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BOTAS, 셰니어·BP·쉘 등 8개사와 150억㎥ LNG 공급 계약 체결

이스탄불발(Investing.com) — 터키 국영 에너지 기업 BOTAS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총 약 150억㎥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기 위해 영국‧미국‧독일‧일본‧노르웨이 등 5개국 8개 공급사와 연쇄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BP, ENI, 셸, 하트리, 셰니어에너지, SEFE, JERA, 에퀴노르가 참여한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가스 콘퍼런스 ‘Gastech 2025’ 현장에서 이틀에 걸쳐 발표됐다. 알파슬란 바이라크타르 터키 에너지부 장관은 “다양한 공급원을 갖춘 유연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함으로써 겨울철 수급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첫날 BOTAS는 BP·ENI·쉘과 각각 8억7000만㎥ 규모의 초도 계약을 맺었다. 이어 둘째 날 추가로 ▲영국 하트리(Hartree) (600만㎥·2년) ▲미국 셰니어에너지(Cheniere) (12억㎥·1년) ▲독일 SEFE (18억㎥·3년) ▲일본 JERA (600만㎥·1년)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15억㎥·3년) 등 다섯 건의 계약서를 추가로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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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크타르 장관은 “이번 합의는 중기 가스 포트폴리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공급 다변화 전략을 구현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2024년 한 해 동안 약 500억㎥의 천연가스를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14억3000만㎥가 LNG 형태였다. 새 계약은 국내 소비량의 약 30%를 커버해 추운 계절 수급 불안을 완화할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LNG(Liquefied Natural Gas)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에서 액화한 연료로,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bcm(billion cubic metres)10억㎥를 의미하는 단위로, 통상 국가 단위 가스 소비·수입 규모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BOTAS(Boru Hatları ile Petrol Taşıma A.Ş.)는 터키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및 저장 시설을 운영하는 국영 기업이다. 터키는 파이프라인 가스(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의존도를 낮추고 LNG 수입 비중을 확대해 ‘허브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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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산업적 함의

전문가들은 총 150억㎥ 규모 장기계약이 에너지 안보를 넘어 가격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공급처가 다변화되면 특정 국가·기업에 대한 협상력이 개선돼 구매단가를 낮출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셰니어와 같은 미국계 LNG 생산사는 Henry Hub 지수를 기반으로 가격을 산정해 유럽·아시아 현물시장보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가격 구조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계약은 카스피해·흑해 파이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터키가 액화 가스 인프라 확장을 통해 ‘트랜짓(Transit) 허브’에서 ‘트레이딩 허브’로 진화하려는 중장기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BOTAS는 이미 마르마라해·이즈미르 지역에 FSRU(부유식 재기화·저장설비) 2기를 운영 중이며, 2027년 흑해 연안 신규 FSRU 설치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터키는 2023년 흑해 사카리야(Sakarya) 해상 가스전을 개발해 연간 100억㎥ 생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LNG 장기계약과 국내 자원 개발이 병행되면 중장기 자급률 제고가 기대된다. 다만 흑해 가스전의 상업 생산 일정과 국제 LNG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망 및 전문가 코멘트

에너지 컨설팅사 리스타드 에너지는 “세계 LNG 시장은 2026~2027년 미국 메가 프로젝트 가동으로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데, 터키가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협상 우위를 확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2030 탈탄소 드라이브와 터키의 산업 수요 증가세를 감안할 때, 가스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장기 LNG 계약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가스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전환 연료(Transition Fuel)”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BOTAS는 글로벌 거래소 상장을 통한 탄소배출권 헤지가스 파생상품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터키가 LNG 포트폴리오를 상품화해 역내 재판매(리세일)에 나선다면, 동남유럽·발칸 지역 가격지표 형성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