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24시간·연중무휴 토큰화 증권 거래 플랫폼’ 개발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거래 편의성과 국제적 접근성 개선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거래·청산·결제 인프라의 근본적 재편,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 재정의, 그리고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기반 자금결제의 신뢰성 문제 등 복합적·구조적 변동이 숨어 있다. 이 글은 ICE 발표와 관련된 최근 보도들을 모두 참조해, 미국 주식·자본시장의 향후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장기적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투자자·정책결정권자·시장플레이어가 준비해야 할 실무적 권고를 제시한다.
왜 지금 이 사안이 중요한가
최근 뉴스 흐름은 세 가지 축에서 금융시장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 ICE가 은행(BNY 멜론·시티그룹)과 협력해 달러 단위 주문·온체인 결제·스테이블코인 기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둘째, 주요 거래소들이 거래시간 연장(나스닥의 23시간 요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의 체인별 편차(예: 솔라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대규모 유출)와 규제·법적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 축이 교차하면 전통적 결제·청산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의 공존 여부, 나아가 시장 안정성의 전개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기술적·운영상 변화의 핵심 메커니즘
전통적 증권거래는 거래→청산→결제(대금·증권 인도)로 이어지는 다단계 프로세스를 거친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중앙청산기관(CCP)과 중앙예탁기관(CSD)이 결제 최종성을 보장하고, 예치·결제는 업무시간에 제한된다. ICE의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제안한다.
- 토큰화(Tokenization): 주식·채권·ETF 등 전통적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상의 토큰으로 표현함으로써 분할·프랙셔널 오너십과 자동화된 권리 이전을 가능하게 한다.
- 온체인 결제(On-chain settlement): 블록체인상에서 결제가 즉시 수행되면 T+2/T+1 등 장기 결제주기가 단축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 이는 크레딧·프리페이먼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유동성 배치의 재구조화를 유도한다.
- 달러 단위 주문·스테이블코인 자금조달: 투자자가 달러 단위로 주문을 제시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결제하는 방안은 국경 간 시차 문제를 완화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발행자 준비자산·감사·규제 준수)이 전제가 된다.
- 24시간 시장·글로벌 유동성: 거래가 24시간으로 확장되면 시간대 기반 유동성 집중이 완화될 수 있으나, 동시에 시차에 따른 분절(liquidity fragmentation)과 연속적 뉴스 반응이 가격변동성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 위험이 있다.
금융시장 구조에 대한 장기적 영향
다음은 토큰화·온체인 결제가 미국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채권시장·파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중장기적(1년 이상) 영향의 주요 요소다.
1) 유동성 및 가격발견
24시간·달러단위 주문과 온체인 결제가 보편화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접근성이 개선되어 장기적 자금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시아·유럽 시간대 투자자들이 현지시간에 즉시 거래·결제를 할 수 있으면 유동성 한계가 완화된다. 그러나 유동성의 시간적 분산은 심층 유동성(가장 유동적인 시간대)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가격발견 기능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될 것이다.
- 단기적: 주요 뉴스·공시가 발생하면 24시간 분산된 시장에서 연속적 반응이 발생해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 중기적: 시장 조성자(MM)·고빈도 트레이더(HFT)의 전략 재편성으로 각 시간대별 스프레드·심도 구조가 달라진다. 일정 시간대에 깊이 있던 유동성이 분산되면 대규모 주문의 시장충격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2) 청산·결제 리스크와 시스템적 상호연결성
온체인 결제는 전통적 중앙청산·예탁기관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 즉시 결제가 가능하면 청산상 신용리스크는 축소된다. 다만 그 대신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한다.
- 암호자산 리스크의 금융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발행자의 자산 구성·유동성·제재·법적 문제(예: Solana 체인의 스테이블코인 유출 사례) 등이 결제신뢰도의 핵심이 된다. 최근 솔라나에서 스테이블코인 보유액 급감이 경고 신호로 드러난 것은 이를 보여준다.
- 운영·기술 리스크: 스마트컨트랙트 버그·네트워크 정지·51% 공격·노드 실패 등은 즉시 결제 환경에서 결제 중단과 대규모 동결사태로 직결될 수 있다. 전통적 청산기관의 ‘휴(스탠바이) 신용’과 대비되는 새로운 취약점이다.
