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통신 대기업 텔레포니카(Telefónica)가 2025년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며 연간 재무 목표와 배당 정책을 변경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텔레포니카는 2025회계연도 상반기(1~6월) 계속사업 기준 순이익 5억5,800만 유로를 기록했다. 2분기(4~6월) 매출은 89억5,300만 유로, 상반기 누적 매출은 180억 유로를 넘어섰으며, 유기적(organic) 기준으로 두 기간 모두 1.5% 성장했다.
다만 환율(외환) 변동이 보고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고, 조정 EBITDA 역시 4.6% 줄었다. 회사는 매출·이익 지표 모두 유기적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유로화 강세 등 환율 효과가 보고 수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역별·사업부별 주요 성과
스페인 본토 사업은 2분기에 유기적 매출 성장률 1.9%를 기록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브라질 법인은 같은 기간 7.1%의 성장률을 달성해 그룹 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자회사(O2 Germany)의 경우 모바일 후불(계약) 가입자 순증(net adds)이 12.1% 증가해 시장 점유율 확대 기조를 확인시켰다.
마르크 무르트라(Marc Murtr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사 차원의 전략 재검토가 진행 중이지만, 일단은 올해 수립된 경영 과제를 ‘규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사이버보안·빅데이터 등을 담당하는 텔레포니카 테크(Telefónica Tech) 매출은 2분기에 12.5% 증가한 5억6,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10.74억 유로, 성장률 9.6%다. 고부가가치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배당 정책 및 재무 구조
회사는 2025 회계연도 현금배당을 주당 0.30유로로 확정·유지했다. 지급 시기는 두 차례로 나뉘어 2025년 12월 0.15유로, 2026년 6월 0.15유로를 분할 지급한다. 배당 성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순차입금(Net financial debt)은 2025년 6월 30일 기준 276억900만 유로로, 1년 전보다 5.5% 감소했다. 현금 및 단기투자 등 유동성 규모는 186억4,900만 유로로, 만기가 2026년 이후로 넘어가는 장기 차입금 비중이 80% 수준에 달해 중·장기적 유동성 위험이 낮다는 평이다.
특별손익·중남미(Hispam) 구조조정 진행 상황
2분기 그룹 전체 순이익은 계속사업 이익 1억5,500만 유로에도 불구하고, 중단사업 손실 2억600만 유로가 반영되며 5,100만 유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손실은 13억5,500만 유로이며, 이 중 19억1,300만 유로가 중단사업 손실이다.
Hispam 노출도(Hispam exposure) 축소를 위한 구조조정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우루과이와 에콰도르 사업부 지분 매각을 완료했으며, 앞서 발표한 아르헨티나와 페루 사업 매각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진은 “중남미 사업 재편을 통해 포트폴리오 복잡성을 낮추고, 핵심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 기반·인프라 현황
텔레포니카는 상반기 말 기준 총 3억4,860만 회선(Accesses)을 보유해 글로벌 최대 가입자군 중 하나를 유지했다. 초고속 광섬유(fiber) 인프라는 1억7,100만 가구(또는 기업) 이상에 구축돼 있으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 보급률이다.
회사는 초고속브로드밴드(Ultra-Broadband) 분야에서 ‘FTTH(Fiber to the Home)’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가구와 기업이 기가급 속도를 이용하도록 지원하며, 5G와 결합한 융합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해설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는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의 영업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Net Adds는 일정 기간 내 이동통신·인터넷 등 가입자 수 순증가분을 말한다. 신규 가입자에서 해지 가입자를 뺀 값으로, 통신사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Hispam은 ‘Hispanic America’의 줄임말로, 텔레포니카의 중남미 사업 영역(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페루·우루과이·에콰도르 등)을 통칭한다. ‘Hispam exposure’란 해당 지역 사업 비중·위험 노출도를 의미한다.
전망 및 시사점
텔레포니카는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도, 유기적 성장과 비용 효율화에 기반한 2025년 가이던스(매출·EBITDA·현금흐름 목표)를 유지했다. 브라질·독일 등 핵심 시장에서 확보한 성장동력, 테크 부문의 고성장, 중남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완화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ICT·클라우드·보안 각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통신사(telco)’를 넘어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텔레포니카가 기존 음성·데이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2025년 12월과 2026년 6월 예정된 현금배당은 향후 금리 추이·환율 흐름에 따라 투자자 배당수익률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순차입금 감소 및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배당 안정성은 단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텔레포니카는 복잡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체계적인 구조조정·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기반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환율 변동과 중남미 매각 절차의 변수는 향후 실적에 불확실성을 남길 수 있어, 투자자들은 관련 이슈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