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중국과의 반도체 및 배터리 분야 협력을 확대하며 침체된 국내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쿨 신임 총리는 방콕에서 열린 ‘Thailand-China Cooperation Expo’ 기조연설에서 “양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누틴 총리는 특히 반도체 설계·제조, 전기차(EV)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 공급망 구축을 우선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태국은 단순한 전략적 파트너를 넘어 동남아 공급망 관문(gateway)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경제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미국 추가 관세 여파와 4년 만의 초강세 바트화까지 겹치며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24일 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재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무역·투자 규제 완화를 통해 중국 기업이 태국에 더 쉽게 진출하도록 만들 것이며, 양국이 함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누틴 찬위라쿨 총리
태국은 최근 중국산 전기차 및 부품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태국 최대 수입국으로, 2024년 기준 태국의 중국 수입 규모는 800억 달러(26.3%)에 달한다. 또한 태국 정부는 관광부를 통해 향후 4개월간 중국인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재정·통화 정책: 4개월 ‘초강도 부양패키지’
아누틴 내각은 9월 29~30일 국회에 정책 연설을 제출하며 공식 출범한다. 다만 핵심 정책 방향은 이미 공개됐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 확대 ▲채무경감 프로그램 ▲에너지 공급 안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 활성화 패키지를 4개월 안에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재무부는 470억 바트(약 14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공동부담(Co-payment) 제도’ 도입을 확정했다. 이 제도는 자격 조건을 충족한 태국인들이 식료품·생필품 구매 시 정부가 최대 60%까지 비용을 보조한다.
보라팍 따냐웡 재무부 차관은 “정부는 4개월 내 경제에 터널 끝의 빛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수파지 수툼푼 상무부 장관도 “강세 바트화가 수출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어 관계 부처가 환율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성장 전망과 환율 위험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태국 국책 경제기획청)는 2024년 태국 경제 성장률을 2.5%로 추정한 뒤, 2025년에는 1.8%~2.3%로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는 미국 관세 여파로 감소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트(฿)는 태국 통화로, 최근 달러 대비 4년 만의 최고치(1달러=32.21바트)로 상승했다. 이는 수입 물가를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핵심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피치 전망 하향은 당장 신용등급 강등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1년 내 재정수지 악화가 심해지면 실제 등급 조정이 이뤄질 리스크가 높다. 국제자본시장에서 조달금리가 오를 경우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전문가 시각·의미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 정부가 부가가치세(VAT) 인상 계획을 부인한 것은 가처분소득 감소를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일부 시장에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VAT(현재 7%)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당분간 세율 동결이 전망된다.
또한 반도체·배터리 협력은 중국이 보유한 기술·자본과 태국의 지리적 이점을 결합해, 아세안 전역으로 확장 가능한 ‘미니 클러스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미·중 기술 갈등 속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하면, 이번 발표는 단기 부양과 중장기 산업 고도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평가된다. 변동성이 큰 환율과 글로벌 관세 환경 속에서 태국이 얼마나 빠르게 투자·관광 수요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 = 32.21 바트)자료: 로이터, 태국 정부, 피치 레이팅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