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뱅크, 팔로알토 네트웍스 투자의견 ‘비중확대’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사이버아크 인수 시너지 우려

【뉴욕】 네트워크 보안 업계 대표주자인 Palo Alto Networks(NASDAQ: PANW)가 대형 인수 추진을 앞두고 월가에서 신중론에 직면했다. 미국 중견 증권사 KeyBanc Capital Markets는 30일(현지시간) 팔로알토 네트웍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수익률(Sector Weight)’로 한 단계 낮췄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키뱅크는 팔로알토가 추진 중인 아이덴티티 보안 전문업체 CyberArk Software 인수 계획이 전략적 부합성 측면에서 의문점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는 보고서에서 “네트워크·보안 운영(NGFW, SecOps)에 강점을 둔 팔로알토의 핵심 역량과, 아이덴티티·접근 관리(IAM)에 특화된 사이버아크의 역량 간에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하다고 평가했다.

키뱅크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은 아이덴티티 분야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독립 벤더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단일 플랫폼보다는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협력하려는 수요가 뚜렷하다”

고 전했다. 보고서는 팔로알토가 과거 보안 관제, 클라우드 보안 등 인접 시장으로 확장할 때는 ‘교체 수요(replacement cycle)’ 혹은 ‘선점(first-mover)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딜은 그와 같은 이점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이덴티티·접근 관리(IAM)란 무엇인가

IAM은 조직 내부·외부 사용자의 신원 확인과 권한 부여를 전담하는 보안 체계다. 계정·비밀번호 관리, 특권 계정 보호, 다중 인증(MF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최근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아키텍처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필수 보안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CyberArk는 특히 특권 계정 관리(PAM)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사업자다.

키뱅크는 또 최근 파트너·고객사의 피드백을 인용, 팔로알토가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의 유기적 수요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사는 “분기 중간 점검 결과 7월 실적 추세는 양호해 2025 회계연도 4분기(5~7월) 실적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2026년 예상 잉여현금흐름(FCF)의 33배 수준에 거래되는 현 주가가 적정 가치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반응 및 밸류에이션 관점

이번 투자의견 하향은 M&A(인수·합병)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됐음을 보여준다. 과거 대형 보안 업체 일부가 무리한 다각화로 성장 동력을 잃은 전례가 있다는 점도 키뱅크의 논리다. 보고서는 “이전 사이버 보안 리더들이 흔들렸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규모가 큰 파괴적 M&A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팔로알토는 그동안 크고 작은 인수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왔지만, 사이버아크 딜은 단순히 규모 측면에서도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2020년 이후 Prisma Cloud, Cortex 등 클라우드·AI 기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연평균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어 왔다. 그러나 주가가 5년간 약 400%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수차례 제기됐다. 이번 키뱅크 리포트는 다른 투자은행들의 긍정적 시각과 대비된다. 예컨대 모건스탠리는 최근 “팔로알토는 AI 보안 시장에서 최대 수혜주”라고 분석한 바 있다.


기자 관점에서 본 전략적 시사점

본지 취재 결과, 보안 업계 전문가들은 “네트워크·엔드포인트·아이덴티티·클라우드가 ‘제로 트러스트’ 퍼즐의 네 귀퉁이”라고 입을 모은다. 팔로알토의 사이버아크 인수 시도가 ‘종합 보안 플랫폼’ 로드맵의 마지막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IAM 시장은 Okta, Microsoft, One Identity 등 거대·전문 플레이어가 각축전을 벌이는 레드오션이므로, 단기간 내 확실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특히 IAM 특성상 고객 신뢰·규정 준수·데이터 프라이버시가 핵심인데, 플랫폼 벤더가 네트워크 보안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고객사의 우려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독립형 IAM 솔루션의 ‘중립성’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키뱅크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너지보다는 조직 내 복잡성 증가통합 비용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현재로서는 딜 구조(인수가격·결제 방식)규제 승인 여부가 구체화돼야 시장의 가시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팔로알토는 이번 분기 실적 발표(예정일 8월 20일)에 맞춰 사이버아크 인수 조건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인수금액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EPS 희석레버리지 부담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대형 M&A에 따른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흔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6~12개월간 인수 실현 가능성, 통합 플랜, 그리고 유기적 성장률 유지 여부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