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통적 자동차 영업 경력 없는 IT 임원이 글로벌 영업 총괄로 선임

테슬라(Tesla Inc.)급격한 판매 부진에 직면한 가운데, 전통적인 자동차 영업 경험이 전무한 정보기술(IT) 임원이 새롭게 영업 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라즈 제간나단(Raj Jegannathan) 테슬라 부사장(IT·AI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 담당)이 최근 판매 부문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가 15년간 테슬라 북미 영업을 책임졌던 트로이 존스(Troy Jones) 부사장이 이달 초 회사를 떠난 이후 단행됐다고 전했다.

제간나단은 엘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와 최근 더욱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식적인 자동차 영업 이력은 없다. 그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서도 영업 관련 경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번 역할이 임시직인지 상근직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유럽과 북미에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글로벌 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해 약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 하락 원인으로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발, 노후화된 차량 라인업, 경쟁사들의 가격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지목된다.

테슬라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제간나단의 전임자였던 존스는 머스크 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이 노출된 이후,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테슬라 구매를 꺼리는 상황을 관리해온 핵심 인물이었다. 올해 초 판매가 급감하자 그는 내부 관리자들에게 “정치적 역풍보다 판매 활동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테슬라에서는 고위급 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머스크 CEO의 오랜 측근이자 북미·유럽 판매·제조를 총괄했던 오미드 애프샤(Omead Afshar)가 회사를 떠났으며, 일부 직원들은 제간나단의 직책 확대가 곧 애프샤의 공백까지 메우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외에도 6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 ‘옵티머스(Optimus)’ 팀을 이끌던 밀란 코바치(Milan Kovac) 책임자가 사임했고, 배터리 부문 중역 비닛 메타(Vineet Mehta)소프트웨어 책임자 데이비드 라우(David Lau)도 최근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에는 최고 배터리 엔지니어 드루 바글리노(Drew Baglino)글로벌 공공정책 책임자 로한 파텔(Rohan Patel) 등 주요 인사가 잇따라 퇴사한 바 있다.

제간나단은 2012년 수석 스태프 엔지니어로 테슬라에 합류해 인터넷 트래픽·클라우드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13년간 기술 분야를 두루 거치며 텍사스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올해 초부터는 IT·AI 인프라·애플리케이션·정보보안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최근 차량 정비(서비스) 부문까지 책임지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해당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2022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을 당시, 테슬라 직원 가운데 일부가 트위터로 ‘세컨디드(seconded) 파견됐는데, 제간나단도 그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사내외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세컨디드(seconded)란 본사 소속 직원이 일시적으로 다른 조직으로 파견돼 업무를 지원하는 인사 제도를 의미한다. 국내 기업에서는 ‘파견 근무’ 또는 ‘전출’로 번역된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테슬라가 영업 전문성이 부족한 IT 임원을 전면에 내세운 결정은 두 가지 함의를 담는다. 첫째, 머스크가 중시하는 데이터·AI 중심 조직문화를 영업 부문까지 전파해 소비 트렌드를 실시간 분석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잇따른 고위직 공백 속에서 CEO와 ‘신뢰 라인’을 형성한 인물이라면 직무 영역을 초월해 중책을 맡기는 머스크 특유의 ‘수평적이지만 집중형’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다만 단기간 내에 판매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경우, 경험 부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테슬라가 신형 모델 출시·가격 인하·서비스 개선 등 복합 전략으로 수요 반전을 꾀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