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벵갈루루발 Rahul Trivedi 기자—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 BOT)이 8월 1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원데이 레포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0%로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가 8월 4~8일 2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23명(82% 이상)이 인하를 예상했고, 나머지 5명만이 동결을 전망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BOT는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필요 시 인하 가능”을 시사해 왔다. 6월 민간소비(-0.3% 전월 대비)와 수출(-5.0% 전월 대비)이 동반 위축된 데다 7월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정책여력도 넓어졌다.
“경제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식어가고 있다.” — Erica Tay(메이뱅크 매크로리서치 디렉터)
Tay는 “핵심물가(식료·에너지 제외)가 반등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최근의 물가 약세가 국제유가나 기상 이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기존 시각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중·장기 전망을 제시한 26명 중 19명은 2025년 말 기준금리 1.25%를, 7명은 1.50%, 1명은 1.00%를 각각 예측했다. 이는 2024~2025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란 시장 인식을 반영한다.
◆ 인사 변수: 비타이 라따나꼰 차기 총재
10월 1일 취임 예정인 비타이 라따나꼰 총재 내정자는 청문 과정에서 “금리를 더욱 인하할 공간이 있다”고 밝혀 통화완화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 대외 변수: 美 관세 19%·수출 둔화
미국이 태국산 일부 품목에 19% 관세를 부과(당초 제안안 36%보다 낮음)하면서 수출주도형 태국 경제에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크룽타이은행의 시장전략가 푼 파닛피불은 “최근까지 두 자릿수를 유지해 온 수출증가율은 미국의 ‘러시 수입’ 효과가 사라지면서 급속히 둔화할 것”이라며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가 7월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태국 경제성장률이 3분기 1.3%, 4분기 0.9%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 용어 설명
원데이 레포(One-day Repurchase) 금리는 태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하루 만기로 유동성을 공급·회수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다. 한국의 기준금리, 미국의 연방기금 목표금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단기 자금시장 금리와 대출·예금 금리를 통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
◆ 기자 관전평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부진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대신 “저성장·저물가” 국면이라는 점에서 BOT는 향후 몇 차례 추가 인하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계부채(2024년 GDP 대비 91%), 바트화 변동성,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감안하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특히 연준(Fed)이 완화 사이클에 동참하지 않는 한, 태국 단독의 적극적 금리인하가 통화가치 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1.25%가 ‘연착륙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물가가 더 깊은 음 영역으로 내려가거나 미국·중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BOT는 비전통적 정책수단—예컨대 유동성 지원 확대, 목표성 대출프로그램—을 병행할 여지도 있다.
◆ 종합 전망
결국 8월 13일 회의는 “경기 하방 위험 대비 선제적 대응”이라는 BOT의 정책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이후 바트화 약세·채권 수익률 하락·증시 변동성 확대 등 후속 파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