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글러 연준 이사 “관세 여파로 당분간 금리 인하 불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관세 인상 압력으로 ‘인내 모드’

워싱턴 D.C.—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가 17일(현지시간)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對中)·대유럽 수입관세가 본격적으로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기 시작했으며,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고정(anchor)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쿠글러 이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택금융 포럼 기조연설에서 “실업률이 4.1%로 낮고 고용 창출도 이어지는 만큼, 현재 연 4.25%~4.50%의 정책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제한적(still-restrictive)인 정책 스탠스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단단히 묶어둘 열쇠”라고 덧붙였다.


1. 고용은 ‘완전고용’ 근처, 물가는 목표치 상회

쿠글러 이사는

“고용시장은 안정적이며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근접해 있다.”

라고 진단했다. 6월 기준 실업률 4.1%, 신규고용이 견조하게 유지된 상황에서 성장 둔화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정책 판단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그는 “무역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존재한다”며, “향후 자료가 나타내겠지만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뺀 근원(core) PCE는 2.8%로 5월보다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근원 PCE란? 연준이 중시하는 지표로, 일시적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함으로써 장기 물가 추세를 파악하기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2. CPI 급등, 관세 ‘1회성’인가 ‘고착적’인가

이번 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수입 비중이 큰 품목군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쿠글러 이사는 “관측 가능한 여러 요인이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수주 내 주요 교역 상대국에 더 높은 관세를 예고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연준 내부에서는 ‘관세 → 가격 → 임금’으로 이어질 2차 파급효과일시적(temporary)인지, 구조적(structural)인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쿠글러는 “최근 6개월간 헤드라인·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개선이 없었다”며, 관세를 단발성 충격이라 치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3. FOMC 전망: 다섯 번 연속 ‘동결’ 가능성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7월 29~30일 진행된다. 시장은 다섯 번 연속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쿠글러 이사 발언으로 ‘연내 인하’ 기대는 한층 옅어졌다.

투자은행들의 파생금리(FFR 선물) 체결 내역을 보면, 6개월 전 50bp 인하 가능성을 70% 이상 반영하던 시장이 이제는 ‘현 수준 장기 유지’ 시나리오를 60% 넘게 가격에 내재한다. 이처럼 스탠스가 급변한 배경에는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4. 정치적 배경: 트럼프와 연준의 줄다리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금리가 성장과 고용을 갉아먹는다’며 연준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연준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내세워 물가 안정 우선 원칙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긴축 사이클을 중단(‘pause’)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정책을 더욱 가속화하자 연준 내부에서도 “관세가 단순 조정이 아닌 구조적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쿠글러 이사의 발언은 “관세→물가→금리 동결”이라는 연준 공식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5. 인사 일정: 쿠글러·파월 후임 카드

쿠글러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지명으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했지만, 그의 임기는 2026년 1월 만료된다(연준 이사 임기는 14년이나, 중도 임명 시 잔여기간). 파월 의장 임기 역시 2026년 5월 종료 예정이어서, 트럼프 행정부는 두 자리에 대한 후임 인선을 고심할 전망이다.

연준 수장 교체는 정책 기조 변곡점이 될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큰 관심사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고물가·견조한 고용·불확실한 무역환경’이라는 매크로 3중고(苦)가 해소되기 전까지 통화정책 대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 용어 해설 및 전문가 시각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1년에 8차례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경제 전망치(점도표)도 발표해 금융시장에 중대한 신호를 제공한다.

인플레이션 기대(anchor)란 가계·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물가 상승률이다. 기대가 상향 고착되면 임금·가격 결정이 연쇄적으로 상승해, 정책금리 인상보다 빠른 속도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파급범위가 아직 불확실하다”며, “향후 근원 PCE·CPI가 2% 후반에 머무른다면 연준이 내년 초까지도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7. 종합 평가

쿠글러 이사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는 금리 인하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다. 이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주택·소비재·기술 섹터 투자자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은행·보험 등 금리에 연동되는 금융주는 실적개선 기대를 키울 여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관세 인상이 ‘1회성 쇼크’에 그칠지 ‘구조적 물가상승’으로 변질될지에 따라 2025년 하반기 미국 경제의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연준은 데이터를 주시하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재차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축적 스탠스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