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美 반도체 생산 ‘50 대 50’ 제안 수용 불가 입장 천명

타이완 정부가 미국 측이 제안한 반도체 생산 비율 ‘50 대 50’ 안에 대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끌고 있는 정리춘(鄭麗君) 부행정원장Vice Premier이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해졌다.

2025년 10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 부행정원장은 “협상팀은 반도체 생산을 양국 간 50 대 50으로 나누겠다는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라운드 협상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지도 않았고, 향후에도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장관이 주말 미국 뉴스네이션(News Nation) 방송 인터뷰에서 “워싱턴은 타이완 측에 반도체 생산을 50 대 50으로 분담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현재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압도적 다수가 타이완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업계와 외교·안보 분야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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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타이완 행정원(내각) 측은 루트닉 장관의 발언을 공식 협상 안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정 부행정원장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현재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돼 있으며, 반도체 분담 비율 문제는 의제로 상정된 바조차 없다”고 말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사(CNA)는 전했다.

미국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미국 현지 업무시간 외에 접수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타이완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자리 잡고 있다. TSMC는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급증을 배경으로 대규모 증설에 나선 상태다. 특히 아리조나주(州)에 1,650억 달러(한화 약 220조 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지만, 핵심 생산 능력은 여전히 타이완 현지에 남겨 둘 계획이다.

타이완은 현재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 중이며, 대미 수출품에 대해 평균 20%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달 “협상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만큼, 미국이 보다 우호적인 관세율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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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태(卓榮泰) 행정원장Premier Cho Jung-tai도 전날 타이베이 입법원 답변에서 “정 부행정원장이 미국 측과 관세 문제에 대해 수차례 심도 깊은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가 가장 핵심적인 실질 협상 단계”라고 언급했다.

정 부행정원장은 공항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에서 세부 논의가 있었고 ‘일정 수준의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사는 덧붙였다.

한편, 타이완 총통부는 9월 30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라이칭더(賴清德) 총통President Lai Ching-te가 방타이완 중인 루크 J. 린드버그(Luke J. Lindberg) 미 농무부(USDA) 무역·농업차관보를 접견했다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타이완 농업 대표단이 9월 방미 기간 동안 향후 4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계획”이라며 대두·밀·옥수수·쇠고기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 용어 및 배경 설명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IP)를 보유한 팹리스(Fabless) 기업의 주문을 받아 칩을 제조해 주는 위탁생산 전문 공장을 뜻한다. 대표 주자인 TSMC는 글로벌 첨단 공정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 거점 이동이나 공급망 재배치는 세계 IT·자동차·가전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관세 협상은 상품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단순 통상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산업 정책과도 직결된다. 특히 반도체는 군사·항공·AI·클라우드 등 전략 분야의 ‘쌀’로 불리며, 생산 집중도 완화가 미국의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 기자 관점에서 본 의미

타이완이 ‘50 대 50’ 제안을 일축한 것은 자국 반도체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미국은 CHIPS & Science Act 시행 이후 국내 생산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첨단 공정 역량에서 TSMC·삼성전자·ASML 등 극소수 업체에 크게 의존한다. 결국 대만과 미국 모두 ‘공급망 다변화’라는 명분 아래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셈이다.

향후 관세 협상에서 타이완이 어느 정도 ‘양보 카드’를 내밀지, 반대로 미국이 얼마나 관세 인하·보조금 확대 등 상호호혜적 인센티브를 제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지정학 리스크와 기술 주도권 경쟁이 맞물리며 더욱 복잡한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 이 기사는 로이터 원문을 바탕으로 한글로 번역·재구성했으며, 기자의 분석과 전망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