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내각, 비타이 라타나콘 정부저축은행장 차기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

【방콕】 태국 내각이 비타이 라타나콘(54) 정부저축은행(GBS) 행장을 차기 태국은행(BoT) 총재로 공식 지명했다. 그는 오는 10월 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며, 로열 커맨드(왕실 재가)를 거치면 세타풋 수티왓나루엡 전 총재의 뒤를 잇게 된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내각회의 결과를 발표한 지라유 후앙삽 정부 대변인은 “비타이 후보가 중앙은행 부총재 룽 말리카마스를 제치고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선은 침체 국면에 빠진 태국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정치적‧경제적 압박 속에서 이뤄졌다.

세부 일정과 절차※왕실 재가 이후 효력 발생에 따르면, 비타이는 왕실 승인을 받는 대로 10월 1일부로 임기를 개시한다. 현 총재 세타풋은 정년(65세) 도달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난다. 총재 임기는 단임 5년이며, 연임은 불가하다.


경제적 배경 및 과제 BoT 차기 수장은 저조한 내수 소비, 둔화된 대출, 만성적인 가계부채, 그리고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네 가지 부담과 맞서야 한다. 특히 기준금리가 1.75%로 이미 2년 만에 최저 수준이어서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다.

“갈등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다. 비타이는 중앙은행 내부 출신과 달리 접근법이 유연할 가능성이 높다.” ― 나타폰 캄타크루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나타폰 애널리스트는 다만 “정부 입김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피하려면 세심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력 및 이력 비타이는 미국 드렉셀대에서 금융학 석사를, 태국 쭐라롱꼰대에서 경제학 학사, 탐마삿대에서 법학 학사를 각각 취득했다. 이러한 다학제적 배경이 정책 조율 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달 초 SNS를 통해 “공익을 최우선으로, 어떤 세력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책 공조 기대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비타이 취임으로 푸에타이당 주도의 현 정부와 BoT의 불협화음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그동안 세타풋 총재가 기준금리 및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코브싯 실파차이 카시콘은행 자본시장리서치 총괄은 “새 총재는 재정‧통화정책 간 조율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차이 춘하와지라 재무장관도 “가장 긴급하고 큰 과제는 부채 문제”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되, 경제정책 총괄 목표에는 발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출신이 아닌 인사가 들어오면 외부인의 시각에서 선제적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크다.” ― 차마다나이 마크누얼, 크룽타이은행 이코노미스트

그는 또 “재정정책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해답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한국 독자 이해 돕기중앙은행 독립성’은 정부로부터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권한을 뜻한다. 이는 물가 안정 등 거시경제 목표 달성을 위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필요성이 있다는 국제적 합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태국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이 잦은 신흥국에서는 독립성 논란이 빈번히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는 비타이 총재 후보가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비교적 공격적으로 펼칠 가능성에 주목한다. 1)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해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 진작으로 직결될 여지가 높고, 2) 미·중 무역갈등 속 높은 관세를 상쇄하려면 내수 부양책이 불가피하다. 다만 외화 유출과 통화가치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점진적 완화가 현실적인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왕실 재가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즉시 비타이는 태국 경제의 다층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그는 정부와의 협조적 관계 구축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며, ‘제한된 탄약’ 속에서 공세적 완화정책과 금융안정 간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8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 관심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와 신규 총재의 첫 공식 발언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