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금융의 시대 개막: 7조 달러 머니마켓펀드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미국 자본시장 지각변동

집필자│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Ⅰ. 서론 ― “눈에 보이지 않는 1bp의 혁명”

2025년 7월 마지막 주, 월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장친화적이면서도 장기적 파급력이 큰 뉴스가 있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뉴욕멜런(BNY 멜런)이 손잡고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7조1,000억 달러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겉보기에 단순한 ‘자산 토큰화(tokenization)’ 프로젝트지만, 이 한 줄 헤드라인은 미 달러 금융체계의 결제 · 청산 · 담보 인프라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 칼럼은 해당 이슈를 단일 주제로 삼아,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10년 이상의 장기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Ⅱ.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란 무엇인가?

토큰화(Tokenization)란 실물 또는 기존 전통자산의 소유권·배당권·수익권을 불변성과 투명성을 갖춘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기술적 행위다. 이번에 발표된 구조는 크게 다섯 단계로 요약된다.

  1. 기관투자자가 BNY 멜런을 통해 MMF 지분을 매입
  2. BNY가 해당 지분을 골드만삭스 사설 블록체인에 ERC-1400 호환 포맷으로 토큰화
  3. 토큰은 GS 네트워크 내에서 T+0 실시간 전송·청산·담보 설정 가능
  4. 스마트컨트랙트가 ▲할당 이자 ▲발행·소각 ▲규제 보고서를 자동 처리
  5. 기관은 필요 시 법정화폐로 환매·상환 가능하며, 지분 대차(증권대여)에도 활용

즉 기성 MMF의 유통·정산 계층만 혁신함으로써 레거시 규제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의 장점을 끌어들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Ⅲ. 왜 머니마켓펀드부터 토큰화되는가?

1) 규모의 경제
MMF는 미 재무부 단기물·일일 환매조건부채권(Repo)·AAA 회사채 등 초단기 고품질 채권으로 구성돼 자본풀(capital pool)이 거대한 반면 가격 변동이 극히 낮다. 토큰화 파일럿에 위험관리·회계 논란이 최소화된다는 뜻이다.

2) 유통·청산 병목
전통 MMF의 교환·담보 설정은 DTCC, Fedwire, 실무 데스크를 거치며 T+1~T+2가 소요된다. 대형 은행·헤지펀드는 레버리지 운용 시 하루짜리 이자 스프레드만으로도 수천만 달러를 좌우하기 때문에 1일 결제 지연이 곧 ‘손실’로 이어진다. 블록체인 기반 DvP(Delivery versus Payment) 실시간 결제는 이 지연 비용을 제거한다.

3) 스테이블코인 대안
지난 5년간 USDC·USDT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크립토 생태계의 결제 인프라를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나 회계·감사·준비금 투명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은행·운용사는 규제 프레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한 24/7 가용성을 제공할 자산으로 MMF를 선택했다.

Ⅳ. 이해 당사자 매트릭스

주체 이익 잠재 리스크
대형 은행 (GS·JPM 등) 결제 수수료 절감, repo 담보 최적화, 신규 서비스 수수료 블록체인 운영비, 사이버 보안, 규제 중복
자산운용사 (BlackRock 등) MMF AUM 확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배당 자동화 펀드 회계·세무 처리 표준 부족
기관 LP (연기금·보험사) 유동성·투명성 개선, 담보 다변화 스마트컨트랙트 오류, 법적 소유권 해석 미비
규제당국 (SEC·OCC) 시장 투명성, 리스크 모니터링 데이터 확보 새로운 프레임워크 설계 부담
핀테크·블록체인 업체 API·인프라 공급 수익 대형 은행과 경쟁·제휴 동시 진행

Ⅴ. 중장기 거시적 파급경로

다음 그래프는 본 칼럼니스트가 작성한 ‘토큰화 도입이 유발할 유동성 순환 경로’이다.

