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Qualcomm)이 회계연도 4분기(미국 기준) 실적에서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회사는 이어지는 분기 전망에서도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신사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부각했다.
2025년 11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퀄컴은 수요일(현지시각) 발표에서 회계 4분기(역년 기준으로 최근 분기) 실적이 ‘톱라인(매출)’과 ‘바텀라인(이익)’ 모두에서 시장 추정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무대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와 맞물려, 회사의 중장기 AI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적 세부를 보면, 조정 EPS(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는 $3.00로 LSEG(구 리피니티브)의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2.88를 상회했다. 매출은 $112.7억으로, 예상치인 $107.9억을 웃돌았다.
핵심 포인트
– 조정 EPS: $3.00 (예상 $2.88)
– 매출: $112.7억 (예상 $107.9억)
회사에 따르면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102.4억에서 10% 증가했다. 다만 법인세 비용 반영으로 이번 분기에는 순손실 $31.2억(주당 $2.89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순이익 $29.2억(주당 $2.59 이익)에서 둔화된 수치다.
전망(가이던스)도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퀄컴은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118억~$126억(중간값 $122억)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LSEG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치 $116.2억을 상회한다. 조정 EPS는 $3.30~$3.50 범위를 제시했으며, 시장 예상 $3.31과 비교해 하단이 비슷하고 상단이 높은 수준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와 전략 전환
퀄컴은 오랫동안 모바일폰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로, 삼성의 고급형 기기를 포함해 애플 iPhone의 모뎀을 공급해 왔다. 특히 고급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스마트폰 생태계의 핵심 공급망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모뎀 사업에서 향후 애플을 고객으로 잃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퀄컴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Windows PC용 칩과 가상현실(VR) 헤드셋·스마트 글래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며, 이 과정에서 메타(Meta)의 기기에도 칩을 공급하고 있다.
AI로의 질적 전환: 데이터센터 ‘풀랙’ 가속기
회사 측은 가장 큰 기회가 인공지능(AI)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AI 프로세서 시장은 엔비디아(Nvidia)가 주도하고,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가 추격하는 구도다.
지난주 퀄컴은 신규 AI 가속기 칩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AI200은 2026년, AI250은 2027년 출시가 예정돼 있다. 두 제품 모두 액체 냉각(liquid-cooled)을 사용하는 풀랙(full-rack) 데이터센터 시스템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퀄컴 주가는 11% 상승했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풀랙 시스템 형태로 제공해 최대 72개 칩이 하나의 컴퓨터처럼 동작하도록 구성한다. 최첨단 AI 모델을 학습·추론하는 AI 연구소에는 이 같은 막대한 연산자원이 필수적이다.
주가와 벤치마크
수요일 종가 기준으로 퀄컴 주가는 연초 이후 1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나스닥의 22% 상승에 비해 다소 부진한 흐름이다. 반면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45%와 112% 상승했다.

용어 해설: 독자 이해를 위한 핵심 개념
– 회계연도: 기업이 재무보고에 사용하는 12개월 단위 기간으로, 역년(1~12월)과 다를 수 있다. 퀄컴의 ‘회계 4분기’는 통상 역년 기준 하반기 시점의 최근 분기를 의미한다.
– 조정 EPS(Adjusted EPS): 핵심 영업성과를 보기 위해 일회성 비용·수익 등 비경상적 항목을 제외하고 계산한 주당순이익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반복가능한 수익력을 가늠하기 위해 조정 EPS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 LSEG: 금융정보 제공업체로, 애널리스트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해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본문에 제시된 ‘예상치’는 LSEG가 취합한 월가 컨센서스를 뜻한다.
– AI 가속기: 대규모 행렬연산 등 AI 모델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전용 칩·시스템을 말한다. 일반 CPU 대비 병렬연산 처리능력이 뛰어나며, GPU 또는 전용 가속기 아키텍처를 활용한다.
– 풀랙(full-rack)·액체 냉각: 데이터센터에서 표준 랙(Rack) 하나를 가득 채우는 구성으로, 고밀도 칩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냉각 방식을 사용한다. 고성능 AI 학습 환경에서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실적은 핵심 모바일 사업의 견조함과 더불어, AI·PC·XR(확장현실)로의 다각화 전략이 숫자로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가이던스 상향은 수요 둔화 우려가 큰 스마트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제품 믹스 개선과 신사업 기여로 이익 체력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법인세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 순손실은 재무제표의 외형을 훼손했지만, 조정 기준으로 보면 이익 창출력은 여전히 견조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의 질과 향후 분기 실적 가시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가이던스와 함께 조정 EPS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 모뎀 이탈 가능성은 분명한 리스크다. 다만 회사가 Windows PC와 메타의 VR·스마트 글래스에 이르는 확장 전략을 통해 수요 기반을 넓히는 것은 위험을 분산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AI200·AI250로 대표되는 서버급 가속기 진출은, 모바일 중심의 ‘엣지(Edge) AI’ 이미지를 넘어 데이터센터 AI 생태계 전반을 겨냥하겠다는 신호다.
물론 엔비디아·AMD가 이미 풀랙 GPU 스택과 대규모 소프트웨어·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경쟁 장벽은 높다. 따라서 퀄컴이 전력 효율, 총소유비용(TCO), 시스템 통합 등의 차별화 포인트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그럼에도 출시 일정(2026~2027년)이 제시되었다는 점은 로드맵의 가시성을 높여, 생태계 파트너십과 고객 파일럿 테스트를 선제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실적 비트와 가이던스 상향, 그리고 AI 가속기 로드맵의 구체화는 퀄컴이 순수 모바일 칩 업체에서 광범위한 AI 컴퓨팅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전략을 재확인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주가 측면에서는 연초 이후 17% 상승에도 불구하고, 나스닥(22%)·엔비디아(45%)·AMD(112%) 대비 상대적 수익률이 낮은 만큼, 향후 데이터센터 AI에서의 실증 성과와 고객 전개가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