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덴홀름 테슬라(이하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 전기차 업체의 판매 둔화가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활동 때문이라는 일각의 의문을 단호히 부인했다.
2025년 9월 12일,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덴홀름 의장은 “머스크의 개인적 정치 견해는 소비자 수요에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9월 12일(현지 시각)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는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1조 달러(약 1,340조 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재차 제안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발언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해당 보상안을 통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CEO 급여를 마련함으로써, 인공지능(AI)·로보틱스 분야로의 대전환을 이끄는 머스크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안은 2018년 승인됐다가 법적 공방 끝에 무효 판결을 받았던 최초의 560억 달러 스톡옵션 패키지를 대체하며, 달성 조건을 충족하면 총 1조 달러까지 수령할 가능성을 열어 둔다.
덴홀름 의장 발언
“브랜드와 제품력은 여전히 견조하다. 정치적 논쟁이 아닌, 혁신과 실행력이 매출의 핵심 동인이다.”
주가 반등도 확인됐다. 테슬라 주가는 12일 장중 전일 대비 6% 가까이 급등했으며, 시가총액 역시 단숨에 450억 달러(약 60조 원) 이상 늘어났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AI·로봇택시 구상 등 머스크의 미래 전략을 ‘실적 둔화 국면 타개책’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최근 중국 전기차업체 BYD, 지리(Geely), 샤오펑(Xpeng) 등에 주요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북미·유럽 고객이 가격 인하에도 신차 구매를 주저하는 현상이 겹쳤다. 이에 따라 2025년 2분기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정치 리스크’ 논란은 왜 불거졌나
머스크는 최근 美 대선 관련 소셜미디어(엑스·X) 발언과 이민·우크라이나 전쟁 등 민감 사안에 대한 공개적 의견 표출로 공화·민주 지지층 모두의 날선 반응을 불러왔다. 월가 일각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양극화돼 테슬라 차량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덴홀름 의장은 “머스크의 SNS 활동은 개인적 의견 표출에 불과하며, 회사의 판매 데이터와 상관관계를 입증할 만한 통계적 근거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테슬라를 AI·로보틱스 선도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있어 머스크만큼 비전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물은 찾기 어렵다”라고 못 박았다.
보상 패키지의 구조
이번 1조 달러 패키지는 테슬라 시가총액·매출·영업이익(EBITDA) 등 12개 지표 성과 단계에 따라 스톡옵션이 단계별로 부여되는 구조다. 달성 시 머스크는 25억 주 이상의 신주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사회는 “임직원·주주 모두를 위한 가치 창출 메커니즘”이라고 자평했다.
Compensation Plan이란 기업이 경영진에게 제공하는 장·단기 인센티브 제도로, 목표 달성 시 막대한 주식 혹은 현금을 지급한다. 이는 성과 기반 지배구조 강화를 목적으로 하나,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 규모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거버넌스 논란을 동반하기도 한다.
중국발 경쟁심화와 판매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을 12%로 하향 전망했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와 저가 모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테슬라의 ‘고급 브랜드 프리미엄’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이에 대응해 모델 3·Y의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으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주가 변동성을 키워 왔다.
전문가 시각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머스크와 테슬라 브랜드는 사실상 동의어이므로, CEO의 정치 발언이 시장 심리에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면서도 “AI·로보틱스 전환이 성공할 경우 자동차 판매 의존도를 낮춰 리스크를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해설
테슬라의 현 시점 과제는 전통 자동차 판매 둔화와 첨단 기술 플랫폼으로서의 재정의 간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1조 달러 보상이 상징하는 ‘머스크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다. 공격적인 혁신 추진력은 분명하지만, 리더 개인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보상안이 어떤 표결 결과를 얻느냐가 투자심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용어설명
시가총액(capitalization): 상장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기업의 시장 가치. 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가늠하는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