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Tesla)가 2022년 중반 보유 비트코인의 75%를 처분한 결정이, 결과적으로 수조 원대 잠재 이익을 날려버린 ‘뼈아픈 선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25년 7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디지털 자산 장부 가치는 $12억4,000만 달러로 1년 전 $7억2,200만 달러 대비 크게 늘었으나,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 폭을 감안하면 이는 ‘놓친 기회(cost of opportunity)’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트코인(BTC)은 현재 사상 최고치 부근인 $119,000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1년 동안만 80% 급등했다. 반면 테슬라는 2022년 2분기에 보유량의 3/4을 현금화해 당시 가격 대비 6배 이상 오른 추가 수익을 얻지 못했다.
▶ 기업 실적 부진 속 ‘로봇택시‧휴머노이드’로 시선 돌리는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테슬라의 미래는 로봇택시(robotaxi)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에 달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자동차 부문은 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고, 시장 전망치에도 미달했다. 발표 다음 날 주가는 8% 급락했으며, 올 들어 누적 하락률은 약 25%로 대형 기술주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크다.
머스크가 내세우는 미래 사업은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선행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가능성까지 겹치며 기존 차량 판매에는 역풍이 예상된다.
▶ 디지털 자산이 ‘숨통’…그러나 기회비용은 더 컸다
테슬라는 2분기 비트코인 평가이익으로 $2억8,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억7,000만 달러로, 디지털 자산이 수익성 방어에 기여한 셈이다.
하지만 2021년 초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로 비트코인을 매입했을 당시 회사는 SEC 공시에서 “현금 수익 극대화 및 자산 다각화를 위한 장기 잠재력을 본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트위터(現 X) 프로필에 ‘#bitcoin’을 추가한 2021년 1월 29일,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20% 급등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반 뒤인 2022년 2분기, 팬데믹 특수는 사라지고 인플레이션‧금리상승 여파가 몰아쳤다. 같은 분기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대거 매도해 약 $9억3,600만 달러를 현금화하며 유동성 방어에 나섰다. 당시 주가는 연간 67% 폭락했고, 비트코인 역시 60% 급락했다.
▶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이란?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들어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구상을 언급했다. 이는 금본위제와 유사하게, 정부가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해 거시경제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개념이다. 업계에서는 공급이 한정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역할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용어 해설
로봇택시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무인 택시 서비스로, 운전기사가 필요 없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을 통해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형 로봇으로, 공장이나 가정에서 반복 작업·물류·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시제품은 2022년 AI 데이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 만약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면…
“테슬라가 2022년 2분기에 매도한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유했다면, 현재 가치는 $5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분석가들은 2021년 매입 규모와 2022년 매도 시점을 근거로 계산할 때, 당시 $9억3,600만 달러로 환전한 비트코인은 현재 $35억 달러 이상으로 뛰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결과적으로 잠재 이익 30억 달러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테슬라는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머스크 역시 2022년 3월 “Bitcoin, Ethereum, Doge는 계속 보유한다”고 트윗한 뒤, 최근 3년간 암호화폐 관련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 기자의 시각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 결정은 당시로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금 방패(cash shield)’ 역할을 했던 비트코인은 채권·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아 장기 보유 시 분산효과가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사례는 기업 재무 전략에서 변동성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이 된다.
향후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테슬라로서는, 디지털 자산이 다시 한 번 ‘안전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장(戰場)이 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기술 선도와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