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스, 월가 랠리·실적 호조 힘입어 사상 최고치 돌파

일본 토픽스(Tokyo Stock Price Index) 지수가 미국 증시 강세와 국내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장중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06분(GMT 기준) 토픽스는 전장보다 0.9% 오른 2,993.14를 기록했고, 장 초반에는 2,993.21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시각 대표지수인 닛케이225는 0.9% 오른 41,151.07을 나타냈다. 이로써 두 지수 모두 월요일의 급격한 하락 이후 사흘 연속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용어 설명: 토픽스·닛케이225

토픽스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000여 개 종목의 시가총액 가중 평균을 나타내는 광범위 지수로, 일본 증시 전반의 체감 온도를 보여준다. 반면 닛케이225는 유동성 및 대표성을 고려해 선정한 225개 대형주(가격 가중 방식)로 구성되며,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판단할 때 자주 인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확신이 형성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다”

고 진단한다. 스미토모미쓰이신탁자산운용의 우에노 히로유키 수석 전략가는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일본은행(BOJ)의 추가 정책 조정 판단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탄한 기업 실적임금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BOJ가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8월 6일 발표된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 임금은 6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물가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가계 구매력이 약화됐고, 이는 지속 가능한 물가 상승을 전제로 한 BOJ의 정책 정상화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방어를 위해 이르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Fed와 BOJ의 정책 방향이 엇갈릴 경우, 달러·엔 환율과 글로벌 자금 흐름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주요 종목 동향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주가는 1.8% 상승하며 토픽스 상승폭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SMFG) 역시 1.56% 올랐다.

의료 서비스 플랫폼 운영사 M3는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2,250엔에서 2,300엔으로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22% 급등했다.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도 10% 뛰었다.

반면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3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며 2.7% 하락, 닛케이 지수에 가장 큰 부담을 주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사 어드반테스트도 0.7% 밀렸다.

특히 반도체주 전반이 부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 계획이 없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글로벌 생산 차질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1600+ 종목 가운데 70%가 상승했고, 26%가 하락했으며 3%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시장·정책·전망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 시즌 동안 제시된 긍정적 가이던스와 배당 확대 정책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임금·물가 간 괴리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소비 회복이 지연돼 주가 랠리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BOJ가 더 이상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시점이 곧 다가올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 폐지 이후 단행될 추가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엔화 가치·수출 기업 수익성·국채 시장 유동성 등 다층적인 변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요컨대, 토픽스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일본 증시가 구조적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고 있다는 투자 심리를 방증하지만, 임금 상승세 지속·글로벌 반도체 수요·미·일 통화정책 등 복합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도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