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유로존 기준금리 ‘고금리 장기화’ 전망 강화

[ECB·금리] 투자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3월 단기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그 이후에는 차입 비용이 다시 2%를 웃돌 것이라는 가격이 채권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EU 간 관세 협상과 독일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보다는 성장 견인 요인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은 추가 부양책보다 금리 동결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여러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먼저 ECB의 유로 단기금리(ESTR) 선물은 2026년 12월 예치금리가 1.92%에 이를 것으로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3월에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60%가량 반영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일시적 완화 후 다시 긴축”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용어 해설

ESTR(Euro Short-Term Rate)은 유로존 은행 간 익일물 무담보 자금조달 금리를 집계한 ECB 공식 지표로, 정책금리 예상치 파악에 활용된다.

OIS(Overnight Index Swap)는 변동금리(ESTR 등)와 고정금리를 교환하는 파생계약으로, 중장기 금리·정책 기대를 보여주는 ‘시장판 중립금리’ 척도다.

Euribor(Euro Interbank Offered Rate)는 주요 은행들이 상호 간 자금을 무담보로 빌릴 때 적용하는 평균금리다.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일부 포함돼 정책금리보다 다소 높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은행권 전망 및 주요 발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ECB의 현행 완화 사이클이 끝났다”며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무역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ECB가 최근 회의 후 유로존 경기 진단을 ‘긍정적’으로 제시한 만큼 2% 수준에서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본다.

ING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총괄 카스텐 브제스키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가 목표치(2%)를 하회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 재정지출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 기업 비용을 높여 구조적으로 2%를 상회하는 인플레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제스키는 정책금리가 ECB가 추정한 중립금리 범위(1.75~2.25%) 상단을 뚫고 ‘타이트닝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라보뱅크 선임 채권전략가 린 그레이엄-테일러도 “성장 전망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부정적이지만, 인플레 경로 역시 마냥 안심할 수 없다”며 2027년 말까지 예치금리 ‘변동 없음’을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BNP파리바 선진국경제 리서치 총괄 폴 홀링스워스는 “내년 4분기 추가 1회 인상”을 점쳤다. 그는 “관세 부담 약화보다 재정정책 효과가 더 커지면, ECB는 금리를 ‘중립 구간 내 재조정’ 차원에서 소폭 인상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 지표 동향

5년 만기 ESTR OIS는 독일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재정개혁을 단행했던 3월 초 2.406%까지 치솟은 뒤, 최근 2.12% 내외에서 등락하며 6주 연속 2%대를 유지 중이다.

2027년 만기 Euribor 선물 곡선 역시 3월 일시적 하락 후 완만한 상승 추세를 그리며 2% 이상 정착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8월 들어 3% 가까이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부터 금리인하에 복귀할 가능성을 반영하는 반면, ECB는 동결을 점치는 흐름이 뚜렷하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팬데믹 발 인플레가 겹쳤던 2022~2023년과 달리, 현재 시장은 ‘관세 타격’ vs ‘재정 부양’이라는 이중 변수에 주목한다. 관세 협상이 결렬돼 재차 디플레 압력이 커지면 3월 한 차례 인하는 실현될 수 있지만, 이후 성장·인플레가 회복세를 유지한다면 다시 긴축 기조로 전환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기자가 종합한 바, 고금리 장기화는 유로존 금융 시스템 안정성, 은행 수익성, 기업 차입 비용 등에 복합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부양을 넘어 인플레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 향후 통화·재정 정책 조합에 대한 세심한 조율이 요구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금리 ‘상방 위험’에 대비해 듀레이션(만기) 조정, 변동금리부 상품 활용, 유로화 강세 수혜 자산 편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수출기업·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환율·금리 변동성을 헤징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환경이 ‘긴축적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ECB의 통화정책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한층 중요해졌다. 시장은 매 회의마다 ‘물가 목표·성장·재정’ 세 축의 미세한 뉘앙스를 해석해 금리 경로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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