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대 국영 연금기금인 사회보장기금(Managed by Social Security Office·SSO)이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매도세로 가치-위험 한계치를 초과하면서 지배구조 개혁과 투자 다각화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내부 경고가 제기됐다.
2026년 3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SSO의 간부들은 기금의 가치-위험(value-at-risk·VaR) 지표가 3월 9일 8%의 임계치를 넘어섰고 이는 주로 태국 주식 노출(Thai equities exposure)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기금은 약 880억 달러(약 88 billion USD) 규모로, 약 2,500만 명의 태국 국민에 대한 의료·실업급여·연금 지원을 담당한다. 보드 멤버인 Sustarum Thammaboosadee는 내부 모델로 산출한 VaR 한도를 초과한 것은 최근 2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Sustarum의 발언을 인용해, “영향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의 가치-위험 한도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내부 모델이 여러 요인을 바탕으로 변동성을 산정하고 위험 한도를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태국의 벤치마크 주가지수가 미·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쟁 발발 이후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3월 4일의 8% 하락은 COVID-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시장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원인이었다.
포트폴리오 구성과 위험 노출
2025년 12월 기준으로 태국 주식은 기금 포트폴리오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는 69%가 정부·공기업 채권 및 저위험 자산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기금이 여전히 보수적 자산 배분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Phanthira “Petch” Vergara 투자위원회 위원은 구조적 문제로서 다각화 부족과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을 지적하면서 태국 연금기금이 10년 전 말레이시아 연금기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한국·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이미 장기 개혁을 실행해 왔음을 상기시켰다.
“일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사실상 투자가 아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낮다. 우리는 예상되는 글로벌 충격과 고령화에 따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을 찾아야 한다.”
Phanthira는 전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기금의 저위험 자산 비중을 현재의 70% 초과 수준에서 60%로 축소하고 고위험 자산을 40%로 확대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사모자산(private assets)·사모펀드(private equity)·사모대출(private credit)·헤지펀드 등에 약 116억 달러(약 11.6 billion USD)를 배분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기금은 2027년까지 50:50의 균형 포트폴리오를 목표로 수익률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진전은 더디며 저위험 자산 비중은 여전히 69%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각화 필요성과 국내 편중 위험
Phanthira는 기금 포트폴리오가 태국 내 자산에 크게 편중되어 있어 국내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체 투자 중 약 40%는 해외 시장에, 60%는 국내 자산(예: 은행 예금 등)에 투자되어 있다.
그는 “태국 시장이 호조일 때에도 글로벌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광범위한 글로벌 다각화가 없다면 다른 연금기금에 비해 기회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국민연금이 국제 자산에 폭넓게 노출된 결과 2025년 연간 수익률 18.82%를 기록한 사례를 언급했다.
Sustarum는 또한 노동부 산하의 정부 기관으로서 기금 구조가 글로벌 충격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제약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연금기금의 경우 변동성 관리와 관련해 대중에게 운영방침을 알리는 절차가 있는 반면, 태국의 경우는 유연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폐쇄적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연금기금이라면 변동성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절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유연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폐쇄적 시스템이 존재한다.”
기금의 방어와 개혁 요구
사회보장기금(SSO)은 기금 운용이 재정적으로 건전하다고 방어했다. 대변인 Niyada Seneemanomai는 사무소가 합리적인 수준의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보수를 통한 전문가 채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개혁 지지자들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지배구조가 필수적이라며 더 많은 투명성과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제안된 구조 개편안에는 보험 가입 노동자들의 이사회 대표성 확대와 전문 펀드 매니저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로의 경영 이관이 포함된다.
“현 구조는 글로벌 위기 시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기회투자(옵포튜니스틱 투자)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
전문 용어 해설
가치-위험(Value-at-Risk·VaR)은 일정 신뢰수준 하에서 특정 기간 동안 포트폴리오가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 규모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기관은 VaR을 내부 위험 한도로 설정해 초과 시 추가적 리스크 관리나 공시를 검토한다. 반면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는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 전체 또는 특정 종목의 거래를 일시 중단해 패닉셀링을 완화하려는 안전장치다.
향후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
전문가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실무적·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첫째, 국내 자산에 과도하게 편중된 포트폴리오는 특정 지역 리스크에 취약해 수익률 안정성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기금이 저위험 자산 비중을 낮추고 사모자산·글로벌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나 장기 기대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노동부 직속의 정부기관 구조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투명성에서 제약을 초래하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제도 개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법적·제도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이사회 구성 변경, 전문 운용인력의 독립적 선발·보수체계 마련,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및 공시 확대 등이 검토돼야 하며, 이러한 변화는 입법 절차와 이해관계자 합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와 국제 분산투자 확대를 통한 리스크 저감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
태국 사회보장기금의 VaR 초과 사례는 단순한 일시적 충격을 넘어 포트폴리오 구조와 거버넌스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880억 달러 규모의 공적 연금자산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 다각화와 전문화,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점이 명확하다. 향후 이러한 개혁이 실행될 경우 기금의 수익률 개선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전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으나, 개편 과정에서의 정치·행정적 저항과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동시에 관리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