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산 쉐보레의 엔진 굉음이 한때 아바나의 리듬이었으나, 섬은 최근 몇 년간 최악의 연료 부족을 겪으면서 그 소리가 전기차의 거의 무음으로 바뀌고 있다. 연료 부족 심화에 따라 쿠바의 도로 풍경은 지난 60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던 화려한 빈티지 자동차 중심에서 점차 전기 이동수단으로 전환되고 있다.
2026년 2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차단과 함께 쿠바에 연료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제재 위협으로 인해 연료 부족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를
‘비정상적이고 특출한 위협‘
이라고 규정하며 국가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압박을 강화했다. 이러한 외교·정책적 변화는 섬 국가의 연료 공급망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으며, 쿠바 정부와 주민들은 즉각적이고 실용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아바나 외곽의 알라마르(Alamar) 지역에서는 에우헤니오 가인자(Eugenio Gainza)라는 인물이 국영으로 운영되는 인력거형 전기 삼륜차를 몰며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누빈다. 그는 승객을 태우고 하루에 ‘16회 운행‘한다고 말한다. 가인자는 “연료가 없다. 이 지역을 지탱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영 전기 삼륜차는 연료 배급과 이동제한이 심화된 지역에서 필수적인 운송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 마리아 카리다드 곤살레스(Maria Caridad Gonzalez)는 이들 국영 차량이 생활권을 유지하는 데에 생명줄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국영 서비스 외에 민간 전기운송 서비스도 존재하지만, 비용이 더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민간 서비스와 국영 서비스 간의 가격·접근성 차이는 저소득 가구의 이동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주 연료를 배급하고 필수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 연료 사용을 통제해 보건·안전·공공교통 등 우선순위 서비스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주민 바르바로 카스타녜다(Barbaro Castaneda)는 “재생에너지를 향한 전환이 국가가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요인”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완전히 마비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인력거형 전기 삼륜차는 전통적인 인력거나 삼륜 오토바이의 형태를 본떠 간단한 차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소형 전기차량을 말한다. 이러한 차량은 일반적으로 단거리 운송에 적합하며 제조·유지보수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연료 공급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한 표현인 ‘비정상적이고 특출한 위협‘은 미국 내 법적·외교적 절차에서 특정 제재나 통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정치·안보적 분류임을 뜻한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단기적으로 이번 연료 차단의 영향은 명확하다. 석유 공급이 제약됨에 따라 휘발유·디젤 기반 교통수단의 운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전기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의 상승, 배터리·전동모터 계열 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 증가, 민간 전기운송 서비스의 가격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쿠바와 같이 전력망이 이미 제약적인 국가에서는 급증하는 전기차 충전 수요가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일시적 정전(停電) 위험과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위기는 쿠바의 에너지 구조를 재편할 전환점이 될 소지가 있다.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전기운송 시스템에 대한 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 수입연료 비용을 절감하고 이동성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이 성공하려면 충전 인프라 구축, 배터리 재활용 및 교체용 부품 확보, 정비 인력 교육 등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 제재와 외교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본·기술의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단기간 내 완전한 전환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경제적 파급 효과 측면에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연료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관광·운송·농업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생산비가 상승하며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의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전기이동수단의 확산은 관련 부품·서비스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여 신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수입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 무역수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셋째, 연료 배급제의 지속은 비공식 시장(암시장)의 확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정부의 경제정책 집행을 복잡하게 만든다.
정책적 권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전력망의 안정화를 우선해 응급 충전소를 의료·공공서비스 우선으로 분배해야 한다. 둘째,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분산형 재생에너지와 소형 배터리 저장장치(BESS) 도입을 통해 지방 단위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셋째, 국제적 제약을 고려해 국내 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배터리 재활용·재제조 산업을 육성하여 부품 수급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료 위기는 쿠바의 단기적 이동성 위축을 초래함과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향후 경제 및 사회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신속한 응급대응과 함께 구조적 전환을 위한 일관된 정책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