- 상호연결성 확대: 은행·청산기관·거래소·토큰 발행자 간 연결성이 커지면 한 계층의 실패가 온체인 자금흐름을 통해 즉시 전파된다. 이는 시스템적 위험의 전이 속도를 높인다.
3) 은행·기관의 역할 재정의
BNY 멜론·시티 등 전통적 은행이 토큰화 예치금 지원을 공언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규제·신탁·자금세탁방지(AML)/KYC 규정 준수를 전제로 전통 금융의 준법 능력이 블록체인 실무의 조건이 된다. 둘째, 은행들은 토큰화 인프라를 통해 종전의 수탁(custody)·예치(payments)·결제 사업을 유지·확장하려 한다. 그러나 시장의 표준이 분산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은행의 예치 비즈니스와 수수료 구조는 압박을 받는다.
4) 규제·법적 쟁점의 장기화
미국에서 SEC·CFTC·연준·재무부·은행감독당국이 토큰화 기반 증권거래와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관해 조율해야 할 사안은 다음과 같다.
- 증권성 여부: 토큰화 증권의 증권성 판단과 기존 등록·공시 규정의 적용 여부.
- 시장조성과 거래소 규제: 24시간 운영하는 플랫폼의 운영 기준, 시장조성자의 의무, 시세조작 방지 규칙의 적용 시간 범위.
- 결제결함과 예금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예치금의 법적 지위·예금자 보호·파산 처리 규칙.
- AML·KYC·제재 준수: 온체인 거래의 익명성·익스플로러 기반 추적성의 한계와 전통적 규제의 충돌.
거시경제·정책적 파급: 연준·금리·자본흐름 관점
토큰화와 24시간 결제는 금융시장의 자금유통 속도(Liquidity velocity)를 높이고 글로벌 자본 이동의 마찰비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몇 가지 거시적 함의를 갖는다.
실질금리·자산배분
유동성 접근성 개선은 자산가격 프리미엄을 지지할 수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시간제약 없이 미국 주식·채권에 접근하면 달러 자산의 기초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스테이블코인·토큰화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나 발행자 리스크가 존재하면 역으로 달러 자산에서의 ‘신뢰 프리미엄’이 요구되어 자본비용에 새로운 변동요인을 제공한다.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
온체인 결제에서의 초단기 금리(예: 스테이블코인 담보·대여 금리)는 전통적 단기금리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만약 온체인 유동성이 광범위하게 활성화되면 연준의 정책금리 변화가 시장에 전파되는 경로가 더 복잡해진다. 예컨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명확히 전달되기 전에 온체인 유동성의 가중치가 달라지면 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 추정과 타깃 조절이 어려워진다.
실무적 시나리오(1~3년, 3~7년)
다음은 채택 속도와 규제 반응에 따라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베이스라인(가능성 높음, 1~3년): 단계적 상업화와 규제 정비
- ICE·BNY·시티 협업으로 파일럿이 확장되고 기관 간 온체인 결제가 제한적 범위(상장예외·사모·해외소액 투자)에서 상용화된다.
- SEC·연준 중심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어 증권성 토큰의 시장상장은 기존 규제 프레임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스테이블코인 사용은 규제 요건(준비자산 공시·보관·감사)을 충족한 발행자 중심으로 제한되어, 일부 체인(예: 솔라나)에서의 유출 사례는 투자자 보호 규정 강화로 이어진다.
고수요·고변동(확장 가능, 3~7년): 24시간 생태계와 구조적 이전
- 글로벌 투자자들이 24시간 거래를 상시 이용하면서 전통적 거래시간에 의존하던 유동성 패턴이 바뀐다. 미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접근성은 증가하지만 시간대별 심도 차이는 상존한다.
- 은행·청산기관은 토큰화·온체인 결제에 적극 참여하되,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은 결제 안정성·지급결제 연계성 확보를 위한 표준을 강제한다. 분산형·중앙화 모델의 혼합(Hybrid model)이 표준으로 자리잡는다.
