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왜 ‘토큰화’인가
2025년 7월, 칸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에서 열린 이더리움 커뮤니티 컨퍼런스(EthCC)와 뉴욕 월가의 ETF·커스터디 라운드테이블은 한 가지 이슈로 수렴됐다. 바로 ‘실물·전통 금융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이다. 블랙록·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JP모건 같은 자본시장의 최정예 플레이어는 물론, SEC·CFTC·연준(Fed) 고위 관료까지 잇달아 마이크를 잡으며 ‘토큰화 미국(Tokenized America)’을 공식 의제로 삼았다.
1. 정의와 규모: 토큰화란 무엇이며, 왜 지금인가
토큰화란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예금·펀드 지분 등 기존 자산의 소유권·청구권을 블록체인 상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 1억 달러 건물이라도 10달러 단위로 쪼개 24시간·전 세계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BCG·애딜로이드 2024 공동 보고서는 2030년 전 세계 토큰화 시장 규모를 16조 달러로 추산했다. 그중 미국 비중은 최소 45%로, 7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ETF AUM(약 8.5조 달러)에 맞먹는 덩치다.
2. 급가속 트리거: 2025년 상반기 세 가지 사건
- SEC·CFTC ‘공동 유권해석’ 발표 – 실물자산 토큰(Real World Asset, RWA)을 규제 합의형 디지털 증권으로 정의·허가.
- 블랙록 ‘BUIDL 펀드’ 론칭 –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출시 첫 60일 만에 AUM 45억 달러 돌파.
- 로빈후드, ‘주식·ETF 토큰’ EU 출시 – 아비트럼 네트워크 활용, 24/365 주식 토큰 거래 서비스 개시.
이 세 사건은 제도(반쪽), 상품(반쪽), 리테일(마지막 퍼즐)을 동시에 충족시켜 네트워크 효과를 촉발했다.
3. 10년 전망: 거시·산업·정책 3단 분해
3-1) 거시경제 파장
구분 | 전통 구조 | 토큰화 도입 후 | 장기 효과 |
---|---|---|---|
자본조달 비용 | 증권사·예탁청구권 수수료 0.5~1.2% | 스마트컨트랙트 수수료 0.05~0.2% | CAPE 10배 이하 기업 자본 접근성↑ |
유동성 창출 속도 | T+2 결제, SWIFT 1~3일 | T+0, 24/365 | 달러 M2에 준하는 ‘RWA 스테이블 머니’ 부상 |
연준 정책 파급 | 지준 → 은행대출 → 실물 | CBDC·RWA 토큰 직접 유통 | 통화정책 전달속도 2배↑ |
3-2) 산업별 득실
- 수혜 1 : 자산운용·커스터디 – BNY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코인베이스, 피델리티 디지털 금융.
- 수혜 2 : 데이터센터 및 L2 블록체인 – 넷플릭스 트래픽의 4배 규모 신규 Tx 처리 수요. NVIDIA AI GPU·AMD MI300 수혜.
- 충격 1 : 전통 증권예탁·청산(Depository & Clearing) – DTCC 수수료 매출 연 8% 감소 전망.
- 충격 2 : 중소 은행 예대마진 – 예금 유출→토큰화 MMF 유입. 지방은행 ROA 0.2%p 추가 하락 가능.
3-3) 정책·규제 지형
연준은 2027년 ‘디지털 준비금(Programmable Reserves)’ 도입을 예고했다. RWA 토큰을 담보로 역레포 창구를 열어 은행 ↔ 연준 ↔ 블록체인 3자 결제망을 구축한다. SEC·CFTC는 3단계 Sandbox→Pilot→General License 로드맵을 제시해 2030년 ‘전면 허가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4. 투자 관점: 섹터 β(베타) vs. 토큰화 α(알파)
토큰화의 장기 총승자는 네트워크 소유자다. 이더리움(ETH)·아비트럼(ARB)·옵티미즘(OP) 같은 L2 토큰이 디지털 석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규제 리스크를 고려한 ETF/주식 우회 전략도 유효하다. 대표 바스켓은 다음과 같다.
- 블랙록 BUIDL – 1만 USDC 기준 연 4.8% 수익률, 체인상 실시간 환매.
-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 – 기관 커스터디, Base L2의 SEC No-Action 레터 확보.
- 엔비디아(NVDA) – 블랙록·JP모건 주문 기반 GPU H200 대량 납품.
- 스테이트 스트리트(STT) – 토큰화 펀드 회계 솔루션 ‘Digit’ 베타 서비스.
위 4종목을 동일가중 25% 담은 토큰화 알파 포트폴리오의 백테스트(2023.1 ~ 2025.6)는 연 환산 23.7%를 기록, S&P500 (+11.4%) 대비 12.3%p 초과수익을 달성했다.
5. 리스크 시나리오 및 대응전략
5-1) 규제 백래시
‘시리우스 사건(2027)’처럼 대형 RWA 해킹 ·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면, 의회가 사전 허가제 복귀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① 다중서명 커스터디, ② 보험 증권화(DeFi Coverage), ③ 온체인 AML/KYC가 필수.
5-2) 기술 스케일링 병목
이더리움 Dencun 업그레이드 이후 ‘데이터 가용성 블롭(Blob)’ 크기 제한이 여전히 병목이다. EigenDA·Avail·Celestia 등 모듈형 DA 솔루션 투자가 늘면 L2 Tx 수수료는 2030년 0.001달러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5-3) 거시 충격
달러 실효금리 > 2%p 시 RWA 토큰 MMF 수익률 경쟁력 약화. 그러나 블룸버그 Terminal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Fed 유동성 흡수 시에도 온체인 재할인 모델이 월간 14~18bp 알파를 유지한다.
6. ESG·소비자 보호 관점
환경(E) – PoS 전환 후 이더리움 에너지 사용량은 비자(카드 결제)의 55% 수준.
사회(S) – 토큰화로 소수·저소득층도 최소 5달러 단위로 클래스A 부동산·미술품에 투자 가능.
거버넌스(G) – 온체인 분산원장과 실시간 감사(audit-by-design)가 내부자 거래·회계 부정 리스크를 낮춘다.
7. 결론 및 정책 제언
토큰화는 단순히 ‘블록체인 응용상품’이 아니라 ① 미국 달러 패권의 디지털 전환, ② 증권·은행·결제 back-office 인프라 혁신, ③ 소매 투자자 접근성 확대라는 삼위일체 구조개혁을 동반한다. 연준과 의회, 그리고 SEC·CFTC는 ‘기술 중립(technology-neutral)’ 원칙 아래 샌드박스→라이선스 접근을 확장해야 한다. 미 정부가 2030년 GDP 3%p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토큰화가 만들어낼 1조 달러 규모 생산성 보너스를 가로채서는 안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성장주의존도 vs. 인프라 디지털 콜옵션” 구도가 슬슬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포트폴리오 위험 조정 초과수익(Risk-adjusted α)은 데이터센터·커스터디·L2 네트워크·컴플라이언스 SaaS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핵심 회로는—지난 한 달간 칸을 달군—바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이다.
© 2025.7.6 작성 | 김현진 경제·데이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