Liquidity flywheel model

  1. 초기 유동성 부스터: 7.1조 달러 중 5%만 토큰화돼도 3,500억 달러가 실시간 결제 가능 자산으로 이동
  2. 레포·파생상품 담보 혁신: GS·BNY 자체 Repo 플랫폼(프라이빗 체인)에서 MMF 토큰이 담보로 인정 → 헤어컷 0.5%p 축소
  3. 2차 발행시장 형성: 암묵적으로 폐쇄형 블록체인 사이 사이드체인 브리지 생성, 24/7 스왑 마켓 출현
  4. 규제 시범사업 확대: OCC가 ‘Tokenized Asset Legal Netting Rule’ 제정 → 지방은행·쿠스토디언 참여
  5. 장기 인프라 통합: FedNow 4.0 버전에 블록체인 인터페이스 모듈 탑재 → 달러 결제 인프라 이중화

Ⅵ. 주식·채권·달러 유동성에 끼칠 영향

①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
MMF 토큰은 증권계좌→토큰→증권계좌로 이동하며 ‘가교(collateral bridge)’ 역할을 한다. 옵션 만기일, FOMC 이벤트 때 헤지펀드가 스프레드 거래를 할 때 현금 대신 토큰화 MMF를 끼워 넣으면 거래비용이 5~8bp 줄어 알파-수익의 변동이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② 단기 국채 수요 증가
MMF 풀은 결국 T-Bill을 매입해야 한다. 블록체인 담보를 요구하는 디파이(DeFi)·트래디파이(TradFi) 혼합 플랫폼이 MMF 토큰을 예치 자산으로 요청하면 MMF 유입 경쟁 → T-Bill 매입 압력이 커져 단기금리 하락 요인이 된다.

③ 달러 패권 강화 vs 위안화 도전
달러 자산 토큰화가 선점 효과를 확보하면, 각국 중앙은행(CBDC)·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대비 준거통화(Reference Currency)로서 USD 지위가 공고해진다. 반면 중국은 이미 e-CNY로 교역 결제망을 실험 중이다. 향후 5년 내 토큰화 MMF와 e-CNY가 디지털 달러·디지털 위안의 간접 대리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Ⅶ. 리스크 요인

  • 스마트컨트랙트 버그: 미국 CFTC·SEC는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으로 인한 자산 손실을 최종 수탁기관 책임으로 규정할지 불명확하다.
  • 규제 중복: MMF 토큰이 증권인지·결제 토큰인지·스테이블코인인지 법적 해석이 중첩될 수 있다.
  • 프라이버시·AML: 토큰 전송 로그가 블록체인에 영구 기록되므로 대형 기관의 거래 패턴이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 기술 분열: JP모건 Onyx, 씨티 Regulated Liability Network 등 각자 독립 체인을 구축 중이어서 ‘블록체인 파편화(Chasm)’가 심화될 수 있다.

Ⅷ. 투자 기회 지도(Investment Map)

본 칼럼니스트는 토큰화 MMF 도입 이후 미국 상장사 3대 그룹을 눈여겨본다.

테마 대표 종목 논리
① 금융 백엔드 인프라 ACN, BR, FISV 대형 은행 백오피스 통합·KYC·AML 솔루션 공급
② 디지털 커스터디 NDAQ, ICE, BK 토큰 지갑·콜드스토리지·거래소 인터페이스 구축 ③ 퍼블릭·하이브리드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COIN, SQ, IBM API·중간브리지·스마트컨트랙트 감사(Audit) 서비스 제공

Ⅸ. 정책 제언

SEC·OCC·연준은 세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1) 통일 계좌 번호를 부여해 토큰과 전통 증권 간 결제 혼합을 제도화
2) ‘실시간 준비금 보고’ 요건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실시간 모니터링
3) 스마트컨트랙트 오류 보험제도(Mutual Insurance Pool) 도입으로 시스템 충격 완화

Ⅹ. 결론 ― “포스트달러 시대, 달러는 더 디지털해진다”

토큰화 MMF는 향후 기관 간 결제, 리테일 결제, 디파이 브리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 네트워크가 ‘24/7·실시간·스마트컨트랙트 구동’ 형태로 진화하는 관문이자, 미국 금융시장의 전략적 우위를 재확인하는 사건이다. 반대로 이 혁신은 기존 금융 인력·프로세스를 대체하며 새로운 리스크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블록체인 인프라·규제·보안·결제라는 4대 축에서 장기 메가트렌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토큰화는 더 이상 ‘가상 자산’의 실험이 아니라, 7조 달러 머니마켓펀드가 증명한 현실 경제의 게임 체인저다. 금융의 시간은 이제 초당(秒) 단위로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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