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 초고속 배달 위협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전환하다

영국 최대 식료품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초고속 배달을 앞세운 스타트업들의 위협을 자사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테스코 최고경영자 켄 머피(Ken Murphy)가 수년 전 ‘수많은 작은 물림으로 인한 죽음(death by a thousand nibbles)’이라고 경고했던 초고속 배달(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은 한때 대도시의 도심을 배달 인력으로 가득 채웠으나 손실 확대와 자본비용 상승으로 회복되지 못한 흐름이 있었다. 이러한 경쟁 환경의 변화 속에서 테스코는 위험 요인을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6년 2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테스코의 자체 초고속 배달 서비스인 Whoosh는 매장 기반(store-to-door) 모델로 주문 후 최단 20분 내 배달을 표방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온라인 매출의 의미 있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런던 등 대도시에서는 퀵커머스 배달원이 넘쳐났으나, 이후 수익성 문제로 많은 업체가 합병·퇴출을 겪었다. 터키 기반의 GetirGorillasWeezy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2024년까지는 영국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도 나왔다.

테스코는 매장 네트워크와 대대적인 TV 광고를 활용해 빠른 주문 처리 수요를 흡수했다. 테스코 온라인 담당 이사 로브 그레이엄(Rob Graham)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 매장을 활용해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고, Whoosh를 전체 상품군에 원활하게 통합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Whoosh 주문을 예약(scheduling)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이 Whoosh로 구매하는 품목 수와 이용 빈도가 증가했고, 고객 만족도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운영 범위와 실적 측면에서 Whoosh는 약 1,600개 테스코 매장(그 중 180개는 대형점)을 거점으로 운영되며, 영국 가구의 70% 이상에 도달한다. 주문은 테스코 직원이 매장에서 픽(pack)하고 파트너사인 Uber Eats, Just Eat Go, Stuart 등이 최종 배달을 담당한다. 테스코는 최근 1월 3일까지의 19주 동안 Whoosh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고, 신규 고객이 25만 명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테스코의 전체 온라인 매출은 11.2% 증가했으며, 테스코는 영국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약 37%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기존 매장을 활용해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고, 고객 만족도도 상승하고 있다.”
— 로브 그레이엄, 테스코 온라인 디렉터

업계 조사기관 Institute of Grocery Distribution는 영국의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 기준 24억 파운드(£2.4bn)였고, 2030년까지 연평균 10.1%의 성장률(CAGR)을 기록해 온라인 식료품 배송에서 퀵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9.1%에서 11.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장 전망은 테스코가 빠른 주문 처리 역량을 확장하는 전략적 의미를 강화한다.

시장 적응력과 과거의 실패를 보면, 테스코는 Whoosh 성장으로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 Whoosh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 구매에 추가(incremental)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시도에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테스코는 과거 은행업 및 금융서비스로의 진출을 시도했으나 이후 이 분야는 축소했다.


시장 점유율 회복 목표도 명확하다. 테스코의 영국 식료품 시장 점유율은 2007년 12월에 31.6%로 정점을 찍었으나, 독일계 디스카운터인 알디(Aldi)와 리들(Lidl)이 시장을 흔들며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Worldpanel by Numerator에 따르면 2026년 1월 테스코의 점유율은 28.7%로 전년 동기 대비 20 베이시스포인트(bp) 증가했다. 테스코는 공급업체에 다시 30%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전달했고, 주요 투자자들은 이 목표(마지막 달성 연도 2013년)를 달성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의 영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쿠날 코타리(Kunal Kothari)는 “테스코가 지금처럼 해나간다면 수년에 걸쳐 30%에 도달하는 것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20, 30 베이시스포인트 수준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늘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평가(밸류에이션) 격차도 주목된다. 테스코 주가는 전년 대비 16%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여전히 큰 할인율을 받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기업실적에 근거한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이 40배를 넘는 반면, 테스코는 대략 15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브루너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Brunner Investment Trust)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줄리언 비숍(Julian Bishop)은 “미국에서는 이런 비즈니스에 대한 가치 인식이 더 높다”며 “테스코는 영국 식료품 시장 이익의 약 절반(약 50%)을 보유하고 있어 매우 강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오르비스 인베스트먼트(Orbis Investments)의 펀드매니저 벤 프레스턴(Ben Preston)은 파괴적 가격전쟁의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보며, 경쟁사인 AsdaMorrisons가 높은 레버리지를 안고 있어 가격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위험은 테스코가 초점을 잃고 ‘실행력(execution edge)’을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도하게 자신만만해지지 말라(Don’t get too cocky).”
— 켄 머피, 테스코 CEO의 경영 모토


용어 설명(퀵커머스와 관련된 주요 개념)

퀵커머스(Quick-commerce·퀵커머스)는 도시권에서 식료품·생필품을 주문 후 수십 분 내 배달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장보기와 달리 소규모 물류거점(도심의 소형 창고 혹은 기존 매장)을 활용해 재고를 보유하고, 배달 파트너나 자체 라이더가 신속히 배송한다. 이 모델은 높은 빈도의 주문과 즉시성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겨냥하지만, 재고 회전률·인건비·배달비 등에서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Whoosh 모델은 테스코의 기존 매장 인프라를 활용하는 ‘매장 기반 픽앤팩(store pick-and-pack)’ 방식으로, 대규모 신규 물류 시설에 투자하지 않고도 신속한 출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전통적 다품목 장바구니의 평균 주문가치(AOV)가 낮아질 수 있어 단위당 처리비용과 수익성 관리가 관건이다.


향후 경제·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

단기적으로는 Whoosh 같은 매장기반 퀵커머스의 확장이 테스코의 온라인 매출 성장과 고객 접점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Whoosh 매출이 연간 40%대 성장세를 유지하거나, 온라인 전체 매출의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를 가져오면 테스코의 전체 이익 기여도도 개선될 수 있다. 반면 퀵커머스는 물류비·배달비·인건비의 압력에 취약해 마진 개선을 위해서는 배달 파트너와의 비용 구조 조정, 광고·프로모션의 효율화, 주문당 평균 구매단가 제고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퀵커머스의 시장 점유율이 Institute of Grocery Distribution의 전망처럼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면, 온라인 식료품 채널 내에서 퀵커머스의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이는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으며, 테스코와 같은 기존 대형 유통업체는 매장 인프라를 활용한 빠른 주문 처리로 경쟁 우위를 지속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경쟁이 재점화되거나(예: 아마존의 초고속 서비스 확대), 소규모 전문업체들이 새로운 효율 모델을 도입하면 시장 우위는 재차 흔들릴 수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테스코가 현재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낮은 선행 P/E를 받고 있어 투자자 관점에서 성장성 및 수익성 개선이 확실히 입증될 경우 주가 재평가(밸류에이션 상승)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Whoosh를 포함한 온라인·퀵커머스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쟁 심화, 비용 상승, 내부 전략의 일관성 상실은 밸류에이션 회복을 지연시킬 리스크로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테스코는 퀵커머스의 위협을 기존 매장 네트워크와 마케팅 자원으로 흡수해 경쟁 우위를 넓히고 있다. Whoosh의 빠른 확장과 높은 고객 반응은 테스코의 시장 점유율 회복 목표(30% 복귀) 달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익성 관리, 경쟁자의 재진입 가능성, 레버리지 높은 경쟁사들의 전략 변화 등은 지속 관찰할 주요 리스크다. (환율 기준: 1달러 = 0.7332 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