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전달 기록한 -0.25%보다 낙폭이 커진 수치이며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0%)도 크게 밑돌았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7월 헤드라인 CPI는 태국 중앙은행(BoT)이 물가 안정 목표로 제시한 1%~3% 범위 아래에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근원물가지수(core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84% 상승해 전망치(0.90%)를 소폭 하회했다.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차이 설명
CPI는 소비자가 실제로 지출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 하지만 계절적 변동이 심한 신선식품·에너지 가격이 포함되면 일시적 요인이 과도하게 부각된다. 따라서 해당 품목을 제외한 지표가 근원 CPI로, 중앙은행이 중·장기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세부 수치 및 배경
• 7월 전년 대비 CPI: -0.7%
• 전달(6월) CPI: -0.25%
• 컨센서스(로이터): -0.40%
• 중앙은행 목표: +1% ~ +3%
• 7월 근원 CPI: +0.84%
• 근원 CPI 전망치: +0.90%
태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하락과 농산물 공급 확대로 인한 식료품 가격 약세를 물가 둔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가운데 국내 연료보조금 정책이 병행되면서 에너지 항목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화정책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 범위 아래로 장기간 머무를 경우 태국 금융통화위원회(MPC)가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현재 태국 정책금리(기준금리)는 2.50%로, 지난 2024년 9월 단행된 인상 이후 11개월째 유지 중이다.
그러나 BoT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마이너스 물가가 장기 디플레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경기 회복세, 노동시장 긴장도, 임금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급격한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전망과 리스크 요인
전문가들은 쌀·설탕 등 주요 농산물 가격 반등 가능성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재상승을 상·하방 리스크로 지목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연료보조 및 식료품 가격 안정화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CPI가 빠르게 플러스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태국 투자은행 카시콘 캐피털의 수라차이 타나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
물가 목표 범위 이탈이 장기화한다면 BoT가 연내 한 차례 25bp(0.25%p)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생긴다
”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바트화 약세가 수입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통화완화와 환율 불안 사이에서 BoT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소비자에게 주는 시사점
물가 둔화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구매력을 지지해 가계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되면서 순이익률이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매·유통·에너지 산업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될 소지가 크다.
채권시장에서는 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 국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채권 가격 상승을 통해 투자자에게 자본차익을 제공하지만,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에 부정적일 수 있다.
디플레이션 공포 과장?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식 디플레이션 시나리오가 빈번히 언급된다. 그러나 태국은 인구·소득 구조, 금융 시스템, 정부 재정 여력 등이 일본과 상이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CPI 하락을 ‘구조적 디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공급 요인 중심의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합하면 이번 발표는 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적 변수를 보여준다. 물가 하락은 가계에는 긍정적이지만,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는 통화·재정정책 운용에 더 섬세한 조율을 요구한다. 향후 발표될 8월·9월 CPI와 BoT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태국 경제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