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항공, 에어유로파 지분 투자 깜짝 성사…승부를 가른 것은 ‘경영권 공동 운영’

SEVILLE·LONDON·ISTANBUL発 — 터키항공(Turkish Airlines)이 스페인 항공사 에어유로파(Air Europa) 지분을 전격 인수하며 루프트한자(Lufthansa)와 에어프랑스-KLM(Air France-KLM)을 따돌렸다. 로이터 통신이 확보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핵심 변수는 ‘경영권 공유’에 대한 터키항공의 유연성이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항공은 스페인 관광·교통 대기업 글로발리아(Globalia)가 보유한 에어유로파 지분 25~27%를 확보하기 위해 3억 유로(약 3억5,511만 달러) 규모 전환사채(convertible debt)를 인수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분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아흐메트 볼라트(Ahmet Bolat) 터키항공 회장은 밝혔다.

유럽 항공 시장 재편 속에서 대형 항공사들은 북유럽 SAS, 이탈리아 ITA에 이어 중견사까지 사들이며 ‘허브 앤드 스포크(hub-and-spoke)’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은 에어유로파에 대해 ‘수년 내 경영권 확보’를 요구했고, 이 조건이 협상을 난항으로 이끌었다고 소식통 4명은 전했다. 반면 터키항공은 소수 지분만으로도 이베리아·라틴아메리카 노선을 뚫을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 아래 경영권 공동 운영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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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식통은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은 모두 일정 기간 후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경로(path to control)를 요청했으나, 이방구 이달고(Hidalgo) 일가가 거부했다’며 ‘터키항공의 제안이 더 적합한 맞춤형(deal fit)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에어유로파의 최대 12억 유로 평가액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독일·프랑스 진영의 발을 빼게 했다고 전했다. ※전환사채: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초기 자금 유입과 지분 확보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루프트한자는 코멘트를 거부했고, 에어프랑스-KLM 대변인은 ‘글로발리아와 핵심 조건을 합의하지 못해 협상을 종료했다’고만 짧게 설명했다. 글로발리아 회장 후안 호세 이달고(Juan Jose Hidalgo)의 아들 하비에르 이달고(Javier Hidalgo)는 로이터의 질의에 답변을 피했다.

EU 규제 장벽도 변수였다. EU 항공 규정은 비EU 항공사가 EU 항공사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비유럽 항공사의 유럽 내 지분 투자는 극히 드문 사례다. 특히 에어유로파는 이미 브리티시항공 모기업 IAG가 20%를 들고 있어 경쟁당국 심사가 더욱 까다롭다.

IAG는 2023년 에어유로파 전량 인수를 추진했으나 반독점 위험으로 철회한 바 있다. 항공 분야 M&A 전문가 닐 글린(Neil Glynn·알바레즈앤머셜)은 ‘소수 지분은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리스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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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앤드 스포크』란? 중심 공항(허브)에서 여러 지역(스포크)으로 승객을 분산·집결시키는 네트워크 전략이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 신공항을 거대 허브로 키워 유럽, 중동, 아시아를 연결해 왔다.

비즈니스인가, 국책(國策)인가

협상 현장에는 압둘카디르 우랄오을루(Abdulkadir Uraloglu) 터키 교통부 장관도 동행했다. 장관은 세비야 현지에서 ‘세계와 터키를 잇는 국가 전략’이라며 정치적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볼라트 회장은 ‘국가의 의견을 경청하되, 회사 전략은 민간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재무적으로 터키항공은 2025년 예측 순차입금 대비 EBITDAR(이자·세금·감가상각·리스료 차감 전 이익) 비율 1.60으로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KLM과 비슷한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 보증·자본 지원에 힘입어 재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BNP파리바 계열 TEB 인베스트먼트의 에르뎀 카일리(Erdem Kayli) 리서치 디렉터는 ‘지분 규모가 작아 터키항공 재무제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 이번 거래는 신흥국 항공사가 EU 규제 틈새를 이용해 주요 허브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구체화한 이례적 사례로 분석된다. 향후 중동·아시아 대형 항공사들이 유럽 저가·중견 항공사에 소수 지분을 투자해 네트워크를 넓히는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