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Inc., 티커: TXN)가 미국 투자 리서치 업체 발리디아(Validea)가 운용하는 22개 ‘구루(Guru) 전략’ 평가에서 파르타 모한람(Partha Mohanram)의 P/B 성장 투자 모델 기준으로 77%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 점수는 대형 성장주에 속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B/M)과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한 결과로 풀이된다. 발리디아는 각 전략별 80% 이상이면 ‘관심’, 90% 이상이면 ‘강한 관심’ 구간으로 분류하는데, TXN은 이에 근접한 수준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TXN은 반도체 산업 내 대표적인 대형 성장주다. 시장분석가들은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상향, 전장·산업용 반도체 수요 확대, 그리고 주주환원 정책 등을 핵심 동력으로 꼽는다. 모한람 모델은 주가 밸류에이션이 낮으면서도 재무제표 상 질적 지표가 우수한 기업을 ‘장기 성장 승자’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TXN의 이번 평가는 의미가 있다.
파르타 모한람 모델이란?
모한람 교수(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 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는 ‘가치주가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기존 학계 통념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Low Book-to-Market 종목, 즉 책정된 장부가치 대비 주가가 높은 성장주라도, 특정 질적·양적 척도를 충족할 경우 지속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발표 논문 “Separating Winners from Losers among Low Book-to-Market Stocks using Financial Statement Analysis”에서 △높은 자산수익률(ROA) △영업활동현금흐름(CFO) 우위 △변동성 최소화 등을 핵심 지표로 제시했고, 이는 투자업계에서 ‘모한람 G-Score’로 통용된다.
해당 모델은 전통적인 P/B(Price-to-Book) 대신 Book-to-Market을 활용해 ‘낮은 B/M=높은 P/B’인 성장주를 선별한다. 이때 자산 대비 광고·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기술 투자와 수익성 균형을 점검하고, 설비투자(CAPEX) 비중으로 성장 기반을 파악한다.
TXN 평가 세부 항목
PASS BOOK/MARKET RATIO
PASS RETURN ON ASSETS(ROA)
PASS CFO TO ASSETS
PASS CFO TO ASSETS VS. ROA
PASS ROA VARIANCE
PASS SALES VARIANCE
FAIL ADVERTISING TO ASSETS
PASS CAPEX TO ASSETS
FAIL R&D TO ASSETS
TXN은 9개 세부 항목 가운데 7개를 통과했다. 특히 자산수익률과 영업현금흐름 관련 지표는 모두 ‘PASS’를 받아 재무 건전성이 입증됐다. 다만 광고비 및 R&D 비중에서 미달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관련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해온 TXN의 전통적 경영 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다.
광고비/자산 지표는 주로 B2C 기업에서 중요도가 높지만, B2B 성격이 강한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사인 TXN은 직접적인 소비자 마케팅을 최소화한다. R&D/자산의 경우, TXN이 팹리스(Fabless)가 아닌 자체 생산설비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설비투자로 인한 자산 증가 때문에 분모가 커지는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투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1) 성장주 선별 도구로서의 의미
모한람 모델은 ‘낮은 B/M 성장주’ 중에서도 재무 안전판이 튼튼한 기업을 가려낸다. 77%라는 평가는 TXN이 밸류에이션 압박을 덜 받으면서도 질적 지표가 우수함을 시사한다.
2) 반도체 업종 내 포트폴리오 구축
투자자들은 최근 인공지능(AI)·전기차(EV)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섹터 전반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성장이 예상되더라도 재무적 변동성이 크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안정적 현금흐름과 속도 조절형 R&D 투자를 병행하는 TXN은 장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정책을 통해 ‘현금 창출형 성장주’로 포지셔닝 했다.
3) 변동성 관리
모한람 모델은 ROA와 CFO 변동성(Variance)을 따로 점검한다. TXN은 이 두 항목에서 ‘PASS’를 받았으며, 이는 경기 사이클에도 수익성이 안정적임을 의미한다. 특히 아날로그·임베디드 제품은 상대적으로 긴 제품 수명주기를 갖기 때문에, 메모리·디지털 논리칩 대비 가격 변동 폭이 작다.
전문가 해석 및 용어 정리
북마켓 비율(Book-to-Market, B/M)은 ‘장부가치/시가총액’으로 계산한다. B/M이 낮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장부가치 대비 높아 시장이 성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사용하지만, B/M 역시 동일 개념을 역수(逆數) 형태로 표현한 값이다.
자산수익률(ROA)은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으로 얼마의 순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반도체 업종은 설비투자 비중이 높아 ROA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TXN은 경쟁사 대비 10% 내외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PASS’ 판정을 받았다.
영업현금흐름(CFO)은 실제로 현금이 유입·유출된 규모를 보여 주어 일시적 회계 이익과 구분된다. 모한람 모델은 CFO/자산과 ROA를 비교해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을 평가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다. 금리가 고점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성장주의 할인율(Discount Rate)이 높아져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TXN의 현금창출력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여력을 제공해 자본비용 상승을 일부 완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전장·산업용 칩 수요다. 전통 PC·모바일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전기차 및 공장 자동화 시장에서 아날로그 및 전력 관리 솔루션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TXN이 주력하는 고마진 제품군과 직결된다.
셋째, CAPEX 집행 속도다. TXN은 댈러스·리처드슨 지역에 신규 300mm 웨이퍼 라인을 증설 중이며, 2025~2026년 연평균 30억 달러 안팎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 감가상각비가 증가하지만,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ROA와 CFO를 개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낮은 B/M 성장주’ 중에서도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 안정성으로 차별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모한람 모델 77% 달성은 아직 ‘강한 관심’(90% 이상) 단계는 아니지만, 반도체 섹터 내 상대적 안전자산(Defensive Growth)으로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