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규제·실물경제가 ‘이더리움 표준’으로 수렴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지금, 50년 만의 백엔드 교체에 착수했다. 주식·채권·머니마켓펀드·스테이블코인·부동산까지 ‘토큰(Token)’으로 갈아입고 있는 이 거대한 흐름의 기술적·제도적 중심은 이더리움(Ethereum)이다. 본 칼럼은 월가·규제·실물경제 세 축의 동학(動學)을 종합해 향후 최소 10년 이상의 거시적 충격파를 전망한다.
1. 왜 지금, 왜 이더리움인가?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월가의 주요 CIO들은 “블록체인은 흥미롭지만 실제 전환은 먼 이야기”라는 말로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을 끝냈다. 2025년 여름, 뉴욕·파리·칸의 컨퍼런스장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로빈후드는 아비트럼(Arbitrum) L2 위에 24시간 거래 가능한 주식·ETF 토큰을 얹겠다고 선언했고, 블랙록은 머니마켓펀드를 그대로 옮겨 담은 토큰화 MMF ‘BUIDL’로 3주 만에 7억 달러를 끌어들였다. 도이체방크·BNP파리바·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등 대형 기관이 줄줄이 이더리움 계정(EOA)을 개설 중이다.
원동력은 세 가지다.
- ① 경제성 & 확장성 — L2 롤업 덕분에 평균 결제 수수료가 0.01달러 이하, 1초 미만 확정이 현실화됐다.
- ② 규제 명확성 — 미 연방 하원이 GENIUS Stablecoin Act를 초당적으로 가결,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했다.
- ③ 네트워크 효과 — 시가총액 3,600억 달러의 ETH, TVL 1,900억 달러의 DeFi, 하루 2,500만 건의 트랜잭션이라는 파이프라인이 이미 존재한다.
2. 월가가 거대한 ‘배관 공사’를 시작했다
기관 | 토큰화 자산 | 블록체인/프로토콜 | 연내 목표 AUM |
---|---|---|---|
BlackRock | 머니마켓펀드, 美 국채 | 이더리움(L1) | $25bn |
Franklin Templeton | MMF ‘BENJI’ | Stellar→Ethereum L2 | $5bn |
JPMorgan Onyx | 대기업예치, FX PvP | Polygon CDK | $15bn |
Citigroup | 사모펀드 LP지분 | Canton Network(메인넷 예정) | $3bn |
Robinhood | 주식·ETF 토큰 | Arbitrum Orbit | $10bn(거래액) |
※ CNBC·회사 발표·필자 추정 종합, FY26 목표액
표에서 보듯 이미 미국 최고 자산운용사 5곳 중 4곳이 이더리움 생태계 안으로 들어왔다. 이것은 실험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이전이다. 토큰이 발행되는 순간 즉시 유동화·분할·재사용할 수 있다. 전통 금융에서 LCH·DTCC·DTC 등 수십 개 후선 기관이 담당하던 정산·케어를 단일 스마트계약이 수행한다.
3. 규제도 ‘명확성 게임’으로 이동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말까지의 ‘집단 소송·토큰 스캔들’ 국면에서 벗어나 등록 기반(Disclosure‐First) 접근으로 선회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허용하되, OCBO(온체인 분리 운영 & 실시간 보고)를 의무화했다. 이는 달러 패권 방어와 거래 투명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도다. 유럽 ESMA·싱가포르 MAS·일본 FSA가 유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컨버전스(규제 수렴)가 시작됐다.
4. 토큰화가 끌고, 스테이블코인이 민다 – 거시 파급력 분석
① 유동성 구조
기존 T+2 결제→D+0 실시간(atomic) 결제 전환은 증거금·재할인 비용을 연 400억 달러 이상 절감할 전망이다(BCG 리포트).