-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파편화와 체인별 유동성 불안은 국지적 위기(예: 특정 체인의 결제 중단)가 전통 금융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채널을 만든다. 이에 따라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은행 수준의 규제·예치·감사 요건을 부과할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기관·정책권자에 대한 권고
아래 권고는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1~3년, 3~7년 기간 동안 대비해야 할 실무적 지침이다.
투자자(기관·대형 자산운용사 포함)
- 유동성 가정 재검토: 포트폴리오 리스크 모델에서 거래시간 확장·유동성 분산 시나리오를 가정해 시장충격 비용(Market Impact)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강하라.
- 수탁·결제 파트너 점검: BNY 멜론·시티 등 전통 은행의 토큰화 역량과 규제 준수 능력을 평가하고, 교차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다중 수탁 전략을 수립하라.
- 스테이블코인 노출 관리: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를 허용하거나 사용하려면 발행자의 준비자산·감사보고·환매(레드엠션) 정책을 검증하고, 체인별 유동성 집중 리스크를 제한하는 내부 한도를 설정하라.
중개업·거래소·청산기관
- 상호운용성·표준화 참여: 토큰 표준(권리·배당·의결권의 코드화)과 오프체인·온체인 데이터의 상호운용성 표준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라.
- 운영복원력 강화: 스마트컨트랙트 감사·멀티시그·재해복구(DR)·네트워크 분산성 확보로 기술적 취약점을 보완하라.
정책결정권자·규제기관
- 결제 안정성의 규범 마련: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준비자산·신탁구조·예치·감사 의무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고, 토큰화 증권의 청산·결제 책임자(예: CCP)와의 연계 규칙을 신속히 제정하라.
- 시장감독의 시간 확장: 24시간 운영에 따른 시장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거래조작·시세조작 방지 기준을 시간대별로 명문화하라.
- 국제공조 강화: 온체인 결제는 국경을 초월하므로 BIS·FATF·IOSCO 차원의 다자간 규제 협의체를 통해 표준을 마련하라.
리스크 요약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의 장점(비용 절감·속도·접근성)과 더불어 반드시 관리해야 할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 스테이블코인·발행자 리스크(유동성·준비자산·법적 분쟁)
- 네트워크·스마트컨트랙트 취약성(운영중단·보안사고)
- 유동성 분절 및 시간대별 가격발견 효율 저하
- 규제·법적 공백에 따른 시장 혼란
결론 — 시장 참여자에게 남겨진 과제
ICE의 플랫폼 개발은 단순한 기술 혁신 그 이상이다. 그것은 결제·청산·거래의 전통적 질서를 흔들고, 자본의 국경 간 흐름·시장접근성·거래시간을 재정의하며, 규제와 신뢰의 문제를 전면화한다.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으로서 토큰화의 이점(글로벌 유동성 확대·비용 절감)을 크게 누릴 수 있으나,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신뢰 붕괴·체인별 유동성 이탈(솔라나 사례)·규제 지연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 확대에 취약하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시장 참가자와 정책결정권자에게 핵심 과제다. 첫째, 기술 도입의 속도는 규제·감독의 준비 속도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둘째, 토큰화 결제의 신뢰는 발행자·은행·감독기관의 실천 가능한 약속(준비자산·감사·예치)으로 구축해야 한다. 셋째, 투자자는 유동성과 신용가정을 재정비하고, 체인별·상품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포지션을 조절해야 한다.
끝으로, 투자자와 규제당국은 ICE 플랫폼의 상용화가 가져올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인식하고, 각자의 행동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기술 자체는 시장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지만, 그 효과는 구현 방식과 규제의 완성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테이블코인·토큰 발행자의 신뢰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 변수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비하는 것이 향후 1년 이상 미국 주식·자본시장의 안정과 투자기회 확보의 관건이다.
참고: 본 글은 2026년 1월 중 공개된 ICE의 플랫폼 발표, 나스닥의 거래시간 확장 논의, BNY·시티의 협업 보도, 솔라나·스테이블코인 유출 관련 기사, 금리·채권·주식 시장 동향 보도 등 제공된 자료들을 종합해 작성되었으며 저자의 분석과 권고를 포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