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식 레스토랑 체인 크래커배럴 올드 컨트리 스토어(Cracker Barrel Old Country Store, 이하 크래커배럴)의 주가가 새 로고 공개 나흘 만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기업 이미지 개편이 브랜드 충성 고객층, 특히 보수 성향 소비자들의 정서를 자극하며 매도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8월 21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크래커배럴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약 10%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중소형 종목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즉각적인 변동성으로 직결됐다는 평가다.
새 로고는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통에 기대앉아 파이프를 피우는 노인’ 캐릭터를 삭제하고, 노란색 배경 위에 ‘Cracker Barrel’ 글자만 남겼다. ‘Old Country Store’라는 부제 역시 사라졌다. 사라 무어(Sarah Moore)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보도자료에서 “우리 로고 색상은 스크램블 에그와 비스킷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변경은 2024년 5월부터 진행 중인 ‘전사적 전략적 변신(Strategic Transformation)’의 일환이다. 본사 측은
“시각 요소, 매장 공간, 메뉴·리테일 구성을 현대화하되, ‘컨트리 호스피탤리티’(country hospitality)의 뿌리 깊은 전통과 매력을 유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X(옛 트위터) 계정에서 “CEO 줄리 펠스 마시노(Julie Felss Masino)가 미국적 전통을 지우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기울었다”는 게시글을 리트윗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보수 활동가 로비 스타벅(Robby Starbuck)은 “‘각성(woke)’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불만은 로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부 고객들은 최근 개장한 리모델링 매장이 ‘밝고 모던해졌지만, 시골 창고풍 인테리어 고유의 따뜻함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마시노 CEO는 6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까지 20개 매장을 전면 개보수(remodel), 20개 점포를 부분 개선(refresh)했으며, 9월에 구체적 계획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마시노는 이어 “직원들은 새 매장 환경이 훨씬 일하기 좋다고 평가했고, 방문객 또한 ‘더 밝고 깨끗하며 환영받는 느낌’이라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정치 이슈 ↔ 주가 변동’ 악순환1은 비단 크래커배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달 초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American Eagle) 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 광고를 극찬한 직후 급등했다. 2023년에는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Bud Light)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배니(Dylan Mulvaney)와의 협업 이후 우파 불매운동에 직면한 전례가 있다.
용어·배경 설명
시장가치(Market Cap)2: 기업 주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값으로, 회사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크래커배럴의 약 12억 달러는 스타벅스(약 1,060억 달러)·맥도날드(약 2,000억 달러) 등 대형체인 대비 매우 작은 수준이다.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3: 조직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증진 정책을 뜻한다. 미국 기업들은 인종·성별·성정체성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인사·마케팅 정책에 DEI를 반영해 왔으나, 보수 진영에서는 ‘기업의 정치화’라며 반감을 표출해 왔다.
전문가 시각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로고 변경 자체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둘러싼 문화전쟁(Culture War)이 매출·주가에 장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 고객층의 정체성(향수·가족 서사)을 지키면서도 Z세대·다인종 고객을 포섭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레스토랑 업계 컨설턴트들은 “실제 매장 방문 경험이 긍정적으로 이어진다면, 온라인 구설은 일시적 소음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SNS 파급력이 과거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는 점에서, ‘제품·서비스 개선’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동시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향후 9월 세부 리모델링 전략 발표와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이 투자심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전 포인트는 ▶재방문율 및 객단가 변화 ▶온라인 부정 여론 수습 여부 ▶새 비주얼 아이덴티티(VI)가 리테일 매출까지 견인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 주: 1정치·사회 이슈가 주가에 미치는 단기 급등락 현상. 2Market Capitalization. 3기업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