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발(Reuters)—태국은행(Bank of Thailand, BoT)은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10월 8일 열린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 의사록에서 드러난 핵심 메시지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MPC는 당시 5 대 2의 표결로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 금리(1일 RP·one-day repurchase rate)를 기존 1.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은 소폭 추가 인하를 예상했지만, 다수 위원은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 수준 유지를 택했다.
의사록은 “정책 완화적 스탠스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이전의 금리 인하 효과가 아직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중이다
”라는 위원회 입장을 담았다. 일부 위원은 정책 타이밍과 효과성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현 단계에서는 동결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추가 인하는 향후 필요 시 사용할 ‘정책 탄약’을 소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 주된 고려사항이었다.
BoT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 이는 ▲미·중 무역 긴장에 따른 수출 둔화 ▲가계부채 부담 심화 ▲태국 바트화 강세 등 복합적인 역풍 속에서도 동남아시아 2위 경제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중앙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2%, 내년을 1.6%로 전망했다. 2.5% 성장을 기록한 작년 실적조차 역내 국가 대비 ‘저성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추가 부양책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전문가 해설 및 용어 설명
•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 금리(1-day RP)는 시중은행이 보유 채권을 하루 뒤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중앙은행에 매각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사실상 태국의 정책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단기 시장금리와 대출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 통화정책 여력(Policy Space)은 중앙은행이 금리·양적완화 등 수단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잔여 카드’를 뜻한다. 금리가 이미 낮을수록, 혹은 자본 유출 우려가 클수록 정책 여력이 좁아진다.
시장 반응 및 향후 일정
신임 총재 비타이 라타나콘(Vitai Ratanakorn)은 10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제고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다음 통화정책 회의는 12월 17일로 예정돼 있으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소폭 추가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동결 직후 바트화가 미 달러당 약보합세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향후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며 국채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자 시각 및 추가 통찰
태국은 관광·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최근 들어 중국·미국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반되면서 ‘저물가·저성장’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90% 중반을 웃돌아, 통화 완화의 전통적 파급경로(가계대출 증가→소비 확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따라서 금리 동결은 ‘시간을 사는 조치’로 평가된다. BoT로서는 재정정책과의 ‘정책 믹스’를 통해 성장세를 방어하고, 동시에 바트화 급등을 관리해야 하는 복합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결국 12월 회의에서 중앙은행이 인하 카드를 재개할지는 ▲3분기 소비·투자 흐름 ▲관광객 입국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특히 미 연준) 등 데이터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해당 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결론
이번 의사록은 BoT가 제한적인 정책 여력에도 불구, 경기 회복이 확실히 뚜렷해질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목표(연 1~3%)를 하회하는 물가, 글로벌 불확실성,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한계까지 복합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정책 대응은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