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가 전통적 진통제 ‘타이레놀’의 제조·판매사인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J&J)과 켄뷰(Kenvu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텍사스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Ken Paxton)은 두 회사가 임신 중 복용 시 자녀에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도 숨겼다고 주장했다.
2025년 10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팩스턴 장관은 이번 소장에서 “제조사들이 수십 년간 축적된 내부 자료와 연구 결과를 알면서도 소비자와 의료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그는 “텍사스의 가정은 기업의 무책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소장은 타이레놀의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임신 기간 중 태아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확정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제조사가 해당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위험성을 축소·은폐했다”
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즉각적인 반박
J&J는 “타이레놀과 관련된 일반의약품(OTC) 부문은 2023년 켄뷰로 분사됐으며, 해당 제품과 관련한 모든 권리와 책임은 켄뷰가 전적으로 인수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켄뷰는 별도 성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전 기간에 걸쳐 필요 시 복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진통 해열 성분”이라며,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가 확산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팩스턴 장관의 소송 제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시차를 두고 일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주 전 집회 연설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은 아이에게 자폐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의학자가 아니며 해당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배경 설명: 아세트아미노펜과 타이레놀
아세트아미노펜은 국내에서는 ‘파라세타몰’로도 불리며, 해열·진통 작용을 가진 약물이다. 미국 브랜드명 ‘타이레놀’은 1955년 출시 이후 60년 넘게 판매됐다. 비(非)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대비 위장장애 위험이 낮고, 임신부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유로 널리 처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부 소규모 역학 연구에서 임신 중 고용량 혹은 장기 복용 시 신경발달 지표 변화를 시사하는 결과가 보고됐으나, 역학적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 중론이다.
전문 기자 의견·관찰
기자 관점에서 보면, 텍사스주가 주정부 차원에서 거대 제약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시도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정치적 메시지·향후 합의금 확보 전략이 맞물린 복합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동일한 쟁점을 부각시킨 점은 미국 내 보수 진영이 ‘기업 책임’ 이슈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의학계의 메타 분석 및 임상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자료 불충분”으로 결론짓고 있으며, FDA(미 식품의약국)도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제한 권고를 공개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이 실제 배상책임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가 추가 확보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절차와 시장 파장
델라웨어주 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과 병합될 가능성이 관측되며, 제조사 주가 변동성 확대·보험부담 증가·리콜 여부 등이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신부 대상 임상 데이터를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려, ‘약물 안전성 정보 공개’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타이레놀 대체제(예: 이부프로펜 성분) 시장 재편 및 ‘자폐·ADHD 원인론’을 둘러싼 공중보건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성 논란이 실질적으로 매출 타격을 줄 경우, 브랜드 가치 훼손을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 R&D·로비 전략을 펴는 수순”을 예상한다.
결론
텍사스주의 이번 소송은 ‘기업의 정보 공개 의무’와 ‘의학적 불확실성’이 충돌하는 최신 사례다. 사법부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소비자·투자자·의료계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재판 경과 및 추가 연구 결과가 국내외 의약품 규제체계에도 파급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