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발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이사인 아드리아나 쿠글러가 2025년 8월 8일부로 사임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노동통계국(BLS) 국장 에리카 L. 맥엔타퍼를 전격 해임하면서 금융시장에 혼선이 커지고 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쿠글러 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BLS 국장을 즉각 해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준 내부와 노동통계국 모두 핵심 인사의 동시 이탈이 발생한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신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연준 성명서에 따르면, 쿠글러 이사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하지만, 구체적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불참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미 ‘이상 징후’로 해석되고 있었다. 사임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FOMC 이사진을 추가로 재구성할 권한을 얻게 됐으며, 일각에서는 “케빈”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예상보다 빨리 지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케빈 파워스·케빈 헤셀 등 친(親)완화 성향으로 알려진 복수의 경제학자를 가리킨다.
같은 날 노동부 산하 BLS는 7월 고용보고서에서 고용 증가폭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이전 수치가 대폭 하향 수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통계 오류”를 이유로 맥엔타퍼 국장을 즉각 해임했다.
시장‧전문가 발언 총정리
“쿠글러가 회의에 불참한 이유가 드러났다. 사임은 대통령이 FOMC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할 기회를 넓힌다.” — 제이미 콕스, 해리스파이낸셜그룹
“BLS 수정폭은 이례적이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 없이 국장을 해임한 것은 전례가 없다.” —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데이터 수집 인력이 2,000명이 넘는 BLS에서 국장 한 명이 바뀐다고 숫자가 달라지지 않는다.” — 브라이언 제이컵슨, 애넥스웰스 매니지먼트
“연준 독립성이 흔들리면 달러의 시스템적 프리미엄이 사라진다.” — 후안 페레즈, 모넥스USA
이 밖에도 미슐러 파이낸셜의 톰 디 갈로마는 “행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쿠글러는 과도한 정치적 압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파르탄 캐피털의 피터 카딜로 역시 “사임은 달러 약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BLS‧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
전문가들은 정책·통계기관 독립성이 손상될 경우 시장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B.라일리 웰스의 아트 호건은 “‘마음에 들지 않는 숫자’ 때문에 직원을 내쫓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AFL-CIO의 조디 칼레마인은 “오늘 발표된 고용보고서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일 것”이라며, 경기침체 초기 징후를 강조했다.
나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는 “BLS 직무대행은 경력이 검증된 테크노크라트”라면서도 “장기적으로 통계 신뢰성이 흔들리면 연준은 베이지북과 현장조사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용어 설명 및 시사점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은 비농업부문 고용, 물가(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 등 미국 기초 경제지표를 생산·공표하는 독립 기관이다. 통계 수정은 통상적 절차이나, 대통령이 직접 국장을 해임한 전례는 드물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이사진 교체는 금리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적(금리 인하 선호)’ 인사를 조기에 지명할 경우, 채권시장 수급과 달러 가치에 즉각적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국채 입찰에서 주요 증권딜러의 배정 물량이 평균 15%→4%로 급감한 현상은, 은행권의 국채 매입 확대·보유 규제(SLR) 완화 기대와 맞물려 해석된다. 이는 실질 금리 하락을 촉진해 달러 저하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종합 평가
쿠글러 이사의 사임과 맥엔타퍼 국장 해임은 각각 통화정책 독립성과 경제지표 신뢰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흔들었다.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채권 강세 쪽으로 반응할 공산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 손상 → 외국인 자금 이탈 → 금리 변동성 확대”라는 부정적 연쇄 작용이 재현될지 여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