② 달러 수요
USDC·PYUSD·JPM Coin 등 달러 연동 토큰은 글로벌 MMF 대체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달러예치→USDC 스왑→토큰화 MMF ‘BUIDL’ 예치 루프가 달러 기축을 오히려 강화한다.
③ 통화정책 전달
FRB가 RRP(역레포) 금리 변경 시 토큰화 MMF에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반영된다. 이는 정책 시차(time lag) 단축을 의미하나, 과도한 변동성을 유발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④ 신흥국 자본유출
달러 토큰이 국경 검열 없이 이동하면 Emerging Market 외환통제 정책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 반면, 토큰화 국채 발행으로 오히려 글로벌 투자풀을 넓히는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5. 기술·보안·거버넌스 과제
- 확장성 ▶ Danksharding 로드맵이 2027년 완성되기 전까지 L2 파편화(fragmentation) 해결이 관건.
- 프라이버시 ▶ 기관은 영지식증명(ZKP) 기반 차폐 거래(privacy pool)를 요구. 반면 규제당국은 트래블룰 적용을 고수.
- 검열 ▶ OFAC 제재 리스트와 스마트계약 불변성의 충돌. 스마트 서킷브레이커 모델 논쟁.
- 시스템 리스크 ▶ L2 시퀀서 단일 장애점(SPOF)이 ‘블랙먼데이 온체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6. 투자 전략 – “블룸버그 단말 대신 메타마스크를 열어라”
① 인프라 레이어 ETF | 카테고리: 섹터·산업(블록체인)
• Grayscale Future of Finance ETF(GFOF): RWA 토큰화 수혜주 50종목 분산.
• Bitwise Crypto Industry Innovators ETF(BITQ): L2 올인원 지수.
② 온체인 리저브 수익 전략
- USDC → EigenLayer 리스테이킹 → 수수료 12 ~ 16% APY
- BUIDL MMF 토큰 → DeFi 대출 풀 담보 → 레버리지 MMF 전략
③ 토큰화 채권(T-Bill Token) 차익 거래
싱가포르・프랑크푸르트 거래소 간 프리미엄 1.2 bp 포착 시 5x 레버리지.
※ 모든 전략은 스마트컨트랙트·스테이블코인·토큰화 유동성에 대한 실사용 검증이 선행돼야 하며, 스마트컨트랙트 결함·해킹·규제 변경 리스크가 존재함.
7. 필자의 장기 전망 & 결론
본 칼럼은 지난 10년간 이더리움 개발자 회의(Devcon)·ETHcc·Consensus 현장을 누빈 기자 경험과 30개 이상 기관 세션을 인용해 작성됐다.
첫째, 2030년까지 글로벌 증권의 8~12%가 토큰 형태로 유통될 것이다. 이는 2010년 스마트폰 보급률(11.9%)과 유사한 S-커브의 초입이다.
둘째, 토큰화는 달러 패권을 약화하기보다 재정의(re‐denominate)한다. ‘페이팔 USD(PYUSD)’ 같은 상업은행 스테이블코인이 역외 달러의 디지털 버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규제 경쟁은 ‘배제’가 아닌 ‘포섭’을 택한 국가에 우호적으로 작동한다. 싱가포르·아부다비·스위스 취리히가 토큰 금융 허브 1군에 올라설 것이며, 뉴욕과 런던은 규제 면허 체계를 간소화하지 않는 한 탈(脫)중심화에 직면한다.
넷째, 한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을 2026년까지 통과시킬 경우 코스피 토큰화·원화 CBDC 연동으로 아시아 캐피털마켓 재편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더리움은 ‘크립토’가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선택한 새 하부구조(infrastructure)다. 1990년대 인터넷이 전자우편으로 시작됐듯, 토큰화는 이제 막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단계다. 익숙한 증권 계좌와 MTS 화면 뒤에서 토큰이 silently swapping 되는 그날,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체크엔진’ 경고가 아니라 새 대시보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이더리움 연구·자본시장 칼럼니스트 김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