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가 계획했던 회사 분할(스피노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캐힐레인(Steve Cahillane)은 식품업계 상황 악화 때문에 중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문제는 “해결 가능하고 통제 범위 내”라고 말했다.
2026년 2월 1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는 당초 예고한 조직 분할 계획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기업 분할이 예고되었던 작년 9월 이후 불거진 성장 부진과 업계 여건 악화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지난 9월 식료품(그로서리) 사업부와 소스·스프레드(양념류) 사업부로 분할하는 계획을 공개했으나, 합병 후 기대했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해당 합병은 약 10년 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3G 캐피탈(3G Capital)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힐레인 CEO는 소비자들이 점차 건강지향적이고 가성비가 높은 대체 상품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잇따른 가격 인상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이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네다섯 단계의 가격대를 한 번에 올렸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매우 실망했다」
라고 말했다.
주가는 수요일 거래에서 장중 약 5% 가량 하락했다가 이후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캐힐레인은 1월에 취임했으며, 최우선 과제로 사업을 수익성 있는 성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를 위해 모든 자원을 운영계획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할 중단은 향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지만 향후 분할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개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이번 중단으로 인해 2026년 약 3억 달러(약 300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원래 2026년 말에 스핀오프를 마무리할 계획이었고, 분할 작업을 지휘하기 위해 업계 베테랑이자 전(前) 켈로그(Kellogg) CEO인 캐힐레인을 영입했다.
외부 애널리스트들의 반응도 즉각 나왔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의 스티브 파워스(Steve Powers)는 “회사 측의 분할 보류 결정과 대신 재투자 가속화 결정은 회사가 이전에 인정한 것보다 더 깊은 문제를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아룬 순다람(Arun Sundaram)은 “원래의 분할 명분은 주주가치 잠금해제를 위한 것이었으나 사업의 여러 부문이 운영 및 수요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분할이 관리진이 처음 예상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수익성 있는 성장으로의 복귀 전략
캐힐레인 CEO는 회사의 회복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국 사업의 회복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사업 회복을 위해 6억 달러(약 $600M)를 마케팅 및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제품 개발 강화를 위해 2026년 R&D 투자를 2025년 대비 약 20%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으며, 제품 혁신의 초점은 영양(Nutrition)과 가치(Value)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캐힐레인은 과거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가격을 인상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이제는 더 저렴한 제품 제공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주 스낵 거대기업 펩시코(PepsiCo)는 미국에서 레이즈(Lay’s)와 도리토스(Doritos) 등 주요 스낵 가격을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가 전략에 대한 소비자 반발과 저가 경쟁 심화가 업계 전반의 현안임을 보여준다.
재무 실적과 향후 전망
크래프트 하인즈는 수요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2026년 예상 이익 또한 시장 예상보다 낮게 제시했다. 회사는 2026년 유기적(organic) 순매출이 -1.5%에서 -3.5%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연간 주당순이익(EPS)은 주당 $1.98 ~ $2.10로 제시했다. 이는 LSEG(London Stock Exchange Group)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치인 $2.49를 밑도는 수치다.
BNP 파리바 주식(Equity)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2026년을 투자 연도로 포지셔닝한 것은 긍정적이나, 투자 규모가 의미 있는(실적) 하향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분할 취소는 드문 사례
기업 분할을 번복하는 사례는 드물다. KPMG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업 스핀오프의 약 10% 내외만이 취소된다. 한편 지난 1월에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크래프트 하인즈의 지분 27.5% 매각 가능성을 공시한 이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버크셔와 워렌 버핏의 후계자로 지명된 그렉 에이블(Greg Abel) 사무실은 이번 분할 보류 결정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용어 설명
스핀오프(Spinoff)·분할: 기업이 하나의 회사를 둘 이상의 독립된 법인으로 분리해 각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운영하도록 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각 사업부의 가치가 더 명확해지고 전문 경영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으나 운영·수요 문제나 시장 여건 악화 시 기대했던 가치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유기적(Organic) 순매출: 기업이 인수합병(M&A)이나 환율 영향 등을 제외하고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만을 반영한 수치로, 본원적 수요와 가격 변동의 영향을 보여준다.
EPS(주당순이익): 기업의 순이익을 발행 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향후 영향과 시장 전망(분석)
분할 중단과 대규모 재투자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투자로 인한 EPS 하향 압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제시한 2026년 EPS 가이던스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를 밑돈 점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마케팅과 R&D에 대한 6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R&D 20% 증가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혁신 및 저가·고영양 제품 라인의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일부 회복할 여지를 제공한다.
가격 정책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을 촉발했으므로 향후 크래프트 하인즈의 경쟁 전략은 가격 재조정과 가치 중심 제품의 확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는 원가 구조와 마진에 대한 압박을 동반하나,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 회복과 판매량 증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버크셔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대주주 구조의 변화와 지배구조 리스크를 동반한다. 대주주가 이탈할 경우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으나, 새로운 주주 구성이 경영진의 장기 전략과 일치한다면 장기적 리레이팅(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로는, 소비자 물가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주요 경쟁사들이 가격을 내리거나 제품 구색을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전체 포장식품(패키지드 푸드) 섹터의 마진 압박과 마케팅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건강·가성비 제품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원재료 조달, 유통 채널 협상력, 소매업체와의 프로모션 전략 등이 향후 실적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투자자와 시장이 주목할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의 2026년 투자 집행의 구체적 성과(마케팅·R&D 효과)와 이에 따른 매출 회복 여부. 둘째, 버크셔의 27.5% 지분 처리 경로 및 대주주 변경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 셋째, 경쟁사들의 가격정책 변화와 소비자 수요 회복 속도. 넷째, 단기적으로는 투자에 따른 이익 하향 압력과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혁신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이번 결정을 통해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 경쟁력 회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회사의 실행력과 소비자 수요 회복, 대주주 움직임이 결합돼 실적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