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 미국 대형 유통 체인 타깃(Target)이 올가을 매장에서 선보일 대표 상품은 서부 무드의 프린지 핸드백, 스웨이드 감성의 원피스, 그리고 카우걸 스타일의 모자다. 겨울이 다가오면 프랑스 알프스 스키 롯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니트 스웨터가 고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2025년 10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타깃의 머천다이징‧디자인팀은 콜로라도 로데오, 뉴욕 허드슨 밸리 레스토랑, 유럽 스키장, 대학 캠퍼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최신 트렌드를 포착했다. 이를 통해 회사 고유의 장점이었던 ‘합리적 가격의 패셔너블 디자인’을 되살려 침체된 매출을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타깃은 과거
“타르제(Tarzhay)”라는 애칭
으로 불릴 만큼 트렌디한 상품 기획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홈 퍼니싱‧패션 부문 판매 부진, 경쟁 심화, 그리고 다양성‧포용(DEI) 프로그램 축소에 따른 불매 운동 여파로 약점이 드러났다. 지난 1년 주가 하락폭은 35%에 달했으며, 연간 매출은 4년째 정체 상태다.
새 CEO 마이클 피델케의 3대 과제
타깃은 최근 10년 만에 최대 규모인 1,800명의 본사 인력을 감축했고, 2025년 2월부터는 20년 경력의 내부 인사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①스타일‧디자인 경쟁력 회복 ②고객 경험 일관성 강화 ③기술 혁신 가속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피델케 CEO 내정자는 “고객이 타깃 매장이나 앱에서 ‘타깃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창적 상품’을 예상치 못한 가치로 만날 때 우리의 경쟁력이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4분기에만 전년 대비 두 배인 2만 개 신상품을 선보여 연말 쇼핑 성수기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직‧베이지’ 탈피… 대담한 컬러 전략
타깃의 최고커머셜책임자(CCO) 릭 고메즈(Rick Gomez)는 미니애폴리스 교외 에디나 매장에서 네온 풋볼, 1980년대 레트로 패키지 도리토스, 다채로운 Owala 물병을 소개하며 “팬데믹 기간 디자이너와 머천트가 이동 제한 탓에 영감을 잃어 상품 구성이 너무 무난하고 보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과감한 컬러‧실루엣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가을 ‘백투컬리지’ 라인업은 회색 계열 위주의 침구와 가구로 실패를 겪었으나, 2025년에는 프레피·글램·모던 등 다채로운 믹스 앤드 매치 콘셉트를 도입해 판매 호조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 트렌드에 귀 기울이고, 디자인 본능을 믿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고메즈는 덧붙였다.
협업과 한정판으로 ‘팬덤’ 자극
타깃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마지막 시즌에 맞춰 티셔츠·피규어·80년대 감성 스낵을 묶은 컬렉션을 전개했고, 펜실베이니아 아웃도어 브랜드 울리치(Woolrich)와는 체크 셔츠·캠핑체어·팬케이크 믹스 등으로 한정판을 출시했다. 또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발매일 자정에 매장을 열어 독점 LP와 CD를 판매했다.
타깃 내부에서는 ‘하드라인(hardlines)’으로 불리던 스포츠·가전·완구 부문을 ‘Fun101’로 재명명하고 대형 TV·프린터 등 부피 큰 기본 제품 비중을 줄였다. 그 대신 컬러풀한 물병, 쿨러, IT 액세서리처럼 디자인 차별화가 가능한 품목을 강화했다.
홈 카테고리 재건: 새 협업·리브랜딩
홈 부문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타깃은 2025년 봄 최대 사설 브랜드 ‘Threshold’를 재단장할 예정이며, 그 전까지는 마블·디즈니 키즈 침구(Pillowfort), DTC 브랜드 ‘파라슈트(Parachute)’의 리넨, 그리고 ‘퀴어 아이’ 제레마이어 브렌트 협업 라인을 순차 출시한다.
Private brand(자사 전용 브랜드)는 타깃 연매출의 약 30%인 310억 달러를 견인한다. 대표 브랜드로는 Cat & Jack(아동복), All in Motion(애슬레저), Good Little Garden(플로럴 라인) 등이 있다.
소호 ‘콘셉트 스토어’로 이미지 재정립
11월 뉴욕 맨해튼 소호 브로드웨이·휴스턴 스트리트 교차점에 문을 여는 신규 매장은 대담한 디스플레이와 월별 테마 교체를 특징으로 한다. 샴푸·과자 등 편의 상품을 줄이고, 패션·홈 컬래버레이션을 전면 배치해 일종의 ‘팝업 스토어’ 감성을 구현한다.
타깃 카라 실베스터(Cara Sylvester) 최고고객경험책임자는 “소호는 글로벌 패션 허브이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며 “‘이것이 타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전략적 무대”라고 설명했다. 향후 성공 여부에 따라 다른 지역 매장에도 확장이 검토된다.
AI 기반 ‘트렌드 브레인’으로 속도전
타깃은 2025년 초 ‘타깃 트렌드 브레인(Target Trend Brain)’이라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도구를 도입했다. 이는 런웨이 사진과 스트리트 패션 이미지를 분석해 컬러·소재·실루엣을 예측하며, 예컨대 올가을·겨울 핵심 컬러가 그린, 베리, 블루임을 확인하는 데 활용됐다.
제니 브리든(Jenny Breeden) 상품디자인·패키지 수석부사장은 “AI 덕분에 시즌 직전까지 ‘펄스 체크’를 진행하며 상품 기획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곧 출시될 아동용 ‘샤퀴테리 플러시’ 세트, 여성복 ‘서브틀 웨스턴’ 톱, 식품 브랜드 ‘Favorite Day’의 트러플 초콜릿 등의 신상품이 탄생했다.
현장 체험을 통한 영감: ‘문화 속으로’
브리든 부사장은 “트렌드가 패션위크만으로 결정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디자이너와 머천트가 로데오, 음악 페스티벌, 대학 기숙사, 유럽 스키 리조트 등 대상으로 카테고리 혼합 출장을 떠나 텍스처·폰트·그래픽 등 요소를 체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장 밀착형 서치’는 팬데믹 이후 재개됐으며, ‘속도와 공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소비 트렌드 분석
TD 코웬의 수석 애널리스트 올리버 천(Oliver Chen)은 “TJ맥스(TJX), 쉬인(Shein), 아마존 등과의 경쟁이 심화됐고, 틱톡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만히 있어서는 relevance(관련성)를 잃는다”며 타깃의 변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위치 분석 업체 플레이서.ai에 따르면 2025년 1월 말 이후 타깃 매장 방문객 수는 매주 감소했고, 9월에는 전년 대비 7.6% 급감하며 최저치를 찍었다. 8월 2일 종료된 분기 기준 방문당 객단가‧거래 건수도 감소했다.
소비자 지출이 식료품‧주거비로 이동하면서 선택재(discretionary goods) 매출이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타깃은 연말 쇼핑 시즌을 기회로 삼아 다시 ‘첫 번째 쇼핑 목적지’가 되겠다는 목표다.
용어 해설
• 빅박스 리테일러(Big-box retailer): 창고형 구조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며 범용 상품을 대량 판매하는 유통업체. 타깃, 월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 하드라인(Hardlines): 가전·완구·스포츠용품 같이 비의류, 비식품 공산품을 일컫는 소매업 용어. 타깃은 이를 ‘Fun101’로 재브랜딩했다.
• 생성형 AI: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텍스트·이미지·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