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일론 머스크의 ‘미래 약속’에 피로감…테슬라 주가 급락

【테슬라(TSLA) 위기의 실체】 전기차(EV) 선도기업으로 꼽혀 온 테슬라가 판매 부진·수익성 악화·정책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차량 인도 대수가 줄고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화당 주도 정책 변경으로 규제 크레딧(배출권) 판매 수익마저 고갈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과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내세운 ‘로보택시·완전 자율주행’ 같은 미래 청사진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Tesla CEO Elon Musk
CNBC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란히 선 2025년 5월 30일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정치적 역풍’까지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곧 운전자 없이도 차가 돈을 벌어주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 일론 머스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中

머스크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테슬라 차량이 주인 잠든 새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험 운행 중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연내 미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며 *단, 규제 승인이 전제*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했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8% 급락했다. 중국발 저가 EV 공세와 유럽·미국 내 정치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 25일 소폭(3.5%) 반등했음에도 주간 기준 하락세를 만회하지 못했고, 올해 들어 22% 떨어져 빅테크 대장주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분기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유럽과 캘리포니아 시장에서 7분기 연속 판매가 줄었다. 머스크는 EV 세액공제(expiring tax credits) 종료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따라 “앞으로 몇 분기 더 험난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현실 체크’
캐너코드 제뉴이티는 보고서에서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미래 사업을 사랑하지만, 지금 당장 P&L(손익계산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제프리스는 실적을 “다소 밋밋하다”고 표현했고, 골드만삭스는 로보택시 프로젝트를 “여전히 소규모”라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기업이 규제 리스크와 실적 악화에 대해 즉각적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Tesla Model Y fleet

자율주행 기술 경쟁 구도
머스크가 스스로를 “병적으로 낙관적”이라고 표현해 온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완전 자율주행(FSD) 출시 시점은 번번이 미뤄졌다. 그사이 알파벳(구글) 산하 웨이모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가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평이 월가를 지배한다.

주주 서한에서 테슬라는 “EV·재생에너지 선도 기업에서 AI·로보틱스·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성장·이익 전망에 대한 새로운 가이던스는 내놓지 않았다.


규제 문턱의 현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슬라가 빠르면 이번 주말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CNBC 확인 결과, 캘리포니아주 자동차국(DMV)과 공공시설위원회(CPUC)의 필수 인허가 절차를 아직 밟지 않았다. CPUC는 “현행 허가로는 인간 운전자가 있는 전세 차량 서비스만 가능하며, 로보택시 영업은 불허”라고 못 박았다.

머스크는 네바다·애리조나·플로리다 등지에서도 규제 승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이나 요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스틴 내부 시험 서비스는 속도 제한 40마일(약 64㎞) 도로만 운행하며, 약 10~20대의 모델 Y에 원격 모니터링과 승객석 안전요원을 배치한 상태다.

경쟁사 웨이모의 ‘100만 마일’
같은 날 알파벳 실적 발표에서 웨이모는 “완전 무인차가 공공도로에서 ‘누적 100만 마일’을 돌파했고, 뉴욕·필라델피아 등 10여 개 도시로 테스트를 확대 중”이라 밝혔다. 웨이모 실적은 ‘기타 사업(Other Bets)’ 카테고리에 새 항목으로 편입됐다. 2분기 해당 부문 매출은 3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머스크의 ‘20조 달러’ 자신감
머스크는 자신의 SNS X(구 트위터)에 “언젠가 테슬라 시가총액은 20조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적었고, 실적 콜에서는 “실세계(real-world) AI 분야에서 테슬라는 구글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 규제 크레딧이란?
미국·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제조사가 탄소 배출을 줄이면 정부가 크레딧을 지급하고, 이를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테슬라는 그동안 해당 매출로 흑자를 유지해 왔으나, 공화당이 주도한 법 개정으로 크레딧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 로보택시란?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활용한 호출형(ride-hailing) 서비스로, 운전자가 없는 ‘무인 택시’로 이해하면 된다. 기술 난도·보험·규제 등 장애물이 거대해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전망과 쟁점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여전히 배터리 공정·충전 인프라 등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하지만, 중국 BYD·창안 등 로컬 기업이 급성장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가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과 맞물려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결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미래 약속’이 아닌 ‘즉각적인 성장 지표’다. 향후 1~2년간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 배출권 축소 대응, 판가 인하 없이도 유지 가능한 마진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