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인 KPC(Kuwait Petroleum Corp.)가 650억 달러(약 86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 송유관 네트워크 일부를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전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몇 년간 적극 활용해 온 자산 유동화(asset monetization) 기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KPC는 잠재적 거래 구조 수립을 위해 미국계 독립 투자은행 센터뷰 파트너스(Centerview Partners LLC)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총 13개 송유관을 25년 기간으로 임대해 약 50억~7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거래가 성사될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생산량 기준 5위인 쿠웨이트는 해외 자본을 유치함과 동시에 상·하류 통합 프로젝트, 정유·석유화학 설비 강화, 저탄소 전환 등을 포함한 총 650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세부 조건·시기는 변동 가능성이 크며, 최종 승인권은 쿠웨이트 정부가 보유한다.
배경 및 용어 해설
자산 유동화(asset monetization)는 운영 중인 자산에서 손실 없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임대·매각·지분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최근 중동 산유국들은 탄화수소 산업 (Hydrocarbon Industry) 의존도를 낮추고 재정 다각화를 위해 해당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센터뷰 파트너스는 월가의 전통 대형 투자은행과 달리 독립적인 M&A 자문에 특화된 곳으로, 거액 인수·합병 및 기업 가치 재평가 작업을 주로 수행한다. KPC가 뉴욕 기반 전문 자문사를 기용했다는 점은, 회사가 글로벌 시장의 투자 수요를 폭넓게 타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KPC의 전략적 목표
쿠웨이트 정부는 국가 비전인 ‘쿠웨이트 비전 2035’ 아래 에너지 산업 현대화와 경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송유관 임대안은 재정 건전성 확보, 민간·외국인 자본 참여 확대, 기술·경험 이전 등 다층적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25년 장기 임대는 운용 리스크를 사전에 전가하고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산 통제권 감소 및 장래 재매입 비용 부담이라는 단점도 내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사 거래를 선도한 사우디 아람코 파이프라인,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파이프라인 딜과 비교해 조건이 경쟁력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시장 관측통들은 쿠웨이트의 의사결정 구조상 의회 승인·내각 심의 등 복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계약 체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원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확보하는 선제적 유동성은 회사 재무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본 거래는 중동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 중립 전환, 수소·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전통 자산에서 창출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자금조달 모델로서 사례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① 정부 승인 시기 – 의회·내각 동시 통과 여부가 변수다.
② 투자자 구성 – 국부펀드·글로벌 금융기관·인프라 사모펀드 등의 참여 여부가 자금 조달 조건을 좌우한다.
③ 임대료·수수료 구조 – 선수금·연간 사용료·유지보수 책임 배분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70억 달러 조달 상단에 근접한 계약이 체결된다면, KPC의 총 투자계획(650억 달러) 대비 외부 자금 비중은 약 11% 수준으로 추산된다*단순 계산*. 이는 향후 추가 자산 유동화 혹은 채권 발행을 병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본 기사에 포함된 전망·해석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쿠웨이트 정부의 최종 결정 전까지는 예고 없이 수정·철회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