시장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중장기적 재정 여건과 국제 투자자들의 리스크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은 현재로서는 이 합의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이지만, 2026년을 전후로 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나 주요 채권 보유국의 투자 성향 변화는 채권시장과 통화시장에 새로운 변수를 던질 수 있다.
시장 반응 요약
EU의 900억 유로 차입 합의 소식에 채권시장은 소폭 조정에 그쳤고,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투자자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며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법적 리스크, 주요 채권 보유국의 수요 변화, 지정학적 재긴장 가능성 등은 향후 채권금리와 안전자산 수요에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주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