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Inc.)와 LG에너지솔루션(LG Energy Solution Ltd.)이 미화 43억 달러(약 5조8,000억 원) 상당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미국 로이터통신이 단독으로 보도했으며, 양사는 계약 체결 사실을 따로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은 로이터를 인용해 “해당 LFP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테슬라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ESS) 분야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날 오전 ‘모(母)기업 미공개 고객사’와 체결한 43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및 저장 기술 공급 계약을 공시했으나, 당시는 고객명을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 보도에 따라 고객사가 테슬라임이 확인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로, 중국 상하이 및 유럽 베를린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3·모델Y에 리튬이온(NCM) 배터리를 제공해 왔다. 이번 LFP 계약은 기존 전기차용 원통형·파우치형 배터리 공급과 별개로, 테슬라의 ESS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로이터는 “이번에 납품될 배터리가 전기차용인지 ESS용인지 아직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2023년부터 차량과 ESS 모두에 LFP 셀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왔기 때문에, 실제 사용할 플랫폼은 계약 실행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 용어 설명: LFP 배터리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보다 안정성·수명·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어 주행거리 확대가 핵심인 고급 전기차보다 보급형 차량·ESS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NCM 대비 원가 절감 효과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 ESS 시장 확대 배경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불규칙해 대규모 저장 설비가 필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북미 지역 생산 배터리에 세액공제를 제공, 현지 ESS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메가팩(Megapack)’·‘파워월(Powerwall)’ 등 ESS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도 애리조나·미시간 공장 증설을 추진해 미국 고객사 맞춤형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 업계 영향 및 시사점
“테슬라가 LFP 조달처를 중국 CATL에 집중시키던 구조를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미·중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IRA 세제 혜택 확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장기 물량 확보로 북미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한편, 테슬라는 2024년 연간 ESS 설치량이 전년 대비 60% 증가한 25GWh를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1TWh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규모 ESS 수주는 전기차 판매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실적을 완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계약 세부 사항은 고객사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고만 밝혔고, 테슬라도 공식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 보도 직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장중 3% 상승했고, 테슬라 주가는 나스닥 프리마켓에서 1% 내외로 등락을 보였다.
◆ 결론
43억 달러 규모 LFP 배터리 계약은 양사 간 파트너십 심화와 미국 ESS 시장 확대를 동시에 가속할 전망이다. 배터리 원가 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공급 계약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