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투자자들 우려…전문가들은 ‘버블’ 신호를 본다

텍사스에서 데이터센터 연결 요청이 급증하면서 전력망·인프라 과잉 투자 위험과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2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값싼 토지와 저렴한 전력 비용을 찾아 텍사스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망에 연결을 요청한 대형 프로젝트의 총합이 매우 커져 향후 실제 수요로 귀결될지 여부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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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수치를 보면, 전력망을 관리하는 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ERCOT)의 12월 자료 기준으로 2030년까지 전력망 연결을 요청한 대형 프로젝트 총합이 220기가와트(=GW)를 초과했다. ERCOT은 이 가운데 약 70% 이상이 데이터센터라고 분류했다. 이는 텍사스의 올해 기록적인 여름 최대전력 수요인 약 85GW와, 해당 계절의 총 가용 발전용량 약 103GW보다도 훨씬 큰 수치이다.

“It definitely looks, smells, feels — is acting like a bubble,”라며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원 및 에너지 컨설팅사 IdeaSmiths 공동 창업자 조슈아 로즈(Joshua Rhodes)는 해당 현상을 표현했다. 이어서 그는 “The top line numbers are almost laughable,”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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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연결 요청은 2023년 텍사스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해당 법안은 전력연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로젝트라도 수요 예측에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 결과 올해 전력 연결을 요청한 대형 프로젝트 수는 거의 네 배로 늘어났으나, 그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약 128GW는 아직 ERCOT에 제출할 검토용 연구자료(study)를 제출하지 않았다. 추가로 약 90GW는 심사 중이거나 계획 연구가 승인된 상태다.

규제·검증 강화 움직임도 있다. 텍사스는 단지 투기성 신청을 배제하고 실질적 프로젝트를 분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5월에 통과된 법은 개발사가 초기 연구를 위해 $100,000을 납부하고, 토지 소유권 또는 임대 등으로 부지 확보 사실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개발사가 같은 프로젝트를 텍사스 내 다른 지역에서도 제시했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텍사스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는 피크 전력 기준 메가와트(MW)당 $50,000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규정을 제안했으며, 이는 기가와트(=1,0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대해 최소 $50,000,000 이상의 담보를 요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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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실제 연결량과 현실적 성장 가능성을 보면, 현재 실제로 전력망에 연결되었거나 ERCOT의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 규모는 약 7.5GW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수치상으로는 대형 원전 약 여덟 기에 해당하는 규모이지만,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이 정도의 수요는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로즈는 “우리는 편안하게 8GW의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고, 2030년까지는 20~30GW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과잉 건설로 인한 투자자 손실과 장비·설비 부족에 집중된다. ERCOT의 독립시장감시관 출신인 베스 가르자(Beth Garza)는 현재 수치가 “crazy big(정말 큰 수치)”라며 장비나 소비 측면에서 그 수요를 감당할 재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로즈 역시 “이 정도의 철강을 그만큼 빨리 땅에 박을 물리적 방법이 없다. 중국조차 그렇게 빨리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e know it’s not all real. The question is how much is real,”라고 규제자문기관 Regulatory Assistance Project의 수석 고문 마이클 호건(Michael Hogan)은 말했다. 호건은 미국 전역에 걸친 데이터센터 버블 현상이 텍사스를 과장된 사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력 산업에 1980년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시작해 4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을 소개하면서 전체 현상을 해석했다.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위험도 분명하다. 로즈는 투기적 데이터센터를 위한 발전소, 송전선,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가 실제 수요보다 과하게 지어질 경우, 이는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년간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이 두 배 이상 오른 점을 들어, 인프라 비용 상승과 장비 부족 상황에서 과잉 투자는 더 큰 위험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버블이 꺼졌을 때 누가 부담을 지느냐는 얼마나 많은 철강이 움직였는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구조에 따른 비용 부담 차이도 주목된다. 텍사스의 경우 발전 비용 부담이 주로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라 가정(家庭)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보호될 여지가 있다. 반면 북중부·중대서양 지역을 관장하는 PJM Interconnection이 운영하는 일부 주에서는 발전 수요를 수년 전에 선매(事前 구매)하는 구조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어, 예를 들어 일리노이 북부가 포함된 PJM 지역에서는 지난 9월 주거용 전기요금이 전년 동월 대비 약 20% 인상되었으나, 텍사스는 같은 기간 약 5% 상승에 그쳤다.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전국 평균 상승률인 7% 초과와 비교해 낮은 수치다.

용어 설명: ERCOT은 텍사스 전력망을 운영·관리하는 기관으로, 전력 수요·공급 균형과 그리드 안정성 유지를 담당한다. PJM은 미국 북부·중부·동부 일부 주를 연결하는 대규모 전력 시장 운영기관이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연결을 요청(request to connect)’하는 과정은 발전소·송전망·변압기 등 전력설비의 확충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입찰·검토 절차를 포함하며, 여기에 제출되는 ‘study’는 설계·영향평가 자료를 뜻한다. 참고


향후 경제·가격 영향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첫째, 만약 많은 신청이 실제 가동으로 이어질 경우 전력 수요 급증은 중·장기적으로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확충을 초래해 설비투자(CAPEX)가 증가한다. 설비투자 비용 상승은 투자자 부담을 키우며, 시장 구조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 전기요금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투기적 신청이 실제로 취소되거나 축소될 경우 이미 움직인 자본과 계약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비 수요 급증으로 인한 단기적 장비·자재 부족과 가격 상승은 전력 인프라뿐 아니라 건설·제조업 전반의 비용구조를 높일 수 있다. 셋째, 발전소 건설 비용(특히 천연가스 기반)이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은 동일 업종 간 경쟁입찰에서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향후 전기요금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정책적·시장적 시사점으로는, 규제당국의 정확한 수요 검증과 보증금·검수 강화가 필수적이다. 텍사스가 도입한 초기 연구비 납부와 부지 확보 증명, PUC가 제안한 메가와트당 보증금 제도는 투기적 신청을 걸러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과도하면 실제 장기계약을 가진 신뢰할 만한 개발자들의 투자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균형이 필요하다. 또한 연방 및 주 차원의 장기 에너지 인프라 계획과 장비 공급망 개선,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과 수요관리(DR, Demand Response) 기술 도입 촉진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연결 요청 폭증은 지역 전력시장과 전국 전력망의 수요·공급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다수의 신청이 투기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보이며, 규제와 보증 장치가 없었다면 인프라 과잉투자와 그에 따른 비용 전가가 더 심각했을 것이다. 향후 수년간의 정책 집행과 시장 반응을 통해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동에 들어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과 전기요금이 어떤 경로로 국민 경제에 반영될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