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로이터) ─ 전통 내연기관차(ICE) 제조사들이 미국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해 구매해 온 ‘규제 크레딧(regulatory credits)’ 제도가 급변하면서, 테슬라(Tesla)의 핵심 수익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테슬라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할 2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로보택시 시범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 일정, 2년 연속 판매 감소를 막기 위한 전략, 그리고 머스크 개인의 잠재적 정치적 행보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전망이다.
그러나 겉으로 덜 화려해 보이는 규제 크레딧 문제가 테슬라 재무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규제 크레딧은 전기차(EV) 업체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부여받는 환경 자산으로, 이를 구매한 내연기관차 제조사는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막대한 벌금을 피할 수 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에 해당 크레딧 매출이 없었다면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정책 변화가 불러온 구조적 위기
미국 정부는 기존에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기업 평균 연비(CAF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조사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통과된 최근 입법으로, 해당 벌금 조항이 사실상 폐지됐다. 이에 따라 CAFE 기준을 피하기 위해 테슬라에서 크레딧을 구매하던 수요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F)의 밧 오드저렐 국장은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는 내연기관차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고 EV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는 크레딧 매출 감소와 함께 시장 점유율도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환경보호청(EPA) 크레딧과 캘리포니아주 무배출차(ZEV)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추가 크레딧의 향후 운명도 불투명하다. 관련 규정이 개정 단계에 있고, 정치적·법적 반발이 거세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매출 급감 속도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크레딧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줄고 있는지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 크레딧 매출 중 약 4분의 3이 CAFE 규제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새 법안 통과 직후, 이들은 2025년 크레딧 매출 추정치를 40% 가까이 낮춰 15억 달러로 수정했다. 이어 2026년에는 5억 9,500만 달러로 급감하고, 2027년에는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서치 플랫폼 비저블알파(Visible Alpha)가 7월에 집계한 14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크레딧 매출은 올해 21% 감소한 21억 7,000만 달러에 그친 뒤 매년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윌리엄 블레어 측은 “CAFE 벌금 폐지는 시장 기대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왜 규제 크레딧이 중요한가?
규제 크레딧은 제조 원가가 ‘거의 0’에 가까운 순수 이익원이다. 몇 년 전까지 테슬라가 흑자 전환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 바로 이 크레딧이었다. 모델 Y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에는 영업이익이 크레딧 수익을 상회했지만, 최근 가격 인하와 판매 둔화로 크레딧이 다시 이익 방어선으로 부상했다.
만약 크레딧 매출이 급감한다면, 테슬라는 내연기관차 업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머스크 CEO가 강조한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이나 차세대 신형 플랫폼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실적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테슬라의 손실, 전통 완성차의 기회
테슬라에 불리한 이번 정책 변화는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혼다 등 내연기관차 중심 업체에게는 ‘이중 호재’로 작용한다. 첫째, 크레딧 구매 부담이 사라져 비용이 낮아진다. 둘째, 7,500달러에 달하던 연방 EV 세액공제 종료 시점이 9월 말로 앞당겨지면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더욱 확보하게 됐다.
*용어 설명
CAFE(기업 평균 연비) 기준은 제조사별 판매 차량의 연비 평균을 규제하는 미국 법령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차량당 최대 수백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규제 크레딧은 이러한 벌금을 상쇄하기 위한 ‘배출권’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배출이 적은 전기차 업체가 잉여분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및 전망
1) 로보택시 수익화 타임라인 ─ 규제 크레딧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머스크 CEO가 강조해 온 완전 자율주행 기반 로보택시 상용화 시점이 테슬라의 밸류에이션 정당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된다.
2) 가격 전략 ─ 테슬라는 최근 공격적인 할인으로 판매량 방어에 나섰지만, 이는 마진 희석으로 이어졌다. 크레딧이라는 ‘안전판’이 사라질 경우, 가격 인하를 통한 볼륨 전략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3) 경쟁사 전동화 속도 ─ GM·포드 등은 아직 EV 전환 속도가 완만하다. 그러나 규제 부담이 완화되면서 내연기관차 생산 연장에 대한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추가적인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테슬라는 환경 정책·정치 변수·기술 혁신·가격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힌 변곡점에 서 있다. 24일 발표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 CEO가 어떤 로드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 주가 방향과 업계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