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호우 예보 직격타…코코아 선물 5주 만에 급락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또다시 하락했다. 2025년 8월 21일(현지시간)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9월물 코코아(티커: CCU25)는 전장 대비 -240달러(-3.13%) 내린 5주 만의 최저가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코코아 #7, 티커: CAU25) 9월물도 -214파운드(-3.84%) 급락하며 2주 만의 저점을 새로 썼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Barchart 기사를 종합하면, 코트디부아르에 예보된 ‘단비’가 공급 우려를 완화하면서 투자자 심리를 억눌렀다. 시장은 당초 8월 중순까지 46년 만에 가장 건조했던 서아프리카 기후를 이유로 가격을 2개월 최고치까지 끌어올렸으나, 향후 1주간 충분한 강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단숨에 되돌림이 나타났다.

ICE NY 코코아 선물 그래프이미지: ICE NY 9월물 코코아 선물 시세

Commodity Weather Group는 “8월 15일까지 30일간 코트디부아르 강우량이 4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번 강우로 메인 크롭(10월 시작) 이전 생산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공급 복합 악재…초콜릿 소비 위축까지 겹쳐

공급 호재 외에도 초콜릿 수요 약세가 가격을 누르고 있다. 스위스의 명품 초콜릿 기업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글로벌 원료 업체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코코아 가격이 높아 고객사의 조달 부담이 커졌다”며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회사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재고 부족 현상은 여전히 가격 하단을 지지한다. ICE가 미 항만에 보관 중인 감시 재고는 8월 21일 기준 2,191,730포대로 2.7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가나, 생산 변수는?

세계 최대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흐름도 이전보다는 둔화되고 있다. 8월 17일 기준 2024/25 회계연도 누적 선적량은 178만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35% 증가폭과 비교하면 상승 탄력이 크게 줄었다.

품질 문제도 불거졌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4~9월에 수확하는 미드 크롭의 불량률이 트럭 한 대당 5~6%에 달한다며, 주수확기(메인 크롭) 1%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에 따른 생육 장애”를 원인으로 꼽으며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을 40만t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치다.

또 다른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305,000t으로 전년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6월 수출량은 14,597t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했다.

반대로 2위 생산국 가나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으로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증가세가 확인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 수급 균형, 60년 만의 최대 적자 후 ‘흑자 전환’ 가능성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 적자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t, 재고 대비 분쇄(그라인딩) 비율은 46년 만에 최저인 27%로 떨어졌다.

그러나 ICCO는 2024/25 시즌에는 “4년 만에 142,000t 흑자”를 전망하며,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 가격 상승론은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라인딩·선물·옵션…알아둘 만한 핵심 용어 풀이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에 기반을 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로, 원유·커피·설탕·코코아 등 ‘소프트(Soft) 상품’ 선물이 상장돼 있다.

그라인딩(Grindings)은 원두(카카오빈)를 분쇄해 코코아 매스·버터·파우더 등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분쇄량은 실제 소비와 밀접해 ‘실수요 지표’로 통한다.

선물(Futures)은 장래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계약하는 파생상품이다. 옵션(Options)은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기상 호전과 수요 둔화가 동시 압박을 가한다”고 진단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고 부족과 일부 생산국의 작황 불안이 여전히 상존해 급락 시 ‘저점 매수’ 기회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특히 10월 메인 크롭이 시작되기 전까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우 패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또한 유럽·아시아의 그라인딩 지표가 3분기에도 부진을 이어갈 경우, 실수요 회복 시점이 늦춰지며 가격 반등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국 코코아 시장은 “기상(공급)과 소비(수요) 이중 변수가 맞물린 박스권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라면 현물 재고 추이와 주요 생산국 정부의 수출 정책, 그리고 글로벌 매크로 환경(달러·금리·에너지 가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