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소송] 미국 통신 대기업 베라이즌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가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그레고리 롤리(Gregory Raleigh)가 설립한 연구·개발 기업 헤드워터 리서치(Headwater Research)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 평결이 나왔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마셜(Marshall) 소재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헤드워터 리서치 측의 손을 들어주며 총 1억7,500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의 손해배상을 베라이즌에 명령했다. 이번 평결은 같은 법원에서 올해 초 삼성전자가 헤드워터에 2억7,8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한 번 헤드워터가 승소한 사례다.
배심원단은
“베라이즌이 헤드워터의 무선 통신 기술 특허를 의도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헤드워터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
고 판단했다. 다만 베라이즌과 헤드워터 측 대리인은 24일(현지 시각) 평결 직후 공식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분쟁의 발단: 비밀유지계약(NDA) 이후 기술 유출 의혹*1
테일러(Tyler) 시에 본사를 둔 헤드워터 리서치는 2023년 제기한 소장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베라이즌과 비밀유지계약(Non-Disclosure Agreement, NDA)을 체결하고 무선 데이터 효율화 기술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데이터 사용량과 네트워크 혼잡을 줄이고,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며,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연결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솔루션으로 소개됐다.
헤드워터 측은 “NDA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베라이즌이 스마트폰·태블릿·셀룰러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자사 특허를 무단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라이즌은 ▲침해 사실 부인 ▲특허 무효 주장이라는 두 축으로 소송에 대응해 왔다.
*1 NDA(Non-Disclosure Agreement)는 기업 간 민감 정보를 공유할 때 활용되는 비밀유지계약으로, 계약 당사자가 외부에 기술이나 사업 정보를 누설하지 않겠다는 법적 의무를 명시한다.
● 왜 텍사스 마셜 법원인가?
마셜 지방법원은 미국 내 특허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는 ‘특허 친화 지구’로 알려져 있다. 빠른 재판 진행 속도와 다양한 배심원 경험으로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술 기업 간 특허 전쟁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헤드워터는 해당 법원을 선택해 소송 전략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헤드워터의 연쇄 승소, 업계 파장은?
헤드워터는 올초 삼성전자를 상대로 2억7,800만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이번 베라이즌 사건까지 연달아 승소했다. 비슷한 기술 분야에서 특허권을 확보한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들이 ‘특허 라이선싱’을 수익 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 판단에 따르면, 대규모 배상액이 확정될 경우 베라이즌은 추가 항소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특허소송의 평균 항소 기간은 1~2년가량이며, 일부 기업은 로열티 협상이나 합의로 절차를 조기 종료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평결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 향후 전망 및 시사점
통신사·단말기 제조사·네트워크 장비 기업 등 무선 통신 생태계 전반이 특허 소송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또다시 확인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 ‘eBay 판결’(eBay Inc. v. MercExchange, 2006)을 통해 영구사용금지명령(Injunction) 남발을 제동했으나, 배심원들이 거액 배상액을 산정하는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5G·6G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네트워크 효율화·전력관리 관련 특허 분쟁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배터리 수명, 데이터 트래픽 절감 기술이 차세대 무선 표준의 핵심 요소로 부상함에 따라, 지적재산권(IP)을 둘러싼 기업 간 협상력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평결과 삼성전자 사건을 계기로, 헤드워터는 기술력뿐 아니라 법적 대응 역량도 입증했다. 향후 베라이즌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더라도, 헤드워터의 특허 포트폴리오 가치는 상당 기간 시장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