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뉴욕】 테슬라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 특히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의 안전성을 과장·은폐해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증권사기(securities fraud) 혐의로 피소됐다. 원고 측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차량의 ‘중대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class action)은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8월 4일(현지시간) 접수됐다. 소장은 원고 대표 데니스 모랜드(Denise Morand) 등 주주들이 2023년 4월 19일부터 2025년 6월 22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매입·보유한 투자자를 대리한다고 명시한다. 피고에는 머스크 CEO와 함께 재무 책임자(CFO) 비아브하브 타네자(Viabhav Taneja), 전 CFO 재커리 커크혼(Zachary Kirkhorn)이 포함됐다.
■ 사건의 발단 — 6월 말 오스틴 시범주행
주주들의 분노는 지난 6월 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실시된 로보택시 공개 시범주행에서 폭발했다. 당시 차량들은 과속, 급제동, 보도 턱 돌진, 차로 오진입은 물론 다차로 도로 한복판에 승객을 내려놓는 등 안전 규범을 잇따라 위반했다.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의 ‘사람 개입 제로(0)’ 비전을 머스크가 거듭 공언했지만, 실제 주행 결과는 전혀 달랐다”
고 소장은 지적한다.
시범주행 후 이틀간 테슬라 주가는 6.1%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680억 달러가 증발했다. 원고들은 “이는 테슬라가 기술 현실과 상이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주가 버블이 터진 사례”라고 주장한다.
■ ‘레이저 포커스’ 발언의 파장
2024년 4월 2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는 “우리는 6월에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선보이는 데 레이저 포커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테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방식이 다양한 지리·수요 환경에서 확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송 측은 이 발언들이 ‘의도적 허위 사실’이라며 *증권거래법 10(b)·20(a) 위반을 지목했다.*
■ 테슬라의 침묵 — 공식 입장은 ‘무응답’
로이터·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테슬라는 5일(현지시간)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며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업계는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규제기관·투자자와의 갈등을 조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 로보택시, 테슬라 생존전략의 핵심
테슬라는 노후화된 현행 전기차(EV) 라인업, 중국·유럽의 경쟁 심화, 그리고 머스크 개인의 정치 행보로 인한 브랜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머스크는 로보택시를 “연말까지 미국 인구 절반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위해선 미 교통안전국(NHTSA)·연방자동차안전청(NCAMP) 등 규제기관 설득이 필수다.
■ 선행 판례 — 플로리다 배심원 평결
소장에서 원고들은 2024년 8월 1일 플로리다주 배심원단 평결도 예시로 들었다. 당시 2019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고로 22세 여성이 사망하고 동승 남성이 중상을 입자, 배심원단은 테슬라 책임 비율을 33%로 산정하고 2억 4,3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다. 테슬라는 “운전자 과실”을 내세워 항소를 예고했다.
■ 용어 설명
로보택시(Robotaxi)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공유 차량을 지칭한다. 집단소송(Class Action)은 다수 피해자가 대표 원고를 통해 공동으로 제기하는 소송 제도다. 미국 증권거래법 10(b)·20(a)은 ‘허위·부실 공시를 통한 투자자 기만’을 금지한다.
■ 기자 해설 — “투명성 확보 없인 로보택시 성공 난망”
현 시점에서 테슬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규제·법률 리스크다. 로보택시 사업이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첫째 실제 주행 데이터와 사고·오류 가능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둘째 안전성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일 소송에서 “테슬라가 위험 정보를 고의 은폐”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뿐 아니라 사업 허가 취소·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고성장 프리미엄에 의존해 온 테슬라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은 ‘신뢰 자본’과 직결돼 있다. 신뢰가 훼손될 경우,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법적·기술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안전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생태계’의 선도권을 공고히 할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
■ 전망
법조계는 “집단소송이 심리(Summary Judgment) 단계까지 갈 경우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그 사이 테슬라는 규제기관 협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인프라 구축 등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향후 재판 결과와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이 테슬라 주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주석: 증권거래법 10(b)·20(a) 위반은 ‘내부자 트레이딩’ 포함 투자자 기만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를 규정한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