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EV)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TSLA)가 24일(현지시간) 정규 증시 폐장 직후 2025년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월가는 주당순이익(EPS) 0.43달러, 매출 227억4,000만 달러를 컨센서스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다우존스와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LSEG(구 리피니티브) 평균 전망치다.
2025년 7월 2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어지는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진 상태다.
앞서 테슬라는 7월 초 2분기 차량 인도량(delivery) 38만4,000대를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수치다. 테슬라는 인도량을 사실상 ‘판매량’에 준하는 지표로 사용하지만, 공식 정의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는다.
delivery는 자동차 산업에서 고객에게 실제로 차량이 인도된 건수를 의미한다. 계약·주문·생산이 아닌 최종 인도를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 실적을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로 인식된다.
테슬라의 부진 요인으로는 CEO 엘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꼽힌다. 머스크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을 지원했고, 유럽에서는 독일 극우 성향의 AfD(독일을 위한 대안)를 공개 지지했다. 이어 Trump 행정부의 정부 효율성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감축·규제 철폐·국제개발처(USAID) 폐지를 주도했다. 이러한 행보가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테슬라 보이콧’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들의 약진도 뚜렷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같은 기간 미국 EV 판매량이 111% 급증해 4만6,300대를 기록, 시장점유율 16%를 확보했다. 절대 규모는 여전히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세 측면에서는 테슬라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차량 라인업 측면에서도 테슬라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회사는 보급형 ‘모델2’ 개발·양산 계획을 연기했으며, 그 사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 SUV·픽업·세단 등 다양한 차종을 출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넣은 저가형 모델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주가도 고전 중이다. 2025년 들어 테슬라 주가는 17% 하락하며 대형 기술주(메가캡) 가운데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8% 이상 상승했다는 점에서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진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로보택시(robotaxi)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로 돌리고자 한다. 그는 “로보택시가 야간 시간에도 주인 대신 돈을 벌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옵티머스 로봇 역시 공장 근로자·베이비시터 등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번 주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테슬라 다이너 겸 충전소에서는 옵티머스 로봇이 팝콘을 느릿하게 집어 올리는 시연을 진행했다. 하지만 1X 테크놀로지스·애질러티 로보틱스·앱트로닉·보스턴 다이내믹스·피겨 AI 등 경쟁사들이 이미 산업 및 서비스용 로봇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로보택시 상용화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영향이 미미할 것.” ―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
실제로 테슬라는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한 구역·선택 탑승객 대상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에는 안전요원(밸릿)이 동승한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이 교통 법규 위반으로 추정되는 사고·사건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오스틴 피자 가게 주차장에서 로보택시가 주차된 차량을 긁은 사례, 주행 중 반대 차선으로 잠시 진입한 사례 등이 보고됐다.
바클레이즈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테슬라의 펀더멘털이 약하다”며 투자의견 ‘보유(hold)’를 제시했다. 다만 ‘로보택시 스토리’가 주주들의 기대를 지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적은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후 처음 발표되는 것이다. 그는 사퇴 직후 정부의 대규모 지출 법안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결별했다. 머스크는 ‘아메리카당(The America Party)’ 창당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규제·여론 리스크를 우려하는 투자자 질문이 쏟아졌다.
개인투자자 질문 플랫폼 ‘Say’에는 “머스크가 새 정당 활동에 나서면서 생길 정치·규제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 있는가”라는 문의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수 주주들은 로보택시 테스트 일정·완전자율주행(FSD) 로드맵·보급형 EV 출시 계획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부문 총마진(Automotive Gross Margin),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EV 세액공제(EV Tax Credit) 종료 이후 전략 등이 초점이 될 것으로 본다.
참고로 LSEG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 산하 데이터·분석 브랜드다. 이전 명칭은 ‘리피니티브(Refinitiv)’였다.
테슬라 경영진은 동부시간 23일 17시 30분(한국시간 24일 6시 30분)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올해 하반기 성과는 로보택시 상용화 속도, 중국·유럽 시장 방어력, 정치적 리스크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