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 정부가 2026회계연도(10월 1일 시작)에 총 2조3,700억 바트(약 745억3,000만 달러) 규모로 차입을 계획하며, 이는 전년 대비 7.8% 감소한 수준이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 두 명이 확인한 정부 내부 프레젠테이션 문건에 기반한다.
문건에 따르면 전체 차입액 중 9,920억 바트가 신규 차입이고, 1조3,800억 바트가 기존 부채 상환을 위한 차환(rollover) 자금이다. 정부는 2026회계연도 국채(Government Bonds) 발행액을 1조3,000억 바트로 설정해 전년보다 4% 늘릴 계획이며, 이 가운데 최대 3,220억 바트를 10~12월(1분기)에 발행한다.
재무부(Finance Ministry)는 보도 시점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방침이 이미 차입구조 다변화와 금리 부담 완화를 목표로 마련된 ‘중기 채무관리전략(Medium-Term Debt Management Strategy)’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한다.
① 단기증권 발행 조정
정부는 재무부 단기운용자금 조달 수단인 국고채권(Treasury Bills) 발행 규모를 2,600억 바트로 잡아 전년 대비 26% 축소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어음에 해당하는 약속어음(Promissory Notes)은 26% 줄어든 5,720억 바트가 발행 한도로 제시됐다.
“단기증권 발행 축소는 변동성 확대 시 리파이낸싱(재차입) 위험을 낮추고, 중장기물 발행 확대를 통해 금리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방콕 소재 국채딜러
반면, 민간·가계 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저축채권(Savings Bonds) 발행 한도는 전년보다 31% 늘어난 800억 바트로 확대됐다. 이는 가계 유동성을 국고로 끌어들여 ‘내부 자금’ 조달 비중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② 재정지출·재정적자 전망
왕실 재가를 받은 2026회계연도 예산안은 총지출 3조7,800억 바트(약 1,187억2,000만 달러)이며, 재정적자는 8,600억 바트로 소폭 축소됐다. 적자 폭이 작아졌음에도 정부가 여전히 상당 규모의 차입을 지속하는 배경으로, 경제 둔화와 세수 부진에 따른 구조적 재정 압박이 꼽힌다.
특히 새 내각(아누틴 찬위라꿀 총리)이 10월 중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미국의 對태국 관세 인상과 최근 급등한 바트화가 수출·관광 산업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어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다.
③ 용어 해설
•Treasury Bills(국고채권):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증권으로, 정부가 일시적 자금 수요를 충당할 때 사용한다. 할인발행(discount) 방식이 일반적이며, 유동성이 높아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단기 운용 수단으로 활용된다.
•Promissory Notes(약속어음):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일종의 상업어음(commercial paper)이다. 만기는 대체로 270일 이내이고, 표면금리가 없거나 매우 낮다. 태국 정부는 은행 간 시장 레이트에 연동해 발행가와 만기를 유연하게 조정한다.
•Savings Bonds(저축채권):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액 국채로, 대개 고정금리·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경기 부양과 동시에 가계 저축률 제고라는 이중 효과를 노린다.
④ 기자 분석
재정적자 축소가 선언적 목표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중국 관광객 회복 지연이 맞물려 세수 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태국 중앙은행은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62%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신규 국채 발행이 4% 증가하는 반면 단기증권이 대폭 감소하는 ‘구조 재편’은 평균 만기(Duration)를 늘려 이자 부담 가시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글로벌 금리가 고점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중장기물 발행 확대는 비용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는 만큼, 커브 스티프닝(장단기 금리차 확대) 리스크가 잠재한다.
정부가 저축채권을 31% 확대한 것 역시 내국인 비중을 높여 환(換)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다. 환율 변동성에 의해 국채 외국인 보유 비중이 줄면 단기적으로는 발행시장 충격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대외건전성이 강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 진작과 구조적 성장 동력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중기적으로 재정·통화 정책 모두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 태국 카시콘은행 이코노미스트
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 10월 1일 새 회계연도 개시와 함께 1분기(10~12월) 국채 3,220억 바트 배정분이 시장에 나온다.
• 11월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중장기물 쿠폰(표면금리) 책정이 3.0~3.5% 범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 내년 1분기 무역수지와 관광수입 지표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추가 적자 채권이 편성될 여지도 있다.
시장에선 바트화 강세 추이를 관찰하며 ‘수출 한파’가 심화될 경우 정부가 예산 재조정을 단행할지, 혹은 국채 발행 규모를 다시 늘릴지 주목하고 있다.
⑥ 결론
종합하면, 태국 정부는 2026회계연도에 차입 총량을 축소하면서도 만기 구조를 장기로 이동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관리와 내수자금 흡수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이지만, 글로벌 금리·환율 환경이 변수다. 수출 경기 반등, 관광 회복, 미국 관세 정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인 만큼, 향후 국채 발행 스케줄과 시장 수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