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발 주요 경제 뉴스다.
태국 산업부가 30일 발표한 8월 제조업 생산지수(MPI)는 전년 동월 대비 4.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로이터 통신이 사전에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2%)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인베스팅닷컴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부진은 수출 둔화·관광객 감소·바트화 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태국 정부가 얼마 전 출범 100일을 맞아 ‘경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제조업 지표의 예측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됐다는 평가다.
제조업 생산지수(MPI)란 무엇인가?
MPI(Manufacturing Production Index)는 산업부가 매월 발표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주요 제조업 45개 업종의 생산 실적을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확장, 100 이하면 수축 국면으로 간주된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조업 지수, 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업생산지수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8월 지표 상세 분석
산업부 산하 산업경제실(Office of Industrial Economics·OIE)의 파사콘 치라트( Passakorn Chairat )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년 대비 4.19% 감소라는 숫자는 매우 경고음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전자 등 주력 업종의 실적이 동시에 꺾이면서 산업 신뢰지수도 함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1) 자동차 부문: 동남아 최대 완성차 생산 허브로 불리는 태국의 8월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했다. 태국산업연맹(FTI)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는 와중에도 외국계 브랜드가 중국·인도네시아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 전자·전기 부문: 글로벌 스마트폰·가전 판매가 둔화하면서 부품 수주가 축소됐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정책 여파로 생산 라인이 일시 중단된 기업도 있어 타격이 컸다.
3) 식·음료 및 농축산 가공: 기상이변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가공 마진이 압박을 받았다. OIE는 “내수 소비는 양호하나 수출 경쟁력이 약화돼 생산량을 늘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매크로 변수: 수출·관광·환율
태국 상무부가 같은 날 별도로 발표한 8월 수출 증가율은 5.8%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속도로 둔화됐다.
“바트화 강세와 미국 관세가 겹치면서 주문이 예상보다 줄었다.” — 수파지 수툼푼(Suphajee Suthumpun) 상무장관
관광 부문도 여름 성수기임에도 중국·러시아발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경제 전반에 냉기를 불러왔다. 바트화는 올해 들어 미 달러 대비 약 7% 절상돼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책 당국의 대응
새로 출범한 세타 태위신 총리 내각은 1조 바트 규모의 ‘360° 경기 부양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2025년 연간 MPI 성장률 전망을 종전 0.0~0.5%에서 ‘마이너스’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미국과 상호 관세 인하 협정을 연내 타결해 19% 관세를 추가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또한 일본·싱가포르·남아시아·중동 등 새로운 시장 개척, EU·한국과의 FTA 협상 가속화가 주요 카드로 꼽힌다.
전망: 2025년 하반기 리스크 확대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올해 태국 GDP 성장률을 1.8~2.3%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은 “2025년 하반기에 미국 관세 여파가 본격화되면 성장세가 추가로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성장률 2.5% 역시 동남아 이웃국가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방어·수출 다변화·관광 인센티브 등 정책 패키지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집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전기차(EV)·반도체 후공정·의료바이오 등 신산업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자 관전평
제조업 지표는 전통적으로 신흥국 경기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이번 수치가 보여주듯, 태국 경제가 ‘관광 의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부 변수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한 일시적 부진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산업 고도화와 내수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특히 4.19%라는 부진 폭은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에서 보기 드문 역성장을 의미한다. 중장기적으로 태국 정부가 제시한 Bio-Circular-Green Economy 전략의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